“자살률 낮추자” 동두천에 모여 공 차는 네팔인들

네팔 사람들이 축구대회를 위해 동두천에 모였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긴 듯 짧았던 올해 추석 연휴, 10월 5일 1호선 끝자락에 있는 동두천에 다녀왔다. 동두천에 특별한 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였다.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 이민자들이 모여 축구대회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자가용도 없어 지하철을 이용했다. 소요산으로 향하는 전철이 없어 시청에서 전철을 네 대나 보냈다. 두시간 반에 걸쳐 도착한 동두천종합운동장에는 낯선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활기찬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 거주 네팔 이민자들이 설립한 한국 네팔축구협회의 주최로 네팔 이민자들이 모여있었다.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 7시부터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고 한다. 이날은 총 22팀이 모였다. 22개 팀이 주 경기장과 보조구장 두 군데에서 하루 만에 토너먼트를 치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왜 굳이 이렇게 먼 동두천에 모였을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네팔협회 부회장 나마 브로카스 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대회 취지를 전달했다. 브로카스 씨는 양구 출신인 한국인 아내를 만나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회를 주최한 나마 브로카스 씨 ⓒ 스포츠니어스

“자살률 낮추려고 모였어요”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 이민자들은 4만 명 정도라고 한다. 4만 명이라는 숫자도 꽤 많아 놀라는 와중에 브로카스 씨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한국 거주 네팔 사람들이 한 달, 두 달에 한 명씩 자살을 하고 있대요. 네팔은 일자리가 없어서 돈을 벌려고 해외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일을 안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국땅에 와서 12시간씩 와서 노동을 하니까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나마 네팔 사람들이 많은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은 좀 낫죠. 한국인만 있는 회사에 들어가면 대화도 안 통해 자살을 그렇게 많이 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나서 축구라도 하자. 축구를 통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네팔 음식을 먹는 모임을 만들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먼 타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축구를 한다는 소식에 모종의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었다. 좀 더 가벼운 취지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축구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축구 대회를 통해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수치가 있을까 하고 찾아봤지만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통계청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살률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통계청에서 다루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가정을 이룬 다문화 가족에 집중되어 있었다. 미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찰은 상세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참고가 될까 싶어 통계청 자료를 찾아봤다. 통계청 자료 「결혼 이민자/귀화자 등의 지난 1년간 한국 생활 어려움」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언어 문제를 가장 많이 겪는다고 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인원의 비율도 18.5%를 차지했고 네팔이 속한 남부 아시아의 경우 20.9%의 비율을 차지했다.

브로카스 씨의 말에 의하면 네팔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과 사회적 고립에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탈출구가 바로 축구였다. 이들은 단순히 대회 날에만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면서 매주 모여 발을 맞춘다고 한다.

네팔 이민자들이 모인 것도 벌써 7년 차라고 한다. 놀라운 점은 대회를 개최하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자살률을 꽤 낮췄다는 점이다. 특히 아무런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은 사람보다 축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지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있어도 스스로 목숨은 끊지 않는다고 전했다.

네팔의 명절이 된 축구대회

이들은 자체적으로 모였다. 네팔 대사관의 지원도 축구협회의 지원도 없다. 네팔 대사관 측에서는 대사관 컵이라는 컵대회를 열기도 하지만 이들이 모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횟수라고 한다. 국내 기관의 지원도 없다고 한다. 동두천시에서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브로카스 씨는 동두천시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두천시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우리가 한 번 모이면 4~500명 정도 모여요. 아침 7시부터 경기가 있으면 하루 전날 와서 근처에서 숙박해요. 동두천시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으면 저희를 도와주지 않겠죠. 전국에 있는 이민자들이 한 도시에 모이니 경제효과도 발생해요. 하루 천만 원 정도 소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국에서 모이는 것이니만큼 서울이나 부산 등 큰 도시에서 만나면 좋았을 텐데 도심지에서 경기장을 대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축구장을 포함한 행사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도심지에서 행사를 열 경우 관계자들이 난색을 보인다고 한다. 행사 소음과 취사 환경으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축구대회는 네팔 이민자들의 축제의 장이 됐다 ⓒ 스포츠니어스

동두천시가 특별히 그들을 위해 지원하는 이유는 동두천시가 가진 배경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수일도 동두천의 자랑이었다. 동두천시는 예전부터 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이 많이 정착해 있었다. 처음 시작은 미군 부대였다. 그들이 형성한 커뮤니티가 점차 확대돼 다국적 커뮤니티가 됐다. 그래서 동두천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 비교적 덜하다고 한다.

집결 지역이 동두천이었을 뿐 그들은 전국에서 왔다. 목포와 거제도, 김포 등 공장 지역 이민자들은 명절이 된 축구대회를 위해 부랴부랴 차를 빌리고 동두천으로 향했다. 국내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네팔 지역 출신 커뮤니티들도 한 곳에 모여 팀을 형성했다. 머낭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은 ‘머낭FC’라는 팀을 만들었다. 푸른색 유니폼 위에 적힌 ‘히말라얀FC’라는 팀 이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뭉치게 한 것은 축구였다. 축구대회로 모인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됐다.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전통 음식을 나눠 먹는 행사로 발전했다. 마침 올해는 네팔 명절과 한국의 추석 연휴 날짜가 겹쳐서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한다. 한국 회사도 일을 쉬었던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즐거운 만남을 이어갔다.

경기운영을 도운 ‘츤데레’ 심판위원장

그들을 돕기 위해 동두천 지역 심판들도 힘을 합쳤다. 대회 운영을 도운 심판 위원장은 동두천 토박이다. 그는 예전부터 네팔 이민자들을 돌봤다. 추석 연휴에도 심판 동료들을 불러모아 경기 운영에 힘을 보탰다.

말뿐만 아니라 그는 대회가 열리는 내내 트럭 한 대로 계속 바쁘게 움직였다.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나도 오지랖이지 뭐”라고 대답했다. 연휴도 반납하고 경기를 돕는 심판들의 처지나 의중을 물었는데 그는 심판들보다도 네팔 이민자들을 걱정했다. 인터뷰 내내 툴툴거리는 말투로 답변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분, 전형적인 ‘츤데레’다.

“얘네들이 순수해. 이럴 때 와서 정보교환하고 형 동생 만나고 그러는 거야. 우리나라 7~80년도 중동 가서 체육대회 하면 형 동생 만나고 음식 먹고 하는 거랑 똑같아. 얘네도 상금이 있어. 참가비는 팀 당 30만 원이래. 근데 상금 주고 불러모은 심판비 주고 이것 저것 하면 남는 게 없어. 음식이라도 팔아야 돼.”

그러면서 나온 한 마디가 인상 깊게 남았다. “내가 안 해주면 얘네가 주저앉아. 천막이니 탁자니 방송 앰프니 다 내가 렌탈을 도왔어. 얘네가 하면 너무 비싸. 얘네한테 10원 하나 안 받아. 그래도 내가 안 해주면 얘네가 너무 힘들어.”

“여기가 최전방이야. 여기서 하는 이유가 서울이나 수원에서는 못하거든. 한국 사람들이 배타적이라 ‘니네가 왜 운동장에서 이런 걸 하냐’고 해. 그래서 동두천에서 하는데 그래도 목포, 거제에서 다 올라오는 거야. 얘네가 대회를 해서 금전적으로 남기는 것도 없는데도 이럴 때 한 번 와서 어울리는 거야.”

“얘네들이 대부분 3D 업종에서 일해. 가죽공장 다니면서 200에서 250은 받는 모양인데 50은 고국에 보내. 대부분 허드렛일 하면서 투잡하고 주말에는 닭똥이니 소똥이니 쳐주러 가. 힘들고 어려운 애들이야.”

한국 사회와 한국 축구는 이들을 품을 수 있을까 ⓒ 스포츠니어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 한국 축구 일원 될 수 있을까

브로카스씨가 속해있는 머낭FC 팀은 경기 후 남은 연휴 기간을 빌려 양평 펜션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대회에서는 일찍 탈락의 쓴맛을 봤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이 사는 지역으로 바로 흩어지지 않았다. 한국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지키려 노력했고 그들의 사회적 안정과 적응을 도왔다.

이들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의 이민자 정책은 ‘동화정책’에 가깝다. 한국에 살려면 한국인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 코스프레에 실패한 이민자들은 적응에 실패하고 낙오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지키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는 방법으로 스포츠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축구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축구는 국내 이민자들의 적응을 돕고 자살률까지 낮추고 있다.

이와 같은 모임이 활성화되면 다른 국적을 포함한 다문화 가정 축구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의 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아직 한국 사회는 이들을 바라보는 데 서툴다. 이들도 한국을 이루는 구성원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축구는 이들을 품을 수 있을까.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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