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국가대표 손흥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손흥민
토트넘에서는 펄펄 나는 손흥민은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진다.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기도 했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는 무려 21골을 꽂아 넣으며 리그에서도 돋보이는 공격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축구 스타다. 1992년생으로 만25세에 불과한 손흥민은 아직도 한국 축구를 위해 보여줄 게 많은 선수다. 박지성과 이영표 은퇴 이후 매출이 떨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하던 치킨집 사장님들도 손흥민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정도다. 손흥민이 없었다면 우리의 주말 밤 프리미어리그는 굉장히 밋밋했을 것이다.

A매치 1년간 무득점, 부진한 손흥민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에만 오면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결과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손흥민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넣은 마지막 골이 벌써 1년 전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6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득점을 한 뒤 1년 넘게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처음이라 그래 괜찮아져’ 이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지났다. 정권이 바뀌는 동안 무득점이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경기에서 기록한 골도 이 카타르전 골이 유일하다. A매치 57경기에서 17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영양가 측면에서도 그리 인정받을 수준은 아니다. 이중 12골이 아시아 팀을 상대로 했다. 라오스를 상대로 5골을 몰아넣었고 ‘북중미의 약체’ 아이티전에서도 두 골을 넣었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뭐 한국 공격수들이 ‘아시아용’이라는 꼬리표를 뗐다면 이미 세계적인 선수였을 테니 이 ‘영양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선수는 없을 것이다. 이 ‘영양가 논란’은 가볍게 넘어가자. 하지만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전 이후 이란과 우즈벡, 시리아, 이라크 등을 상대로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대표팀 공격력이 형편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손흥민이 보여준 경기력은 토트넘에서의 경기력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표팀에서의 손흥민 플레이는 위협적이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았다. 토트넘에서는 한 시즌에 스무 골을 넣었던 공격수가 대표팀에만 오면 활약하지 못하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다. ‘국가대표 손흥민’은 분명히 문제를 안고 있고 우리는 해답을 얻어야 월드컵에서 성적을 낼 수 있다.

유독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손흥민을 옹호하는 ‘무적의 논리’가 있다. 토트넘 동료들 수준과 대표팀 동료들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토트넘 선수들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대표팀 선수들이 손흥민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위험하다. 유럽 빅클럽에서 뛰던 박지성과 이영표도 대표팀에 오면 그들의 기량을 기복 없이 보여줬다.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이 선수들은 소속팀과 대표팀 동료 수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의 부진이 합리화된 적이 없다. 소속팀에서는 입지가 무척이나 좁아진 이청용도 러시아전에서 ‘클래스’를 보여줬다. 슈퍼스타는 동료들이 떠받들어 주는 걸 받아먹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동료들의 수준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 박지성이 그랬고 이영표가 그랬다. 지금의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볼터치도 불안한 수준인데 동료 탓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손흥민은 이 경기 이후 대표팀에서 골이 없다. ⓒ중계 화면 캡처

동료들 수준이 낮아서 부진하다?
일단 이 논리는 깨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늘 주변 동료 탓만 하며 문제점이 개선될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상대 수비수들도 수준을 논하면 프리미어리그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동료 수준을 논하려면 상대팀 수비수 수준도 논해야 하지 않을까. 손흥민은 아시아권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도 한두 경기가 아니라 무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진하다. ‘대표팀 동료들 수준이 토트넘 동료들 수준보다 낮아서’라는 해답은 간단하고 마음 편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전혀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나는 다른 문제가 있다고 믿었다. 상대가 토트넘과 맞부딪히는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대표팀이 아시아권에서 경기를 하면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손흥민 스타일을 잘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를 무기로 삼는 손흥민은 뒷공간이 있을 때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경기하는 아시아권 팀들은 대부분 물러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손흥민 특유의 플레이를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 이 생각은 이번 러시아전을 통해 완전히 무너졌다. 러시아는 물러서지 않았고 뒷공간도 많았지만 손흥민은 이렇게 맞부딪히는 팀을 상대로도 토트넘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수비를 향해 들이받았다가 공을 빼앗기는 플레이의 반복이었다. 그러니 이것도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부분의 문제라고 판단해 보는 건 어떨까. 손흥민이 원래 토트넘에서도 해결 본능이 꽤 강한 선수지만 대표팀에만 오면 그 욕심이 더 커지는 건 분명해 보인다. 동료에게 내주고 공간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돌파를 하다 결국 빼앗겨 흐름까지 내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스스로 뭔가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측면을 돌파하다 중앙으로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슈팅으로 해결하는 장면이 두어 번 나왔다. 패스와 침투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공격 전개 대부분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시아권에서도 잘 먹히지 않던 플레이가 러시아를 상대로 될 리 없다.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개인기로 한두 명 제치는 게 되지도 않는다.

‘대표팀 손흥민’과 ‘토트넘 손흥민’은 어떻게 다를까.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부터 버려야
러시아전을 유심히 살펴보니 이 문제가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잔디가 좋지 않아 드리블 돌파에 문제가 있는 경기도 아니었고 러시아가 뒤로 물러서 공간이 없던 경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특별하지 않았다. 끌다가 빼앗기고 결국 공격으로 올라오던 동료들까지 흐름을 끊겨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만 오면 돌파와 연계, 마무리, 거기에 전담 키커까지 맡으면서 모든 공격에 관여하려 한다. 동료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단 슈팅으로 해결하려는 심리가 너무 강하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떠올리며 무조건 붙박이로 기용해 무한의 기회만 주는 게 해결책은 아니다. 그리고 일단 전담 키커로는 매력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의 경기를 통해 입증된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 해법’을 찾기 위해 러시아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를 왼쪽 측면에만 둔 게 아니라 보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어디에서도 하게 했다. 대표팀에만 오면 활약이 적어지는 손흥민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한 건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러시아전을 통해 그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아낸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모로코전을 비롯해 앞으로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손흥민의 역할을 축소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손흥민이 모든 공격 전개에 가담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을 이용해 자기 할 일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자유롭게 풀어두는 건 오히려 실책을 더 유발한다는 걸 러시아전을 통해 봤다. 혼자 해결해서는 손흥민도 죽고 대표팀도 죽는다.

아니면 손흥민을 후반 조커로 기용하는 방안도 몇 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라고 무조건 선발 출장이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토트넘이라는 소속팀 프리미엄을 빼고 누군가 대표팀 공격진에서 1년 동안 이런 플레이에만 그친다면 그 선수에게도 이런 무한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다른 선수들이 이런 경기력을 보였다면 진작 기회를 박탈당했을 수도 있다. 손흥민이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기회를 부여받는 건 토트넘에서의 활약이 보증수표가 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 경기력이 지속된다면 벤치를 지키는 건 물론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더라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손흥민이니까, 소속팀에서 보여준 게 있으니까 그를 조커로 투입하며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편이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지 않을까.

토트넘 손흥민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국가대표 손흥민’은 변화해야 한다
“같은 포지션에 손흥민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대라”고 하면 못한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기량은 이미 검증됐다. 그를 뛰어 넘을 선수가 한국에 있다면 아마 맨체스터유나이티드나 첼시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적인 부분을 맞추지 못한다면 손흥민도 벤치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채찍을 가하는 용도이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용도이건 손흥민에게 계속 이렇게 같은 방식의 부진을 이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게 손흥민도 살고 대표팀도 사는 길이다. 현재 염기훈을 비롯해 황희찬과 지동원 등 왼쪽 윙포워드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은 많다. 이승우를 한 번 불러 테스트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손흥민만이 정답이 아니고 이타적이지 않으면 손흥민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때다.

나는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고 그가 적폐 세력이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의 모습만 보고 계속 믿고 기용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게 적폐로 오해받기 딱 좋다. 1년을 기다려준 선수가 계속 기대 만큼 보여주고 못한다면 분명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냥 골만 못 넣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지금 대표팀의 손흥민은 경기력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대표팀에만 오면 혼자 해결하려는 손흥민의 심리를 다스려주는 것도 좋고 경쟁을 붙이는 것도 좋다. 격려건 자극이건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히딩크 논란이 참 불편한 사람이지만 과연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했더라면 일단 선발 명단에 손흥민부터 넣고 “네가 돌파하고 네가 슈팅하고 네가 세트피스도 다 맡으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손흥민의 대표팀 경기력이 부진하다고 해도 그는 반드시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다. 월드컵에 나가려면 선발이건 조커건 꼭 데려가야 하는 선수라고 확신한다. 가진 능력은 현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 없는 대표팀 공격도 반드시 실험을 해봐야 하고 손흥민에게도 이런 식의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주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그게 잘 되지 않아 교체되면 감독 앞에서 물병을 걷어차는 것도 승부욕으로 미화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대표 손흥민’은 변화해야 한다. 그도 변하고 그를 대하는 대표팀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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