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바르셀로나와 라스 팔마스ⓒ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현재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카탈루냐 독립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10월 1일 카탈루냐에서 실시한 분리 독립 주민 투표와 스페인 정부가 이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 중이다.

독립왕국이었던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병합된 1714년부터 지금까지 카탈루냐는 끊임없이 독립을 외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대해 매번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 투쟁에는 민족과 언어, 문화가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까지 많은 이유가 얽히고 섥혀있다. 10월 1일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분리 독립 투표를 실시했고, 스페인 정부는 이 투표가 스페인 헌법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분리 독립 투표의 잠정 집계 결과는 90% 이상이 '독립을 찬성한다'고 나왔고, 스페인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10월 1일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바르셀로나와 라스 팔마스ⓒ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카탈루냐 독립 투쟁 사태를 보도하며 언급하는 것이 있다. 바로 축구다. 축구에 대한 얘기는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 스페인은 축구 강국이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프로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는 스페인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싶어하고, 뛰어난 선수들 역시 프리메라리가를 거치거나 뛰고 있다. 최고의 라이벌 매치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도 있다. 카스티야 지방의 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의 팀인 바르셀로나의 경기엔 스페인 역사가 담겨있다.

카탈루냐 독립 시에 엘 클라시코의 존재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축구에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카탈루냐가 독립한다면 리그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얘기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른 유럽 리그 편입, 자체 리그 생성 등 많은 얘기가 오간다.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역시 스페인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농구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가 존재하고 축구만큼 치열하다. 많은 스포츠 팬들이 '엘 클라시코'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 언급은 잠시 미뤄두자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축구가 아니다. 축구는 나중 문제다. 많은 이들이 축구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큼 정작 스페인 사람들의 걱정은 크지 않다. 현재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카탈루냐가 정말로 독립이 되는지 안 되는지다. 물론 스페인은 축구에 열광적인 나라고 축구가 일상이라고 해도 지나지치 않다. 하지만 내 조국의 한 지방이 분리를 외치는 와중에 아무리 축구를 좋아한다 해도 이는 순서가 맞지 않는 일이다.

발렌시아에 살고 있는 스페인 사람인 하비에르는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10월 1일 열린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제주와 광주 경기에 토토를 걸면서 "제주는 매우 좋은 팀같다. 가끔 K리그를 보면 제주와 현대(전북, 울산)팀들이 잘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모든 축구 리그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하비에르도 "지금 축구를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는 "물론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 엘 클라시코는 모두를 흥분하게 하는 경기다. 카탈루냐가 독립이 될지 안 될지,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와 계속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른다. (엘 클라시코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프리메라리가엔 다양한 팀이 있고 재밌는 경기 역시 많다.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축구팀들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당장은 카탈루냐 독립 자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페인 사람인 라켈 역시 "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인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잘못됐다. 폭력 없이 해결해야 할 텐데 현 정부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이 상황이 안타깝다"라며 카탈루냐 독립에 대한 언급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10월 1일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바르셀로나와 라스 팔마스ⓒ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스페인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마드리드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며 경찰의 무력 행사를 반대하는 연설이 있었고, 같은 날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에선 카탈루냐 독립을 반대하는 집결 역시 있었다.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집에다 스페인 국기를 내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 원하는 것이 있다. 카탈루냐는 독립을 원하고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계속 속해있길 원한다. 스페인 내에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페인 국민들은 적절한 합의점을 찾길 원하고 있다. 이들의 삶과 역사가 달라지고 있는 와중에 아직 축구를 언급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상처가 아물고 상황이 진정될 때에 스페인 축구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

si.onoff@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