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종부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고비를 넘지 못한 경남FC 김종부 감독, 그가 남긴 한 마디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1일 안산 그리너스와 경남FC의 경기가 열린 안산 와~스타디움. 경기 전 만난 김종부 감독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K리그 챌린지 우승이 눈 앞에 보인 상황이지만 아직 경남의 미래는 안갯속이었다. "두 번의 고비를 잘 넘기고 이제 세 번째 고비가 왔다. 수원과 비기고 대전에 패하면서 2위 부산과의 승점 차가 줄어들었다. 물론 부천전을 승리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아직 모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안산전 승리는 경남의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었다. 공교롭게도 경남의 다음 상대는 부산이었다. 안산과 부산을 모두 꺾을 경우 경남은 K리그 챌린지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신중했다. "오히려 부산전보다 안산전이 걱정된다. 지금 경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멘탈과 분위기다. 부산전의 중요성은 선수들이 잘 안다. 그 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위권인 안산을 만난다면 선수들의 멘탈이 느슨해질 수 있다. 지난 몇 차례 경기에서 이렇게 잡을 경기를 놓쳤다.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감독인 본인 역시 지금의 상황이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생각을 할 수록 긴장도 되고 고민도 많아진다"며 씩 웃은 김 감독은 "그래도 내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럴 때일 수록 감독인 내가 냉철해져야 선수들을 잘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선발 명단에서는 약간의 여유가 느껴졌다. 말컹과 최영준, 이반 등을 벤치에 앉혔다. 100% 전력은 아니었다. 현재 선수단의 상황을 고려한 김 감독의 종합적인 판단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심은 하지 않았다. 이 선수들은 교체 명단에 들어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갈 경우 언제든지 이들을 투입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발가락 부상을 당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던 말컹을 엔트리에 넣을 정도였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곧바로 총력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안산과 경남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중 유난히 그의 액션은 컸다. 평소 벤치 안에 서서 선수들을 주로 지켜보기만 하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비를 맞으며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했고 민감한 판정이 있으면 적극 나와 항의했다. 전반전부터 그는 대기심에게 긴 시간 동안 어필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전반 36분에는 주심마저 경기를 중단시키고 달려와 김 감독에게 판정에 대한 설명을 할 정도였다.

양 팀의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됐다. 김 감독의 입장에서 썩 만족스러웠던 45분은 아닐 것이다. 공격도 쉽게 풀리지 않았고 안산의 빠른 역습에 고전하는 모습도 몇 차례 등장했다. 결국 김 감독은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기 위해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이었다. 김근환과 김선우 대신 최영준과 말컹을 투입했다. 이 경기를 풀기 위해서는 수비보다 공격에 무게감을 두겠다는 그의 생각이 엿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악재가 터졌다. 후반 20분 브루노가 퇴장을 당했다. 김 감독은 하프라인 근처까지 오며 격하게 항의했다. 한창 기세를 올리던 경남에 브루노의 퇴장은 치명적이었다. 경기가 재개된 이후에도 김 감독은 비를 맞으며 그라운드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게 남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그 이후에도 판정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브루노가 빠진 이후에도 경남은 공격적인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 명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승리에 필요한 단 한 골을 넣지 못했다. 결국 무승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경남이 무너지고 말았다. 골키퍼 이준희의 실수로 실점, 0-1 패배로 경기가 끝나버렸다. 스스로 승점 1점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안산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경남은 훨씬 더 편한 입장에서 K리그 챌린지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마침 같은 시간에 열린 부산과 성남의 경기가 0-0으로 종료됐다. 경남이 승점을 따냈다면 다음 부산전은 훨씬 여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남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부산과의 승점 차는 6점으로 줄어들었다. 세 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한 셈이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화가 굉장히 많이 난 것처럼 보였지만 꾹 참는 모습이었다. "할 말이 없다"며 한참을 말 없이 있던 그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경기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분명 그의 얼굴에는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언급을 자제했다. 우승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감독이 기자회견에 대한 징계를 받게 된다면 선수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심판 입장에서는 정확히 봤을 것이다. 우리도 실수를 하는 것처럼 심판도 실수 할 수 있다. 패장이 남 탓을 하는 것은 썩 보기 좋지 않다."

그러면서 그는 묵직한 메세지를 던졌다. "꾸준하게 1위와 2위를 지킨 두 팀이 다음 경기에서 맞붙는다. 정말 서로 같이 잘 했으면 좋겠다. 다들 잘 하고 싶을 것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K리그 클래식에 직행할 수 있는 한 판이 정말 좋은 경기가 됐으면 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는 말이다. 단순히 상대 팀 부산 또는 조진호 감독을 향한 말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산 조진호 감독 한 사람 만을 향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은 그라운드 안 모든 구성원이 함께 좋은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의 입장에서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경기 후 그의 바람은 이 메세지에 담겨 있었다.

이날 김 감독은 고비를 넘지도 못했고 냉철하지도 못했다. 평소 보여줬던 진중한 1위 팀 감독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그가 이제 갓 프로 무대에 입성한 감독이라는 사실 또한 감안해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그는 해피엔딩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노련해진 그의 말에서 감독 김종부가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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