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감독은 가는 팀마다 선수들의 지지를 얻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서울이랜드와 부산아이파크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챌린지 경기가 끝난 뒤 부산 조진호 감독은 기자회견 후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했다. “오늘 경기 수고했고 다음 번에는 꼭 이기자. 승격할 수 있어.” 두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9명이 0-2로 뒤지다 2-2 무승부까지 이끌어 냈으니 나름대로는 큰 의미 있는 경기를 한 터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조진호 감독은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외박을 공지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선수단 버스를 탈 이들은 타고 나머지는 바로 이 자리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러 가도 된다고 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현장에서 꿀 같은 외박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선수단 버스에는 부산까지 내려가는 몇몇 선수들과 장비만이 실려 있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데 한 취재진이 질문을 해와 조진호 감독은 이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주위에는 선수들과 조진호 감독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부산 팬들이 운집해 있었다. 조진호 감독은 따로 자가용을 이용해 퇴근할 예정이었지만 버스에 두고 온 가방과 옷가지 등을 챙겨야 했다. 팬들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버스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선수단 버스가 그대로 출발해 버린 것이다. “아니 나는 타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그냥 막 가대요.” 정작 이 팀의 감독은 버스에 타지도 않았는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아주 호기롭게 빠져 나갔다. 조진호 감독은 김상록 코치와 함께 약 300m가량 추격전(?)을 펼쳤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팬들은 배꼽이 빠지게 웃기 시작했다. 감독이 버스를 잡기 위해 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조진호 감독의 난처한 상황을 추억으로 남겼다.

조진호 감독이 버스 잡는 걸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어갔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나이가 있었다. 바로 김상록 코치였다. 김상록 코치는 전력질주를 해 버스 앞을 가록 막은 뒤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버스기사에게 한 마디를 했다. “감독님이 안 타셨어요.” 버스기사 역시 아차 싶은 마음에 연신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감독님은 버스 안 타고 바로 가시는 줄 알았어요.” 결국 김상록 코치 덕분에 조진호 감독은 버스에 올라 타 가방을 챙길 수 있었다.

난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지만 조진호 감독은 크게 웃으며 이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한 건 아닌 것 같고 뭐 그래 됐습니다. 팬들이 웃기만 하고 도와주지는 않대요. 그런데 우리 코치가 차를 세웠어요. 제가 꼭 기억해 놓고 있겠습니다. 팬들도 웃고 그래서 순간적으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아 세우는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코치가 감독을 위해 선수단 버스를 막아준 일은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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