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 서포터스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FC안양 제공

FC안양이 심상치 않다. 내부적인 갈등으로 구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서포터스는 임은주 단장의 불합리한 구단 운영을 지적하고 임은주 단장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죄로 응수했다. 진실 공방이 끝없이 펼쳐졌고 결국 임은주 단장과 서포터스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다각도로 이 문제를 취재해 흔들리고 있는 FC안양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치려 한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되고 있던 걸까.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결국 누적됐던 불만이 터졌다. 이제 관건은 '언제 봉합할 수 있을까?'다.

안양 구단과 서포터스 사이의 법적 공방을 두고 <스포츠니어스>는 양 측의 입장을 가감없이 들었다. 때로는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공격적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화해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이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예측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향후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게 될 주요 쟁점들에 대해 정리했다.

-'원정 숙소 음주' 논란은 끝났지만…

안양 구단이 발표한 공식 입장 중에는 폭로의 성격이 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로 서포터스의 '원정 숙소 음주' 논란이다. 부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서포터스가 경기 전 선수단의 원정 숙소를 방문했고 선수단 운전기사와 맥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는 이야기다. 구단은 이 자리에서 서포터스들의 욕설이 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구단을 둘러싼 논란 중에 이 내용이 가장 빠르게 마무리됐다. 안양 서포터스 회장은 사과문을 작성해서 구단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구단 역시 이를 팬들에게 공지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인 다툼 등 추가적인 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사과를 요구했고 서포터스는 이를 빠르게 수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이 내용에 대해 앙금을 완전히 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임은주 단장은 "두 캔이든 열 캔이든 숙소 안에서 음주를 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서포터스 회장은 "우리가 잘못한 게 맞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하지만 서포터스 내의 여론은 썩 좋지 않다. 구단이 '술 파티'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쓴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공방, 곧 시작할듯

사실 본격적으로 양 측의 법정 싸움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구단 측은 현재 변호사 등을 통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고 서포터스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28일까지 안양 구단을 상대로 열리는 안양시 주관 감사에 좀 더 무게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단 측이 본격적으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법정에서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임 단장의 말에 따르면 구단은 서포터스를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할 계획이다. 고소 대상은 안양 서포터스 회장 유재윤 씨 한 명이다. 임 단장은 "결국 문제는 회장이 만들었다"며 끝까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고소인이 될 유 씨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구단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면 나 역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구단의 고소장에 어떤 내용이 써있는지에 따라서 유 씨의 대응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포터스 차원에서의 대응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반드시 필요한 사실 관계 정리

양 측과 모두 인터뷰를 한 끝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서로 말이 다르다'였다. 주요 사건에 대한 의견부터 사소한 코멘트까지 양 측의 말이 일치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입장 차이는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자신의 입장 대변에 조금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양 측의 증언은 엇갈리고 있다.

법정에 가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사실 관계 정리는 쉽지 않다. 법리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이러한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포터스가 제기한 의문 중에는 합리적인 의문 또한 있었다. 이것 또한 법정에서 해결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실한 사실이라 볼 수 있는 것은 간담회를 가졌다는 사실과 서포터스가 단장에게 PT를 요청했다는 것, 그리고 감독과 서포터스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 정도다.

물론 현재 양 측은 서로를 향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법적 공방 등이 큰 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사실 관계는 잔불에 해당한다. 별 것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다시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방 진행과는 별도로 꼭 필요한 일이다.

-서포터스 회장, 처벌 받을까?

법적 공방이 시작된다면 가장 큰 관심은 서포터스 회장의 처벌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 단장이 우선 밝힌 고소의 이유는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다. 임 단장은 이를 위해 증거 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에서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바로 '모욕죄 여부'다. 임 단장은 "서포터스 회장이 페이스북에서 나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댓글로 달았다"고 주장했다. 서포터스 회장은 이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 "서포터 친구의 개인 계정에 달았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 단장이 욕설에 대한 부분도 법정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히면서 이것 역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 양 측이 모두 인정한 대로 서포터스 회장이 서포터 친구의 개인 계정에 댓글로 임 단장의 욕을 써놓았다는 것은 맞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서포터의 개인 계정이 '전체 공개'가 아닐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만일 '친구 공개'나 '비공개'인 상황에서 제보가 됐을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 부분이 변수가 될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모욕죄 성립 가능성은 비교적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 대해 '법무법인 창천'의 박건호 변호사는 "공연성 요건을 충족시키느냐도 관건이 되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전파 가능성이다"라면서 "페이스북 게시물이 전체 공개인지, 아니면 친구 공개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시글이 친구 공개여도 퍼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면 모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어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루머에 대해서 서포터스 회장은 루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 또한 유포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결국 이 법정 싸움의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 내려질 판결문에 대한 상세한 분석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은주 단장의 아킬레스건, 전력분석코치

법적 공방과는 별개로 전력분석코치는 임 단장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포터스 회장은 전력분석코치에 대해 들어온 정보들을 모두 폭로했고 감독 역시 "전력분석코치의 영입은 단장님이 진행한 것이 맞다"고 말하며 전력분석코치 영입이 임 단장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 전력분석코치가 정관을 위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데려왔다는 것이다. 안양 구단의 정관에는 감독 한 명과 코치 세 명으로 코칭 스태프를 구성하게 되어 있다. 임 단장 부임 당시 이미 코칭 스태프의 정원은 꽉 차있었다. 하지만 3월에 전력분석코치를 선임했고 4월에는 전략코치를 데려왔다. 기존 코치진을 유지한 채 추가로 선임한 것이었다.

임 단장도 할 말은 있다. "이사회에서 혼날 각오 하고 데려왔다"는 것이 임 단장의 주장이다. 전력분석코치나 전략코치는 K리그 각 구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직책이다. 이와 함께 임 단장은 "감독의 필요에 따라 선임했다. 구단 사무국의 선수단 지원은 전적으로 감독의 뜻을 존중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관한 진실 공방이 한 차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관을 위배했다는 점에서 임 단장은 구단의 대표 입장으로 이사회나 시청 등의 지적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포터스가 전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언제든지 본격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안양시의 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공방과는 별개의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예상 외의 아킬레스건이 발견된 상황인 셈이다.

-양자 공방, 3자 공방으로 번질까?

현재는 구단과 서포터스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단순히 둘 만의 법적 공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양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계속해서 제 3자의 자격에 머무른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만일 3자 공방으로 번지게 된다면 가장 유력한 사람은 김종필 감독이다. 현재 김 감독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 측의 이야기에서는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이 법적 공방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조심스러운 예측이 등장하고 있다.

시청이나 시의회가 등장할 수도 있다.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이들이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앞서 몇 차례 언급했지만 곧 안양 구단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다. 서포터스는 각종 루머 및 의문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법적 공방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김 감독 역시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님이 지역 주민을 고소한 걸 어떻게 받아들이실까"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하나의 공통점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안양의 내분은 끝날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현재 구성원 모두가 안양 구단의 발전을 위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임 단장과 서포터스 회장 등 모두가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양 측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건의 양상을 알 수 있다. 구단 발전을 위해 양 측이 생각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의 과정에서 감정적인 대립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현재 이 상황은 100%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서로 서운한 부분이 쌓여서 폭발한 것도 일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봉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양 측의 입장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크다. 향후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양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구단과 서포터스가 법적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상황은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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