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제도로 관심을 끄는 건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런 많은 관중은 축구에 재미를 느껴야 경기장을 찾는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에서 관중수 부풀리기는 관행이었다. 텅 빈 경기장에 1만 명이 들어왔다고 주장해도 그걸 믿는 사람도 없었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K리그는 2012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부풀릴 대로 부풀려진 관중수를 제대로 바로 잡겠다면서 관중수 실집계를 도입한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실제 관중수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는데 2012년 이후 공식적인 K리그 관중수는 이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2012년 이전 관중수 집계가 허울 뿐이었고 이후 관중 집계가 엄격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몇몇 K리그 챌린지 구단에서 다시 관중수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원정팀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투명한 집계를 위해 처참한 관중수도 적나라하게 발표했던 구단들이 “저 팀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 역시 문제점을 인식했다. “이러다가 또 2012년 이전 관중수 부풀리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은근슬쩍 다시 고개를 드는 K리그 관중수 부풀리기 의혹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과연 프로축구연맹은 관중수 부풀리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관중 집계,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시즌까지 연맹에서는 매 경기 ‘매치 코디네이터’를 파견했다. 이 매치 코디네이터들은 경기장 별로 좌석 배치도까지 구해 경기장을 찾았다. 한 섹터를 꽉 채우면 관중수가 몇 명인지까지 미리 공부한 것이다. 2012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구단은 관중수를 전혀 부풀릴 수가 없었다. 연맹이 인정하는 관중수는 연간회원권(시즌권)과 유료 티켓, 스카이박스, VIP, 미디어 등에 무료 티켓까지 포함하는 수치다. 홈 경기를 하는 구단은 경기 도중 이 자료를 싹 수거해 구단 대표의 사인까지 받아 연맹 매치 코디네이터에게 제출했다. 이게 바로 ‘관중명세서’다. 유료 티켓은 물론 무료 티켓까지 다 세어서 보고해야 했다.

경기장 좌석 배치도를 구해 섹터별로 관중수를 세어본 매치 코디네이터가 최종적으로 이 ‘관중명세서’에 사인을 해야 공식 관중으로 집계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집계된 관중수는 후반 35분경 발표됐다. 그런데 만약 매치 코디네이터가 보기에 조금이라도 관중수에 이상이 있을 경우 관중수가 경기 도중 발표되지 않고 곧바로 연맹으로 보고 됐다. 연맹에서는 구단에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시즌권과 유료 티켓 등은 바코드가 있으니 이걸 자료로 제출해야 하는데 무료 입장 관객수를 소명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는 매치 코디네이터가 경기장마다 파견돼 관중수 부풀리기를 감시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연맹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이제는 관중수 실집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이유로 올 시즌부터는 이 역할을 경기감독관에게 맡겼다. 매치 코디네이터가 하는 역할을 경기감독관이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감독관은 대부분 경기인 출신으로 경기장에서 하는 일이 많아 관중수만을 정확히 집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과정이 느슨해지자 몇몇 구단이 관중수를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대중이 정확하지 않은 경기감독관이 부풀리기 의혹이 있는 경기에서도 홈 경기를 치르는 구단의 관중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몇몇 경기에서는 관중수 발표 이후 연맹이 관중수를 재집계해 정정 발표하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관중 실집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이 사진은 오늘 칼럼과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 수원 삼성

연맹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연맹 입장에서는 힘들게 자리 잡은 관중수 실집계가 다시 부풀려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연맹 홍보마케팅팀 홍우승 과장은 “2012년 이후 관중수 실집계를 위해 무려 4~5년을 고생했다. 그런데 다시 관중수가 뻥튀기 되는 걸 관행으로 넘기지는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연맹에서는 관중수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몇몇 구단을 직접 방문해 정확한 관중수 집계를 요구했고 그들의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인력 문제로 매 경기 매치 코디네이터를 파견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경기는 경기 감독관을 통해 경기장 전면 사진을 찍어와 분석한다. 관중석을 채운 관중의 모습을 보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구단에 관중 입장을 증명할 수 있는 바코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집계한다.

홍우승 과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프로야구는 경기 당일 입장 수익을 양 구단이 비율에 따라 나누기 때문에 관중수 부풀리기가 어렵다. 배구와 농구는 체육관 규모가 작아 관중수를 부풀릴 수 없다. 하지만 K리그는 경기장이 크고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와 광고, 홍보 등을 이유로 관중수 뻥튀기를 용인해 왔다. 그래서 관중수 실집계를 도입한 것이다.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의미였다. 누굴 위한 관중 뻥튀기인가. 서로 간의 신뢰를 깨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관중수 실집계를 시작했다. 그 의미가 퇴색 되어선 안 된다.” 여건상 매치 코디네이터를 계속 파견하지는 못하지만 연맹은 계속 이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이전까지 관중수 부풀리기를 하다 적발되면 연맹이 해당 구단에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릴 수 있었지만 연맹은 최근 이 제재금 한도를 없앴다. 의혹만 무성하지만 만약 적발 때는 500만 원 이상의 제재금도 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곧바로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연맹은 절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구단 입장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대신 어떻게 하면 훨씬 더 정확한 관중 집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홍우승 과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고민을 잘 알 수 있다. “J리그는 관중수 실집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들도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가장 확실한 건 출입구에서 일일이 관중수를 세는 것이다. 구식이지만 J리그는 지금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관중수 뻥튀기 용납 안한다”

여건이 풍족하지 않은 연맹이 당장 모든 경기장 입장 게이트에 인력을 배치해 관중수를 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연맹은 그럼에도 고민하고 노력 중이다. 최근 들어 몇몇 구단에서 관중수 부풀리기 의혹이 다시 생겨나고 있지만 이에 반응하고 직접 경기장까지 찾아 꼼꼼히 집계를 확인하는 연맹의 자세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과거 같으면 이런 의혹에 연맹은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홍우승 과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관중수 부풀리기는 앞으로 연맹 차원에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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