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코바가 달라졌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독단적인 플레이를 한다." "플레이 패턴이 읽힌 선수." "수비 가담이 게으른 선수." "팀과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선수." "무리한 돌파 시도로 공격 기회를 무산시킨다." 크로아티아 출신 이반 코바체츠, 코바를 향한 평가다. 그는 2015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최고의 윙어이자 크랙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를 향한 찬사는 점차 줄어들었다. 코바의 플레이에 당황하던 수비수들은 그를 막아내는 해답을 찾았다. 코바는 울산에서 입지를 잃은 뒤 울산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 코바가 달라졌다. FC서울로 이적하면서 서울 왼쪽 측면 활로를 뚫었다. 서울을 만난 상대 팀 오른쪽 수비수들은 그를 막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크로스를 올리면 중앙에는 데얀이 있다. 코바가 서울에 합류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던 윤일록은 오른쪽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그렇다고 공격으로 서울의 왼쪽을 공략하긴 쉽나. 그는 수비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세로 검빨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기량을 다시 펼치고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 ⓒ 프로축구연맹 제공

단조로운 플레이? "알아도 못 막는다"

코바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팀은 울산이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서울전 원정 사전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 안 온다더니"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울산을 떠난 뒤 좋은 활약을 펼치는 코바를 바라보는 김도훈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코바 대응책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나보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 안다"라고 답했다. 코바도 울산을 알고 있겠지만 울산도 그만큼 코바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제주 조성환 감독도 김도훈 감독과 비슷한 말을 했다. 2015년 코바와 한솥밥을 먹은 안현범을 믿었다. 조성환 감독은 "안현범이 잘 알 것이다"라고 전하며 "그래도 일대일은 힘들 것이다. 센터백들과 미드필더들이 협력 수비를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도 코바의 단조로운 플레이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황 감독은 코바를 향한 편견에 대해 "코바를 상대할 때도 코바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비했었다. 그러나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는 알아도 막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드리블을 선호하는 코바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울산 김창수와 김승준도, 제주 안현범도 코바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코바가 크로스를 할 때도, 그가 크로스를 받을 때도 코바에게 계속 기회를 허용했다. 특히 울산전 코바의 활약은 특별했다.

황선홍 감독의 말이 맞았다. 그는 알아도 막기 힘들었다.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 그를 상대해왔던 측면 수비수들은 코바 드리블에 무너졌다. 위치선정도 좋아 코바에게 향하는 볼 배급도 많았다. 코바가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가진 선수"라는 편견을 깨는 방법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코바의 드리블이 뻔하다? 그는 그것을 약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장점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장점으로 피치를 누비며 상대 측면을 파괴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 ⓒ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비 가담이 게으르다는 편견 극복한 코바

코바를 향한 시선 중에는 "수비 가담이 게으른 선수"라는 편견도 있었다. 그러나 코바는 서울에 입단한 이후 좋은 활약을 펼쳤고 울산과 제주를 상대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울산전에는 윤일록의 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서울의 수비상황에서는 서울 진형 깊숙이 위치해 수비를 도왔다. 울산을 상대할 때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울산의 측면 공략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제주전에서는 그가 후반 교체되자 안현범의 공격이 살아났다는 점이 근거가 된다.

코바를 변화시킨 것은 '소통'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울산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코바의 수비가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많이 소통하고 있다. 본인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중앙을 압박할 것인지, 풀백을 따라갈 것인지 얘기하면 잘 이해한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소통의 연결창구는 데얀이다. 코바는 데얀과의 소통을 묻는 말에 "그냥 우리말로 다 말한다"라고 했다. 그가 말한 '우리말'은 물론 한국어가 아니라 세르비아어였다. 서울팬들의 '작은 형' 코바는 '우리 형' 데얀 덕분에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벤치의 지시도 찰떡같이 알아듣게 됐다. 공격진영에서만 어슬렁거리지 않고 제대로 수비진영에서 지능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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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극복 비결? "다 동료 덕분입니다"

코바는 울산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울산에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떠날 때는 초라했다. 코바는 어떻게 그를 향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직접 본인에게 물어봤다. 그는 "다 동료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동료들을 향한 전폭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서울은 다른 팀들보다 더 좋은 팀이다"라고 말하며 "하대성, 오스마르같이 볼 배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오픈 상황에서 좋은 패스가 많이 온다.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바는 서울에서 좋은 위치 선정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미드필더들은 코바를 향한 볼 배급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에게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있다면 돌파는 순식간이다. 그리고 측면 드리블 돌파는 코바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플레이이기도 하다. 동료들이 그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준다는 것이다.

그는 데얀과 좋은 연계를 펼치고 있다. 상대팀 감독들은 이제 "경계대상이 늘어났다"라고 전한다. "데얀을 막으면 서울 공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라는 서울 공략법은 이제 낡은 정보가 됐다. 모두들 데얀과 함께 코바, 윤일록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데얀뿐만 아니라 박주영, 윤일록과 플레이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박주영에 대해서는 "볼 키핑도 좋고 슈팅 능력도 있다. 월드클래스다"라고 밝혔으며 윤일록에 대해서는 "좌우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베스트 플레이어다. 난 왼쪽에서 플레이하는 게 더 편하고 그래서 그가 오른쪽에 갔지만 윤일록은 어느 쪽에 있든 잘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동료들을 추어올렸다.

제주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코바는 다소 의기소침했다. "운이 많이 따라주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하며 "내 실수가 잦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데얀에게 연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내 실수라고 생각한다"라며 경기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이제 명실상부 서울의 왼쪽 크랙이다. 제주전에서도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의 드리블 돌파로 제주 수비진들이 우후죽순처럼 무너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데얀이 측면으로 움직이면 바로 중앙으로 파고드는 영민함도 보여줬다. 이제 코바에게 씌워진 색안경을 벗을 때가 됐다. 그는 이제 그저 그런 뻔한 선수가 아니다. 우리 코바는 그런 선수 아니다. 그는 분명 달라졌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