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생제르망 공홈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시장이 드디어 종료됐다. 두 달간 진행된 이번 이적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대급이다. 지난해 폴 포그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기록한 최고이적료는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새롭게 갱신됐다. PSG는 한 달간 4억 유로(약 5,322억원)를 지출하며 당당히 역대 최고 이적료 1,2위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물러나고 리용홍 시대를 맞이한 AC밀란은 11명을 영입하며 명가재건에 나섰다. 이번에도 프리미어리그는 최고 이적료를 지출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이번 유럽 이적시장을 키워드로 함께 만나보자.

ㄱ: 과소비

과소비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3,000만 파운드(약 436억원)는 S급 선수 영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젠 좀 한다하는 선수라면 3,000만 파운드가 기본이 되어버렸다. 물론 최근 들어 빅클럽들의 수익구조가 개선되면서 총수입이 대폭 증가, 자연스레 씀씀이도 커지게 됐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이적시장 전체에 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했다. ‘무결점 스트라이커’ 안드리 세브첸코를 영입한 금액으로 이제는 모하메드 살라 밖에 살 수 없게 됐다.

ㄴ: 네이마르

역대급 이적이다. 처음 이적루머가 나돌았을 때만해도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PSG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 이적료는 무려 2억 2,200만 유로(약 2,950억원)다. 1년 전 폴 포그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기록한 최고 이적료인 1억 500만 파운드의 2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다. 네이마르는 또한 이번 이적으로 세계 최고액인 4,600만 유로(약 619억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는 주급으로 환산하면 약 11억 6,000만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성인에게 권장하는 하루 평균 8시간의 수면만 취해도 5,660만원을 버는 셈이다.

ㄷ: 데드라인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데드라인보다 극적이고 흥분을 자아내는 단어는 없다.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헬기가 동원되는가 하면 누구는 계약서 사인을 앞둔 상태에서 호텔을 빠져나와 다른 클럽과 계약을 맺기도 한다. 서류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이적이 불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지막 이적의 극적인 순간을 보도하기 위해 각 방송사들은 경기장과 메디컬센터 근처로 리포터들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내보낸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데드라인 이적은 이번에도 뜨겁게 진행됐다. 유럽에서 가장 핫한 십대 킬리안 음바페는 선임대후 완전이적 조항으로 AS모나코를 떠나 PSG로 이적했다. 기성용이 속한 스완지시티는 헤나투 산체스와 윌프레드 보니 영입을 마무리 지었다. 리버풀은 아스날로부터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을 3,500만 파운드(약 509억원)에 데려왔다. 토트넘은 ‘사자왕’ 페르난도 요렌테와 PSG의 오른쪽 풀백 세르지 오리에를 영입했다. 첼시는 토리노서 다비데 자파코스타를 수혈하며 우측 풀백을 보강했고 레스터와 극적인 합의 끝에 대니 드링크워터를 데려왔다.

ㄹ: 루머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매 이적시장마다 수많은 루머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사라진다. 내용은 가령 ‘A는 팀의 플랜에 불만을 갖고 있다’, ‘B가 조금 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C의 이적은 며칠 내로 발표 된다’ 등이다. 근거 없는 이적루머는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적 사가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시작은 탈세 의혹과 함께 전해졌다. 지난 6월 1,470만 유로(약 186억원)를 탈세한 혐의로 스페인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호날두가 이에 격분, 스페인을 떠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언론의 ‘호날두 흔들기’도 때맞춰 등장했다. 스페인 언론은 일제히 ‘호날두는 이미 지난 시즌 자신을 향한 홈팬들의 야유 세례에 크게 실망한 상태’, ‘리오넬 메시의 탈세 혐의 당시 적극적으로 메시를 옹호한 바르셀로나와 달리 자신의 변호에는 미온적인 레알에 크게 실망했다’, ‘호날두는 이번 사건으로 스페인 생활에 환멸을 느꼈으며 페레즈 회장에게 레알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하며 이적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결과는 잔류였다. 호날두는 애초에 탈세에 관련된 해명 말고는 어떠한 공식입장도 표현하지 않았었다. 오직 언론만 이적을 기정사실화하며 대서특필 보도하기 바쁠 뿐이었다.

ㅁ: 맨체스터형제

펩 과르디올라를 감독직에 새롭게 앉혔지만 리그 3위에 그쳤던 맨시티의 영입 키워드는 ‘분노’였다. 벤자민 멘디(약 753억원)와 베르나르도 실바(약 655억원)를 AS모나코로부터 동시에 영입했고 오른쪽 풀백 포지션은 카일 워커(약 668억원)와 다닐루(약 393억원)로 보강했다. 지난 시즌 불안한 모습으로 일관한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대체하기 위해 벤피카에서 에데르손(약 524억원)을 데려왔다.

UEFA 유로파리그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리그에서는 6위에 그친 맨유는 보강이 절실한 포지션에 맞춰 영입을 진행했다. 에버튼에서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약 1,108억원)를 영입하며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단일 이적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고 폴 포그바의 파트너는 네마냐 마티치(약 580억원)로 낙점했다. 중앙수비수는 벤피카의 빅토르 린델로프(약 458억원)를 데려오며 보강을 마쳤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이로써 또다시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14억 7,000만 파운드(약 2조 1,370억원)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지출한 금액의 총액이다. 이 중 맨체스터 형제는 각각 2억 2,000만 파운드(맨시티: 약 3,200억원)와 1억 4,800만 파운드(맨유: 약 2,150억원)를 사용하며 높은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의 1/4이 넘는 지출규모였다.

ㅂ: 바르셀로나 트리오

지난 31일 ‘코리안 메시’ 이승우의 헬라스 베로나 이적이 확정되면서 바르셀로나 트리오가 결국 해산했다. 비록 리오넬 메시와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선수 본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인 선택이다. 장결희는 2년 계약에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계약으로 그리스 1부 아스테라스 트리폴리 FC로 이적했다. 백승호는 88년 만에 라리가 승격을 이룬 지로나 FC로 이적, B팀(3부)에서 1년간 프로 무대 경험을 쌓는다. 한 시즌 활약 뒤 1군 승격이 계약서에 명시되어있어 걱정은 없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U-20 월드컵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며 선택지를 고민한 이승우는 출국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나이다. 이제는 성인이기 때문에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며 이적을 암시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이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와 샬케04, 마인츠(이상 분데스리가), 보르도, 몽펠리에, 디종(이상 리그앙), 볼로냐, 피오렌티나, 베로나(이상 세리에A) 등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종선택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헬라스 베로나였다. 이승우에게 금전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출전기회와 개인적인 성장 가능성에만 집중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적료는 150만 유로(약 20억원)이며 계약기간은 4년이다. 참고로 만일을 대비해 바르셀로나는 2년 안에 바이백을 발동시킬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해놓았다.

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비밀은 없으니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Walls have ears’로 외국에서도 그만큼 말과 비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는 SNS가 있어 말조심할 필요가 없다. 새와 쥐를 무서워했던 사람들도 두 다리 뻗고 잠을 청해도 된다. 그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만 각별히 신경 쓰게 됐을 뿐이다.

SNS는 젊은이들의 소통의 새로운 창구이자 최신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이다. SNS의 엄청난 힘은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단의 선수프로필을 담당하는 사진사들은 이제 인기스타나 다름없어졌다.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특정 선수의 입단소식을 구단 발표보다 먼저 팬들에게 알렸다.

젊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며 자신의 이적을 암시했다. 이중에서도 AS모나코의 티에무에 바카요코와 벤자민 멘디는 자타공인 관종으로 등극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을 안달 나게 만들었다. 바카요코는 자신의 프로필에 소속팀인 AS모나코를 삭제하고 영어를 공부하는 사진을 인스타에 업데이트하며 프리미어리그로의 이적을 암시했다. 논란이 일자 프로필에 금세 AS모나코를 재추가 했다. 이후 첼시의 훈련장인 코밤 사진을 게시했다. 첼시로의 이적이 확정이냐는 팬들의 댓글이 쇄도하자 또다시 사진을 삭제했다. 첼시는 며칠 뒤 이적을 공식발표했지만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맨시티로 이적한 멘디의 SNS 활용은 바카요코보다 훨씬 심했다. 맨시티 이적설이 본격적으로 나돈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비행기에 오른 모습을 라이브로 방송했다. 이에 팬들은 맨체스터로 향하는 비행기라 확신하며 환호했다. 맨시티 소식과 관련해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구단 내부 출입기자도 깜빡 속아 멘디의 이적을 보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상은 휴가를 위해 파리로 출발하는 것일 뿐이었다.

휴가 중엔 대문자 M이 선명하게 새겨진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공개했다.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맨시티 이적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뒤 휴가를 마치고 모나코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해 환히 웃는 사진을 게시했다. 멘디는 맨시티로 이적한 에데르손과 카일 워커를 팔로우 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적을 보도하는 소식에 연신 ‘좋아요’를 누르며 관종 행동을 이어갔다. 경기장이 아닌 SNS에서 놀라운 활동량을 선보인 멘디는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약 753억원)를 기록하며 맨시티 이적을 확정지었다.

ㅇ: 영건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대체자로 오스만 뎀벨레를 낙점했다. 애초에 1순위는 필리페 쿠티뉴였다. 쿠티뉴도 소속팀 리버풀에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하며 바르셀로나행을 강력히 희망했다. 문제는 이적료였다. 적지 않은 이적료가 제시됐지만 리버풀을 협상테이블에 앉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쿠티뉴만 바라보기엔 리스크가 있었다. 뎀벨레로 우회했다. 본인도 이적에 적극적이었다. 2순위까지 놓칠 수는 없었다. 길고긴 협상이 이어졌다. 결국 역대 3번째 이적료인 1억 500만 유로(약 1,400억원)에 이적이 결정됐다. 하지만 기대보단 우려가 뒤섞인 선택이다. 재능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프랑스를 이끌 재목임은 분명하다. 다만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을 뿐이다. 이적료보다 더 큰 부담은 네이마르의 향수를 지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무서운 십대 음바페도 결국 PSG로 향했다. 초반 아스날과 PSG, 레알 마드리드의 3파전이 이어졌다. 소속팀 AS모나코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과 주급 9배 인상 카드를 제시하며 팀의 미래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이에 음바페도 이적은 시기상조임을 밝히며 잔류를 암시했다. 17/18시즌 유니폼 공개 행사에 메인모델로 참가했고 리그앙 개막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8월 중순 PSG의 공식 오퍼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팀동료와의 불화설과 함께 벤치를 지키는 일도 잦아졌다. 모나코는 결국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적 조건은 단 하나, 그의 능력에 부합하는 이적료였다. PSG도 라이벌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결국 1억 3,500만 유로와 추가 옵션 4,500만 유로, 총 1억 8,000만 유로(약 2,400억원)라는 역대 두 번째 이적료에 합의했다. PSG가 네이마르와 음바페 두 명의 영입에 지출한 비용은 이로써 도합 4억 유로(약 5,322억원)를 돌파했다.

ㅈ: 잔류

눈치백단형 잔류 로맨스형 잔류 울며 겨자먹기형 잔류. 이번 이적시장에서 나타난 잔류의 세 가지 형태다.

눈치백단 잔류는 고도의 스킬이 필요하다. 우선 이적시장 개방에 맞춰 막무가내로 이적을 요구해야 한다. 이 분야 최고는 마르코 베라티다. 여기에 적절한 부추김도 필요하다. 그 역할은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맡았다. 그들은 ‘바르샤 DNA’론에 입각해 베라티를 흔들었다. 베라티도 장단에 맞춰 응석을 부렸다. 자, 이제 적절한 이적료만 제시되면 된다. 근데 상대가 PSG다. 이적료? 그런 거 필요 없단다. 오히려 PSG가 잔뜩 화났다. 정신차려보니 함께 뛰고 싶었던 상대팀 에이스가 우리팀에 와있다. 베라티가 웃기 시작했다. 충성까지 맹세했다. 진정한 눈치백단이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다음은 로맨스형 잔류다. 관객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기위해선 적절한 침묵이 필수다. 여기에 고도의 밀당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이 확실시 됐었다. AT 마드리드 팬들도 이제는 놓아줄 때라며 이별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때맞춰 복병이 등장했다. 영입금지 징계 항소가 기각됐다. 이쯤 되니 팀을 떠나기엔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 결국 잔류를 발표한다. 그냥 ‘잔류할게’라 말하면 멋이 없다. 젊은 감성에 맞춰 SNS를 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글을 수정한 뒤 업데이트 버튼을 누른다. “그 어느 때 보다 아틀레티코, 모두가 함께”

마지막이 제일 난감한 유형이다. 응석은 있는 대로 다 부렸다. 소속팀도 백기를 들었다. 근데 태도가 좀 이상하다. ‘4달라’만 외칠 뿐이다. 시간이 다 됐는데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아 잔류라니. 이제 화가 잔뜩 난 팬들을 마주해야 한다. 이거 참 큰일이다. 눈물이 절로 난다. 대낮이라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도 없다. 필리페 쿠티뉴는 이 상황이 너무 두렵고 슬프다.

ㅊ: 차선책

‘최선책에 다음가는 방책’은 차선책의 사전적 의미다. 선택받는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찜찜함이 크다. 이적시장 초반에만 해도 첼시의 영입 1순위는 로멜루 루카쿠였다. 근데 잠시 방심하는 사이 맨유가 루카쿠를 낚아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디에고 코스타를 다시 한 번 품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차선책으로 알바로 모라타를 데려왔다. 모라타가 안토니오 콘테의 스타일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절실함으로 가득 차 있다. 적당한 기회가 부여된다면 모라타는 첼시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2득점,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차선책이 알고 보니 최선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ㅋ: 카타르

네이마르의 PSG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이적 의사를 직접 전달하면서 그 가능성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철저한 준비와 책략이 필요했다. PSG에게 바이아웃 금액인 2억 2,200만 유로(약 2,950억원)는 문제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룰 준수에 있었다. 이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PSG의 카타르 개입 비책이 등장했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와 관련 있는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네이마르의 이적을 성사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네이마르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로 임명해 스폰서 비용으로 바이아웃 금액을 제공, 이를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 전달해 바이아웃을 발동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는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가 PSG를 소유한 구단주이기에 가능했다. 아직 진위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영입을 위해 국가가 개입했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 목적으로 투자가 진행됐다는 부분의 개연성은 확실한 상태다. UEFA도 이번 이적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마르 이적 사가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ㅌ: TT

걸그룹 트와이스의 타이틀곡 TT는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아스날의 상황도 TT다. 안타깝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이들은 17/18시즌 개막 후부터 꾸준히 ‘WENGER OUT’을 외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단 보강에 혈안이 되어 알찬 이적시장을 보낸 경쟁팀들과 달리 아스날은 고작 알레상드르 라카제트와 세아드 콜라시나츠 2명 영입에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이적료 기록을 갱신하며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보강했다는 것만큼은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다.

하지만 미미한 영입시도는 결국 리그 초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개막전에서 레스터에 4-3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2라운드 스토크 시티전 0-1 패배와 리버풀전 0-4 참패는 결국 팬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특히 리버풀전에서 드러난 선수들의 무기력한 태도와 전술적 취약함은 팬들의 관전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진 상태다. 이에 아르센 벵거 감독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나보다. 이적시장 마감을 7시간 앞두고 AS모나코의 토마 르마에 1억 유로(약 1,334억원)을 비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선수가 거절하며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스날 팬들의 속은 끝 모르고 타들어가는 중이다.

ㅍ: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Financial Fair Play)는 ①구단의 재정적 책임감과 자생력을 키우며 ②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지출을 막고 ③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제한하기 위해 UEFA가 지난 2009년 도입한 제도다. 즉, 구단은 수입에 비례해 지출해야 하며 정해진 적자폭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어기는 구단은 벌금과 UEFA 클럽대항전 선수등록 축소, 심할 경우 출전금지 페널티를 부여받는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클럽의 재정적 건전성을 향상시키고 구단 간 빈부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이 규칙은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음이 드러났다. PSG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카타르가 개입하는 신종 편법을 활용해 믿을 수없는 영입을 일궈냈고 새로운 경영인 리용홍 시대를 맞이한 AC밀란은 신설조항인 ‘자발적 합의’의 수혜자가 되어 이번 여름 제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11명의 선수를 새롭게 영입했다.

ㅎ: 하이재킹

1년 전부터 A팀을 열렬히 응원하기 시작한 B씨는 지난 29일 응원하는 팀이 월드클래스급 선수인 C의 영입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환호했다. 하지만 B씨는 이튿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C선수가 라이벌팀의 유니폼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수년간 유럽 이적시장을 지켜봐왔던 B씨의 친구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주제를 전환해 대화를 이어간다. 너무나 태연한 친구들의 모습이 B씨는 낯설다.

해외축구팬들 사이에선 이적시장을 두고 정설로 통하는 말들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와 ‘옷피셜 뜰 때까지 안 믿음’이다. 특정 클럽과 계약을 앞둔 선수를 더 좋은 계약조건으로 낚아채거나 또는 영입가능성이 매우 컸던 선수를 가로채는(?) 행위를 뜻하는 일명 ‘하이재킹’은 이적시장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하이재킹이 평소보다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

시작은 다니엘 알베스가 끊었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알베스는 첫 시즌에 리그 타이틀과 코파 이탈리아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하며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그런 그에게 구미에 알맞은 제안을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맨시티의 수장 펩 과르디올라였다. 자신의 활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펩의 제안에 알베스는 상당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유벤투스도 활약에 대한 예우로 상호해지를 통해 그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줬다.

알베스는 이후 따로 펩을 만나 새로운 시즌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을 만큼 그의 맨시티행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휴가 중 리오넬 메시의 결혼식에 참가한 알베스에 PSG가 접근해온 것이다. 이들은 구단의 밝은 미래와 높은 주급을 제시하며 그를 설득해 나갔고 알베스도 이에 마음이 급변, 순식간에 계약을 마무리 지으며 PSG 이적을 확정지었다.

데드라인 당일, 페르난도 요렌테는 첼시가 아닌 토트넘을 선택했다. ⓒ 토트넘 핫스퍼 공홈

또 다른 빅딜의 주인공은 로멜로 루카쿠다. 루카쿠는 18살 어린나이에 벨기에 주필러리그를 정복하고 드림클럽인 첼시로 합류했다. 하지만 십대에 불과했던 그에게 프리미어리그는 수준이 너무 높았다. 이후 웨스트 브로미치와 에버튼에서 임대로 경험을 쌓은 루카쿠는 2014년 에버튼으로 완적이적한 뒤 기량이 만개했다. 이번 여름 디에고 코스타를 대신할 새로운 원톱 스트라이커가 필요해진 첼시는 성장을 거듭한 루카쿠의 재영입에 나선다. 이제는 자신이 생긴 루카쿠도 첼시행을 강력히 희망했다. 영입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공식적인 이적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상황이 마무리됐기에 첼시는 여유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이적건에 초점을 맞췄다. 한마디로 방심하고 있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십자인대 파열로 장기 이탈한 맨유도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앙투안 그리즈만, 알바로 모라타, 안드레아 벨로티, 킬리안 음바페, 에메릭 오바메양 등을 놓고 고민했다. 여기엔 물론 루카쿠도 포함되어 있었다. 맨유는 검증된 선수를 원했다. 한발 물러나 상황을 주시했다. 가능성이 제법 있었다. 루카쿠의 에이전트는 바로 맨유가 1년 전 영입한 폴 포그바와 이브라히모비치, 헨리크 므키타리안의 에이전트인 미노 라이올라였다. 웨인 루니를 계약에 끼워 넣으면서 에버튼과의 협상도 가속도를 탔다. 루카쿠도 지쳐있었다. 아직 공식오퍼도 하지 않은 첼시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최종 선택은 맨유였다. 상황을 너무 낙관하던 첼시는 결국 이번 이적시장 가장 충격적인 하이재킹을 경험해야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이적시장은 다가오는 17/18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빅이어 트로피를 향한 PSG의 바람은 마침내 이뤄질 수 있을까. FFP룰을 둘러싼 진실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공언한 UEFA의 결론은 과연 무엇일까. 네이마르의 이적료를 뛰어넘는 이적이 언제 또 발생할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내년엔 어떤 이적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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