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수가 아니다. 김동준이다. ⓒ성남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성남FC 김동준이 <복면가왕>에 나갈 수 있을까. 일단 박경훈 감독은 제자의 출연을 허락했다. 성남FC 박경훈 감독은 김동준의 노래 실력을 극찬했다. 김동준은 지난 1일 성남이 발표한 구단 테마송 ‘My Hands’의 메인 보컬로 참여해 깜짝 놀랄 만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는 것을 눈여겨 본 사무국의 요청을 김동준이 흔쾌히 수락하며 마이크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김동준은 프로에 버금가는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2일 안산그리너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 아내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동준이가 노래를 되게 잘하던데요.” 김동준의 음원 발매 소식을 몰랐던 박경훈 감독은 아내가 틀어준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김동준의 노래 실력이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박경훈 감독은 김동준의 노래 실력을 마치 윤종신이 슈퍼스타K에서 <버스커버스커>를 평가하듯 이렇게 말했다. “동준이가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전문 트레이너에게 트레이닝을 조금만 더 받으면 축구뿐 아니라 노래도 프로 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경훈 감독은 그러면서 말을 이으며 웃었다. “운동 선수 중에 이렇게 끼를 숨기고 사는 이들이 꽤 있어요. 청소년 대표팀에 있던 구자명도 놀라운 노래 실력을 뽐내며 가수로 데뷔했잖아요. 2011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무대에 오른 한 명이 춤을 너무 잘 춰 옆에 앉은 허정무 감독이 ‘혹시 수일이 아니냐’고 해서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정말 강수일이더라고요. 언제 그렇게 춤을 연습했는지 대단하던데요. 박경훈 감독은 제주에서 자신의 지도를 받고 있던 강수일의 현란한 댄스 실력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경훈 감독 역시 끼 있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 그림을 그렸던 미술학도였다. 중학교 시절 데셍과 수채화, 정물화는 물론 반공 포스터도 잘 그리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못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미술가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박경훈 감독은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성공하고 감독으로도 성공했지만 지금도 그 시절 미술을 포기해야 했던 걸 아쉬워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유화를 배울 차례였는데 유화를 못 배웠어요. 홍대 쪽에서 미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성남 감독을 맡으며 일단은 계획을 유보한 상황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미술 공부를 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는 경기도 하남 미술관의 부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경훈 감독은 한때 미술학도를 꿈꿨다. ⓒ프로축구연맹

“끼 많은 선수가 많다”고 한 박경훈 감독은 현역 시절 동료 중 유난히 노래를 잘했던 이태엽을 떠올렸다. “우리 때는 대표팀에서 같이 뛰었던 이태엽이가 참 노래를 잘 했어요. 대표팀 해외 원정 가면 대사관에서 초청해 밥도 먹고 그랬거든요. 밥을 다 먹고 ‘답가로 노래 한 번 하라’고 하면 이태엽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줬거든요. 김만준의 ‘모모’를 그렇게 잘 불렀어요.” 이태엽의 노래 실력을 이야기하던 박경훈 감독은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기타 치는 시늉을 하며 ‘모모’를 구성지게 불렀다. 박경훈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내 18번은 김현식의 ‘사랑했어요’거든요. 그림은 잘 그리는데 노래는 잘 못해요.” 그가 잠시 부른 ‘모모’를 들어보니 노래는 정말 못하는 것 같았다.

박경훈 감독은 제자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꿈꾸고 있다. “프로선수가 되면 실제 훈련은 하루에 1시간 반 정도 하는데 나머지 시간에는 이런 취미를 갖는 것도 좋죠. 동준이가 노래도 열심히 연습해 음반도 냈으면 좋겠어요. 아직 제 그림 솜씨는 그래도 살아있는데 동준이가 음반을 내면 제가 앨범 자켓을 그려주고 싶네요.” 물론 김동준이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박경훈 감독이 아직 유화는 ‘마스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언제 한 번 승리하고 분위기 좋을 때 라커에서 한 곡 뽑아달라고 하거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준이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네요.”

미술학도의 꿈을 키우다 접어야 했던 박경훈 감독은 끼 있는 선수들이 이런 끼를 숨기지 않고 발휘했으면 한다. “동준이가 더 연습해서 복면가왕까지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재능은 더 발전시켜야죠.” 언젠가 <복면가왕>에 ‘우리 동네 거미손’이 나오면 성남FC 골키퍼 김동준이라고 의심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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