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골키퍼 이준희는 세리머니 한 번으로 홍역을 치렀다. ⓒ경남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어제(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부천FC와 경남FC의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챌린지 25라운드 맞대결에서 사고(?)가 터졌다. 후반 30분 2-2 상황에서 부천 닐손주니어의 페널티킥을 경남 골키퍼 이준희가 막아낸 뒤 곧바로 부천 서포터스를 향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자 경기가 끝난 뒤 부천 팬들은 경기장을 나가려는 경남 선수단의 버스를 막고 사과를 요구했다. 부천 팬들은 이 세리머니가 자신들을 향한 도발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경찰은 물론 119까지 출동했고 일부 팬이 지구대로 연행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려 세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경남 선수단은 경기장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도발성 세리머니라고 생각한 부천 팬들은 버스를 막고 항의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지만 경남 이준희는 경기가 끝난 뒤 지금껏 그 어떤 의사표현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스포츠니어스>는 이준희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준희는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사과는 부천 팬들이 아닌 경남 팬들을 향한 것이었다.

약 세 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경남 선수단 버스는 부천종합운동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스포츠니어스

부천 팬들은 당신이 페널티킥을 막은 뒤 도발성 세리머니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도발성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페널티킥을 막고 너무 기뻤다. 골키퍼는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라 세리머니를 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도 선방을 펼치거나 좋은 플레이를 하면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가지고 있었다. 다쳐서 1년 정도 쉬다가 오랜 만에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데 최근 경기력이 내 스스로 봐도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 선방을 해 팀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개인적인 감정이 나왔다. 도발하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경기 도중 이 세리머니를 하기 전부터 부천 팬들과의 마찰이 있었던 건 아닌가.

너무 욕을 많이 하신다. 내가 지난 시즌에 데뷔전을 치렀는데 부천 팬들이 유독 거칠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기는 했다. 그런데 작년 6월 부천 원정을 처음으로 치렀는데 상식을 벗어나는 욕을 계속 들어야 했다. “씨X 놈아”는 당연한 거고 물을 마시면 그걸로 욕을 하고 공을 잡으면 그걸로도 욕을 한다.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천이 가변석을 설치해 골키퍼와 관중석이 거리가 대단히 가깝다. 대단히 가까운 거리에서 그런 욕을 계속 들어야 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나.

물론이다. 살면서 요 근래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게 지난 해 6월 부천 원정과 어제 경기였다. 살벌하다 싶을 정도로 무섭게 욕을 하셨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도 요새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랜 만에 팀에 도움이 되는 선방을 해 개인적인 감정이 나온 거지만 여기에 당연히 지금껏 들어온 욕도 있으니 감정이 더 폭발한 것 같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그런 세리머니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부천 팬분들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상황에서 내가 뭘하든 도발성으로 보이는 것 같다.

선수단 버스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세 시간 가깝게 기다려야 했다. 동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다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얼떨떨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힘들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동료들끼리는 “부천 팬들이 부천은 되고 너희는 안 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올 시즌 부천 선수들도 우리와의 홈 경기에서 골을 넣고 우리 팬들 눈앞에서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한 적이 있다. “자기네 선수들은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이야기한 동료도 있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응원해 주는 동료들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약 세 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경남 선수단 버스는 부천종합운동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스포츠니어스

김종부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세리머니가 그렇게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는 하되 죄송하다고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선수단 버스가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입장을 내지 않고 기다리고만 있었다. 부천 팬들은 내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는데 다른 코치진들도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결국 사과는 하지 않고 거의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경기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경남에 도착하니 새벽 4시 반이더라. 또 수요일에 경기가 있는데 이렇게 늦게 이동하다보니 몸이 피곤하긴 하다.

당신도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는 김종부 감독과 같은 입장인가.

우리 선생님들(감독 및 코치)과 뜻이 같다. 오히려 내가 사과드리고 싶은 건 우리 경남 팬들이다. 먼 곳까지 경기를 보러 오셨는데 괜히 나 때문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늦게까지 고생하셨다. 부천 팬들이 막 쫓아와 택시를 타고 급하게 쫓기듯 떠나신 분들도 있다고 했다. 나 때문에 대치하고 충돌해야 했던 경남 팬들에게 오히려 더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관련해 부천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내 플레이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에서 나온 세리머니였고 거기에 과할 정도로 뒤에서 욕을 하신 분들에 대한 감정까지 더해져서 한 세리머니였다. 도발성 세리머니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준희의 입장은 명확했다. 사과는 경남 팬들을 향했고 부천 팬들을 향해서는 오해라고 했다. 또한 그의 말처럼 올 시즌 부천 선수들도 경남 원정에서 상대 팬들을 앞에 두고 익살스러운 댄스 세리머니를 펼친 적도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가 왜 ‘호우 세리머니’를 했는지, 그 이후에도 사과는 왜 부천 팬이 아닌 경남 팬들에게 향했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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