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수원FC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 수원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이제 슬슬 '의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원FC 이야기다.

안산 그리너스가 구단 역사에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수원FC와 안산 그리너스의 경기에서 안산은 라울의 멀티골 등을 묶어 수원FC를 4-0으로 대파했다. 단순한 승점 3점의 경기가 아니었다. 안산은 시민구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4골 차 승리를 맛봤다.

분명 이날 안산은 잘했다. 초반 수원FC의 공세를 잘 틀어막았다. 특히 수원의 주 공격 방향인 측면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골키퍼 황성민도 선방으로 힘을 보탰다. 수비가 탄탄하니 마음껏 역습에 전념했다. 결국 4골과 무실점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4-0이라는 스코어는 시민구단 안산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포터즈는 경기 후에도 선수단 버스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만큼 기뻤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흥실 감독 역시 "예상은 전혀 하지도 못한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순위표 상에서 안산은 수원보다 아래에 있는 팀이었다. 선수단 구성도 확연히 달랐다. 경기 전 수원FC 조덕제 감독이 말한 대로 안산은 내셔널리그 출신과 신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수원FC는 K리그 클래식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여럿 포진되어 있다. 무게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은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를 거뒀다. 이는 안산이 잘한 것도 있지만 수원FC가 못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수원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공격에서는 측면이 막히니 다른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에서는 안산의 빠른 공격진을 감당하지 못했다. 점수 차가 점점 벌어져도 추격하겠다는 의지마저 찾기 어려웠다.

불과 약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FC는 전혀 이런 팀이 아니었다. FC안양을 6-2로 대파하고 기세 오른 부천FC1995를 꺾더니 1위 경남FC의 무패 행진을 끝내버렸다. 다음 경기에서 만난 당시 2위 부산 역시 수원FC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K리그 챌린지 최상위권의 팀들을 모두 이기며 싹쓸이 3연승에 성공했던 것이다.

힘든 세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한 수원FC였다. 다들 이제는 꽃길만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 경기 일정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부터 발생했다. 서울 이랜드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주춤하더니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성남FC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후 대전 시티즌과 안산에 또다시 승점 3점을 헌납했다.

성남에 패배한 것은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서울 이랜드, 대전, 안산에 당한 패배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상위권 세 팀을 잡더니 최하위권 세 팀에는 쩔쩔맨 수원FC인 것이다. 강팀에는 승점을 뺏고 약팀에는 승점을 베푸는 이른바 '의적'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조덕제 감독은 이 현상에 대해 '멘탈'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안산과의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소개한 그는 "이제는 리그 후반인 만큼 선수들이 더욱 독하게 매 경기 결승전처럼 임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패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안산보다 우리가 간절하지 않았다"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분명 조 감독의 말대로 수원FC는 이날 안산보다 투지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투지, 또는 멘탈로 최근 부진의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술이 단조롭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여 사이에 수원FC는 극과 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로 수원FC에는 '의적 본능'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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