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로페즈는 광주전 퇴장으로 두 경기를 쉰 뒤 이번 주말부터 경기에 나올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3월 수원삼성 서정진에게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수원-전북전에서 서정진은 페널티박스 내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으러 돌진하던 이승기의 무릎을 오른발로 가격했다. 이 플레이로 인해 이승기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외측인대가 부분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서정진에게 7경기 출장정지와 7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다소 과해 보이는 징계일 수도 있었지만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향후에도 경기장 내 난폭한 행위 및 심판 판정에 대한 불필요한 항의 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한 번 이렇게 기준을 정해 놓으면 이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과소 과해 보이는 징계라고 하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적용하면 아무 말도 안 나온다. 연맹은 선수들의 경기 도중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경기가 끝난 뒤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이 사후 징계를 통해 올 시즌에도 많은 선수들이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상대의 안면을 가격한 부천FC 바그닝요는 2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고 상대 선수 허벅지를 밟은 서울이랜드 명준재도 4경기 출장 정지 사후 징계를 당했다. 고요한과 한건용 역시 각각 2경기 출장 정지의 사후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경기 도중 퇴장을 당해 자동적으로 받는 출장 정지 외에도 행위의 정도에 따라 추가로 징계가 내려진다.

상대 선수 발로 가격한 로페즈

그런데 지난 달 19일 우리가 놓친 장면이 있다. 이날은 FC서울 데얀과 수원삼성 조나탄이 나란히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을 뒤흔들었던 날이었다. 모두의 관심은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었고 언론은 온통 데얀과 조나탄 소식으로 도배가 됐다. 하지만 이날 전북현대 로페즈가 광주FC 정동윤에게 저지른 위협적인 파울은 조용히 묻혔다. 로페즈는 몸싸움 과정에서 정동윤과 함께 넘어진 뒤 정동윤의 뒷목을 발로 가격하는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퇴장 판정을 받았다. 올 시즌 초반 서정진에게 7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경기장 내 난폭한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한 연맹의 기준대로라면 사후 징계가 반드시 있어야 할 장면이었다.

심지어 로페즈가 사과문을 쓸 정도로 이 파울은 거칠었다. 로페즈는 자신의 SNS에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것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축구팬분들 앞에서 옳치 못한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중략) 광주 선수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고 팀 동료 및 코칭스텝, 감독님 구단 직원들까지 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사과하는 용기는 높게 평가한다. 거친 플레이를 펼치고도 사과 한 번 없는 선수가 많은데 로페즈는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하지만 징계는 징계다. 그가 사과문을 썼다고 해 사후 징계를 피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정진의 징계에 비춰보면 적어도 5경기 출장 정지는 나와야 형평성이 맞았다.

보통 사후 징계는 이틀에서 나흘 안에 내려지지만 상벌위원회 개최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 매일 로페즈의 사후 징계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달 19일 퇴장 이후 무려 2주가 지난 시간 동안 로페즈의 사후 징계는 내려지지 않았다. 지난 달 16일 경기에 대한 강원 강지용의 사후 징계가 지난 달 24일 열렸다는 점을 따져보면 로페즈는 사후 징계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5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내려져도 가벼운 징계니 뭐니 말이 나올 행위였는데 아예 징계 없이 일이 마무리 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로페즈는 퇴장으로 인한 2경기 출장 정지가 끝나 오는 6일 벌어지는 울산전부터 출전할 수 있다. 연맹이 다가올 일요일 안에 상벌위원회를 열어 로페즈의 사후 징계를 논하기에는 촉박하다.

로페즈는 SNS에 사과글을 쓸 정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로페즈 페이스북

여론이 징계 기준 되어선 안 된다

연맹의 징계 기준이 애매하다. 이렇게 상대의 뒷목에 발차기를 한 선수에게 사후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도대체 사후 징계를 받을 선수는 누구인가. 특히나 이런 사후 징계 기준이 언론의 관심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서정진은 당시 이승기가 큰 부상을 입었고 연일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다뤘다. 서정진의 도덕성까지 문제 삼는 이들도 많았다. 대단한 관심이었고 결국 연맹은 중징계를 내렸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주먹질을 한 한교원도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6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만약 로페즈의 발길질을 더 많은 언론이 다루고 문제 제기를 했다면, 상대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연맹이 지금처럼 로페즈에게 그 어떤 사후 징계도 내리지 않고 넘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론이 징계의 기준이 된다면 이건 형평성을 완전히 잃는 거다. 로페즈의 위험한 행동이 있던 날 데얀과 조나탄이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이후 올스타전이라는 대형 악재(?)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 사이 로페즈의 사후 징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없었다. 누가 봐도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가 아니라 ‘몇 경기 징계를 받을까’ 궁금했던 그의 플레이를 사후 징계 없이 넘어간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서정진과 한교원 등 연일 언론이 때리고 팬들도 관심을 가졌던 행위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전남전에서 발로 자일을 찼던 안현범(제주)이나 광주를 상대로 거친 태클을 했던 롤리냐(포항) 등은 사후 징계를 받을 만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음에도 그냥 넘어갔다.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덜했기 때문은 아닐까.

여론의 관심 유무가 징계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맹의 징계를 살펴보면 이런 느낌이 너무나도 강하게 든다. 행위에 대한 징계를 주는 건데 반응을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되지 않을까. 팬들이 들고 일어나고 이슈가 된다고 징계를 세게 주고 팬들의 관심이 적으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로페즈의 거친 반칙 장면이 지상파 3사 스포츠뉴스에 나오고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했더라도 이렇게 징계 없이 넘어갈 수 있었을까. 징계는 팬들이나 언론의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그 행위 자체를 놓고 내려야 한다. 거친 플레이를 한 선수는 이렇게 흐지부지 징계도 없이 돌아올 예정이다. 이렇게 형평성이 없으면 7경기 출장 정지 당한 서정진만 억울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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