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정말 '오늘도 고통받는 K리그'다.

뜬금없이 한 유사언론의 글이 팬들을 뒤흔들었다.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재미없는 10가지 이유'란다. 집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던 K리그가 갑자기 멱살 잡혀 끌려나온 기분이다. 어차피 욕을 하고 싶은 사람은 무엇을 해도 욕을 하는 법이다.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찝찝했다. 옛날 '개축구폐지위원회'에서나 볼 법한 글이 '기사'로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해당 기사를 읽고나서 몇 초 만에 창을 껐다. 읽을 가치가 없어서다. 초반부터 헛웃음이 나왔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K리그는 보지 않는다'라고 답했단다. 명확한 근거도 없다. 기사의 신뢰도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엄마가 K리그를 보지 않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K리그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래도 뭔가 신선한 지적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K리그의 몰락은 한국 축구의 몰락이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준비했다'면서 막상 내놓은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글 몇 개를 짜깁기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들로 K리그가 발전할 수 있으면 진작에 유럽 4대리그 이기고도 남았다. 독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해당 글의 링크는 걸지 않으려고 한다.

K리그 재미 없다고? 언론 책임도 분명 있다

물론 K리그는 재미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분명 있다. K리그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언론, 매체가 할 일이다. 최근 이러한 스토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이러한 부분을 다루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사언론이 K리그를 제대로 다룬 적은 한 번도 본 적 없다. 심지어 취재 현장에서 해당 언론의 기자라고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K리그가 재미없다고 운운하면서 자신들은 정작 제대로 '직무유기' 중이다.

유사언론이 보는 K리그는 어떤 존재일까?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박이 아빠'가 일하고 있는 무대 또는 '안녕하세요' 소녀 팬이 놀러가는 곳 정도에서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마이너 상품'이라고 팬들의 취향까지 폄훼하는 것을 보니 유사언론들은 K리그 콘텐츠로 딱히 조회수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들이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팩트 폭행? 그저 악의적인 비난일 뿐

다시 문제가 됐던 그 기사로 돌아가겠다.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악의적인 비난으로 보인다. 특히 사진을 보면 그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기사 속 사진 중에서는 제주 유나이티드 홍정호가 심판에게 항의를 하는 장면과 함께 안양LG 이영표가 부천SK 이임생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K리그 팬이라면 알 것이다. 홍정호가 제주에서 독일로 이적한지 벌써 4년이 됐고 이영표와 이임생의 사건은 10년이 훌쩍 넘은, 정말 옛날 이야기다.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선수들과 자극적인 사건을 통해 'K리그가 재미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의 조선 시대 흑백 사진 들고와서 '한국은 농업 국가'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게다가 제목은 '야구보다 재미없는 이유'라면서 주구장창 유럽 축구와 비교를 한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 프로리그를 갖고 와서 이제 30년 좀 넘은 K리그를 비난한다. 누군가는 이 기사가 '팩트폭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저 악의 넘치는 비난일 뿐이다. 팩트의 근거가 '주변 사람, 일부 팬들의 지적'이라면 참 할 말 없다.

누가 K리그를 재미없게 만드는가?

이쯤 되면 누가 과연 K리그를 재미없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프로축구연맹? 중계 제대로 못하는 방송사? 서포터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이들은 'K리그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더욱 갖게 해주는 존재가 가장 문제 아닐까?

해당 기사에서는 '팬들의 지적'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등장한다. 결국 '팬들이 그랬어요'라면서 뒤로 숨는 꼴이다. 비겁하다. 물론 팬들은 중계의 부족, 잔디 등 K리그의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서 K리그 재미 없어요. 안봐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K리그가 이걸 고쳐야 더욱 발전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K리그는 문제점이 분명 많다.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비판과 무작정 물어뜯기 위해서 하는 비난은 엄연히 다르다. 이러한 기사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란 생각은 해봤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유사 언론은 SNS를 통해 많은 독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K리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지적한다고 비난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한 집단의 구성원과 이를 즐기는 팬들을 모욕하면서 지적하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묻고싶다. 이는 결국 자신들의 노력을 다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지적하고 싶은 '꼰대스러운' 마인드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무유기다. 그리고 K리그의 문제점을 고작 9가지 밖에 찾지 못해서 마지막에 야근 핑계를 댔다는 것도 직무유기다. 이럴 거면 차라리 입을 닫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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