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의 연속’ 유럽 이적시장, 원인은?

맨유 루카쿠
이번 이적 시장 이적료 1위 로멜루 루카쿠. 맨체스터 유나이티는 그의 영입을 위해 무려 7,500만 파운드란 거금을 투자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새로운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각 클럽들의 영입 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원하는 선수를 일찌감치 영입한 클럽이 있는가 하면, 이제야 부랴부랴 매물에 접근하기 시작한 클럽도 있다. 특정선수를 둘러싼 빅클럽들의 영입전과 뜬금없는 이적, 단 몇 시간 만에 급박하게 성사되는 거래 등 이적 시장은 한 편의 영화가 따로 없다. 하지만 최근의 이적 시장은 정상적인 모습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클럽이 선수 한명을 영입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금액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

유벤투스 지단
지네딘 지단은 지난 2001년 역대 최대 금액인 4,700만 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역대 이적료 8위에 랭크됐던 그의 순위는 1년 만에 11위로 내려갔다. ⓒ FIFA 공식 홈페이지

물론 희망하는 선수의 영입을 위해선 양 클럽이 금액에 합의점을 찾아야하며 이 외에도 에이전트 수수료, 잔여 계약기간에 따른 부담금, 선수에게 추가적으로 지불해야하는 금액 등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네딘 지단(약 4,700만 파운드)을 제외 호나우두와 루이스 피구, 후안 베론 등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세계적인 선수들의 이적료가 4,000만 파운드를 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요즘 이적 시장은 확실히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됐다. 그렇다면 선수의 이적료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렇게까지 심화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① 이적 시장에 도래한 쩐의 전쟁

▶ 거대 부호 구단주의 출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빅클럽들은 본격적인 쩐의 전쟁을 예고했다. 신호탄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이 쏘아 올렸다. 밀란은 지난 4월 중국인 사업가 리용홍을 클럽의 새로운 회장으로 임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리용홍은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으로부터 3억 300만 유로(한화 약 4,000억원)의 자금을 받아냈다. 초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밀란은 현재까지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안드레아 콘티, 프랑크 케시에 등 9명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이번 이적 시장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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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의 새로운 구단주로 부임한 리용홍. 그는 과연 밀란의 부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나저나 FFP 제도는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거지?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밀란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앙의 파리생제르망 또한 새로운 부호 구단주의 등장 이후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 현재와 같은 위상을 갖출 수 있었다. 이적 시장 전문매체인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맨시티는 2008년부터 9년간 총 10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번 여름에만 5명의 영입에 약 2억 파운드(한화 약 2,930억)를 썼다. PSG의 경우 2011년부터 6년간 약 6억 1,500만 파운드를 영입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한 시즌 성적과 직결되기에 구단으로서는 당연히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호 구단주의 등장과 이에 따른 과도한 지출행태는 이적 시장의 선수영입 비용증가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써야하는 금액의 증가와 이적 시장 전체의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 클럽의 수익 상승과 오버페이
하지만 최근 이적 시장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비단 부호 구단주 소유의 클럽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소위 빅클럽으로 불리는 구단은 중계권료와 스폰서, 광고수익 등 분화된 대규모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최근 이들의 수익구조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총수익도 훨씬 증가했다. 총수익이 증가하니 선수영입에 훨씬 과감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오버페이에 둔감해진 빅클럽들은 선수영입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례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쉐보레와 2012년부터 7년간 3억 6,000만 파운드 금액에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2014년에는 아디다스로부터 10년간 연간 7,500만 파운드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리그 최고수준의 광고수익을 내고 있었던 맨유는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게 됐고 2014년부터 매 시즌 최다 이적료 기록을 갱신하며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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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선수 최고 이적료 기록의 보유자 앙토니 마샬. 그의 이적 이후 유망주들의 몸값도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특히 지난 2015년 AS모나코로부터 옵션포함 총 8,000만 유로(옵션이 발동되지 않은 기본 이적료만 따져도 5,000만 유로)로 19살 유망주 앙토니 마샬을 영입하자 대부분의 팬들과 전문가들은 아직 십대에 불과한 그에게 그만한 이적료를 투자할 가치가 있냐며 과소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과 비난을 보냈다. 하지만 그해 마샬의 굉장한 활약을 펼치면서 이는 다른 빅클럽들의 비싸지만 실력 있는 유망주 영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마샬의 이적 이후 유망주를 보유한 셀링구단은 이적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다른 선수들의 전체적인 이적료 상승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② 빛 좋은 개살구인 FFP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Financial Fair Play)는 ①구단의 재정적 책임감과 자생력을 키우며 ②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지출행태를 막고 ③이적 시장의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한하기 위해 UEFA가 지난 2009년 도입한 제도다. 쉽게 말해 구단은 최근 3년간 거둔 수입에 비례하는 지출(이적료+선수연봉+구단운영비 등)을 해야 하며 적자폭은 4,500만 유로(한화 약 594억원)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어기는 구단은 벌금과 UEFA가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에서 선수등록의 축소, 심할 경우에는 출전금지 페널티를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이적 시장에서 몇몇 구단들의 행보는 FFP 제도의 존재를 우습게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징계를 피하기 위해 또는 징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온갖 편법을 활용해 선수영입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가 구단주인 PSG는 현재 총 5억 6,200만 유로의 금액으로 네이마르 영입에 매우 근접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시즌 총매출이 5억 2,000만 유로에 불과한 PSG로서는 바이아웃 금액인 2억 2,200만 유로를 분할지급 하더라도 사실상 FFP 징계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카타르 관광청의 개입이란 편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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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P 제제를 피하기 위한 파리 생제르망의 묘책. 네이마르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메가톤급 이적을 PSG는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 유로스포츠 방송화면 캡쳐

현재 카타르 관광청은 네이마르를 광고모델로 활용할 예정이며 모델료로 바이아웃 금액을 제공, 이를 네이마르가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에 지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PSG가 네이마르 영입에 드는 비용은 이적료 없이 계약금 1억 유로(분할 지급)와 연봉 및 중개료 각각 4,000만 유로, 총 1억 8,000만 유로가 전부며 이는 향후 증가할 수입과 선수 판매를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된다.

이번 여름에만 2억 1,100만 유로(한화 약 2,750억원)를 쓰며 이적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밀란도 결국에는 FFP의 징계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유주가 새롭게 바뀐 구단에 한해 3년간 FFP를 피할 수 있게 한다는 UEFA의 ‘자발적 협약’ 규칙이 있어 가능한데, 리용홍을 새로운 구단주로 맞이한 밀란은 결국 FFP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됐다. 물론 최종적인 ‘자발적 협약’ 규칙의 승인을 위해선 밀란은 ‘중국 내 판매수익을 극대화시켜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서를 UEFA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사항은 영입 시장이 이미 종료된 10월 이후에나 결정되기 때문에 밀란으로선 이번 이적 시장에서 선수영입과 FFP 징계에 대한 부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③ 특정 포지션의 선수 품귀현상

특정 포지션의 선수가 귀해졌다는 사실도 이적료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적 비중과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풀백이 그러하다. 개념상 풀백은 ‘백포 라인의 양 측면에 위치한 수비수’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역할은 백쓰리에서의 윙백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풀백들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이들은 공격 서드까지 전진해 윙어의 역할을 수행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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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의 부임 2년차. 그가 원하는 선수들이 맨체스터 시티로 모이고 있다. 벤자민 멘디, 카일 워커, 다닐루 이 세 명을 영입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무려 1,890억원에 이른다.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현대 축구에서 양 풀백의 공격가담은 전술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빅클럽들은 뛰어난 풀백의 영입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로 인해 최근 주목받는 풀백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이번 여름에도 풀백 포지션의 품귀현상은 과도한 이적료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맨시티는 이번 여름 벤자민 멘디와 카일 워커, 다닐루 등 풀백 포지션에만 3명을 새롭게 영입했는데, 그 비용이 무려 총 1억 2,850만 파운드(한화 약 1,890억원)에 이르고 있다.

풀백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도 품귀현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과거 빅클럽의 최전방 공격수는 티에리 앙리, 안드리 셰브첸코,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같이 리그를 넘어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빅클럽의 공격수들은 실력과 명성에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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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AC밀란의 최전방을 책임질 안드레 실바. 이적료는 무려 3,400만 파운드에 이른다.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이번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을 옮긴 최전방 공격수들의 이적료는 로멜루 루카쿠 7,500만 파운드(에버튼→맨유), 알바로 모라타 5,800만 파운드(레알→첼시), 알레상드르 라카제트 4,650만 파운드(리옹→아스날), 안드레 실바 3,800만 유로(포르투→AC밀란)로 이제 좀 한다하는 선수의 영입을 위해선 3,000만 파운드는 기본인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2006년 AC밀란에서 첼시로 이적한 안드리 세브첸코의 이적료와 비슷한 금액으로, 당시 세브첸코가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선수 한명이 발생시키는 이적료가 그에 상응하는 선수들의 능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전방 공격수 매물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빅클럽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적 시장에서의 이러한 과소비와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UEFA가 시행중인 FFP 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구단수입과 관련된 스폰서십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 무분별한 스폰서십 체결을 제한하고 철저한 검열을 통해 외부자금과 검은돈의 유입을 막아내야 한다. 두 번째는 FFP 룰 위반 시 징계 수위를 더욱 강화해 구단으로 하여금 정책 이행에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적료 지출 상한선 제도와 샐러리캡의 도입이다. 물론 연관된 클럽들과의 세부사항 조율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이를 통해 동등한 경쟁을 유도하고 구단 간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이는 상당한 실효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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