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9일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 U-23 대표팀에 0-1로 패했다. 무슨 ‘하노이 참사’니 ‘하노이 굴욕’이니 말들이 많다. 슈팅수에서도 7대21로 밀렸고 경기 내용도 형편없었다. 기세를 타고 K리그와 선수들은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이들도 넘쳐난다. 실망스러운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경기 한 번으로 뭐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이거 그냥 올스타전이다. 져 놓고 정신승리하려는 게 아니다. 이 한 경기로 K리그를 평가하는 것도 우습고 그들을 조롱하는 것도 성급하다.

일단 가장 먼저 이야기할 건 전부터 누차 말해왔던 대로 올스타전은 이제 폐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번에는 베트남까지 날아가서 해봤지만 역효과만 났다. 축구 한류를 일으켜 보겠다던 프로축구연맹의 다짐도 물거품이 됐다. 여러 번 말했듯 이제 더 이상 K리그에서 올스타전은 매력이 없다. K리그 팬들이 다 같이 하나가 돼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을 할 일도 없고 이 경기 보겠다고 수만 관중이 찾지도 않는다. 이제 올스타전은 폐지해야 할 때가 왔다. 연맹이 자꾸 올스타전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K리그 올스타는 과연 비난 받아야 하나. ⓒ프로축구연맹

K리그 올스타의 살인적인 일정

나는 올스타전 자체가 이젠 큰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도 필요하다. 스포츠에서 조직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냥 잘하는 선수들 모아다 하루 이틀 발을 맞추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K리그까지 일정을 연기해 가며 조기소집을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아예 대표팀 선수들을 프로팀처럼 합숙까지 시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능력도 탁월했지만 이렇게 조직력을 다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점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오락처럼 능력치 좋은 선수들 뽑아다가 바로 플레이하면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올스타는 어땠나. 지난 27일 오후 5시에 소집돼 28일 새벽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제대로 호흡 한 번 맞춰볼 시간 없이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선수들은 올스타전을 단순한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나흘 뒤 다시 K리그 클래식 주중 경기까지 치러야 한다. 뭐 “반드시 이겨 고국의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선 경기가 아니었다. 보는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김신욱과 염기훈이 한 팀에서 뛰는 모습만으로도 만족할 그런 경기 아니었다. 이거 그냥 이벤트 경기다. 당연히 조직력은 모래알이고 선수 개인 기량으로 이 조직력을 어느 정도 보완하면서 치르는 친선경기다.

그렇다고 이 올스타가 정말 올 시즌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만 짜여진 것도 아니다. 팬 투표도 없었다. 촉박한 일정에 한 팀이 크게 희생할 수도 없었고 베트남 시장 공략이라는 취지도 있어 팀별로 선수를 골고루 뽑았다. 물론 기본 기량이야 있는 선수들 위주로 뽑혔지만 K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선발 됐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부상으로 최근까지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인천유나이티드 김도혁도 올스타에 뽑혔다는 점이 그 단적인 예다. 또한 외국인 선수는 아예 데려가지도 않았다. 조나탄과 데얀을 빼놓고 K리그를 논할 수 있나. 하지만 이번 올스타는 순수 국내선수로만 선발됐다. 이 경기 한 번으로 K리그 전체 수준을 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K리그 올스타는 과연 비난 받아야 하나. ⓒ프로축구연맹

이 한 경기로 K리그 수준 논해선 안 된다

반면 베트남은 총력적을 펼쳤다. 8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을 앞둔 베트남 U-23 팀은 이미 조직력이 극대화 된 상황에서 고국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열망이 강했다. 2004년 수원삼성과 바르셀로나의 친선경기를 떠올려 보자. 당시 바르셀로나는 설렁 설렁 뛰면서 묘기도 좀 부리고 팬 서비스를 하고 싶었지만 수원삼성은 바르셀로나를 한 번 잡아보겠다고 벼르고 나왔다. 베트남 입장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빠듯한 일정에 발 한 번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한 K리그 올스타는 축제라고 생각했지만 베트남은 이걸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수원삼성이 바르셀로나를 이겼던 것처럼 전투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그것도 안방에서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베트남이 당연히 유리한 경기였다.

이 한 경기로 K리그를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다지 큰 이슈가 될 만한 패배도 아니다. 그런데 자극적인 보도를 하기에는 딱 좋은 소재다. K리그 최고 선수들이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졌으니 요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K리그를 조롱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K리그를 비하하는데 이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하지만 친선경기, 이벤트 경기에서는 어떠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유럽 명문 팀도 비시즌 기간 동안 아시아를 방문해 고전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K리그 올스타가 친선경기에서 베트남에 패했다고 이 한 경기로 K리그 수준을 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이 패배가 마치 국가대표팀에 영향이 간다고 확대해석하는 것도 성급하다. 올스타전에 의미부여를 해도 너무 한다.

더군다나 FA컵 8강에 올라간 팀은 이제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을 앞두고 있다. 선수들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경기였다. 지금까지도 리그를 소화하며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고 더 힘든 시기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런데 이런 전후사정은 쏙 빼놓고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졌다는 이유 하나로 K리그 전체를 비하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원래 올스타전 결과에 이렇게 목숨 거는 사람들 아니지 않았나. 누가 이겨도 그만인 경기 아니었나. 갑자기 올스타전에 내셔널리즘을 들이대고 여기에 베트남에 졌다는 이유로 리그 수준까지 논하는 건 우리가 알던 그 올스타전을 대하는 자세와는 너무 다르다.

K리그 올스타는 과연 비난 받아야 하나. ⓒ프로축구연맹

올스타전, 더 이상 매력적 콘텐츠 아니다

어떤 경기건 이기면 기분이 좋다. 이왕이면 K리그 올스타가 이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이런 모습까지 바랄 경기가 아니었다. 한창 리그를 진행하다가 급하게 모여 새벽에 이동해 쉬지도 못하고 경기를 했다. 한 쪽은 승리를 위해 월드컵처럼 달려드는데 한 쪽은 설렁설렁하면서 <우리 동네 예체능>을 찍으려고 했다. 처음부터 이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랐는데 설렁설렁 뛰다가 진 쪽이 온갖 욕을 먹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올스타전이 어떤 경기였는지 잘 생각해 보자. 원래 설렁설렁 뛰면서 현영민이 경운기 드리블하고 김용희가 가발 쓰고 뽀뽀가 축구화로 전화 받는 흉내 내면서 뛰던 게 올스타전이었다. 대표팀이 베트남과의 A매치에서 패하거나 K리그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홍콩의 킷치에 지면 분노하겠지만 뭐 올스타전 패배 한 번에 이리 열을 내는지 모르겠다.

경기력에 관해서는 선수들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들이 비난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연맹은 여전히 비판할 게 많다. 연맹 스스로 K리그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판을 짰다. 일정도 이렇게 빠듯한데 이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팀을 상대로 고른 건 실수였다.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팀을 축제의 상대로 정한 건 잘못이다. 거기다 시즌 중 해외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 때문에 팬 투표가 아니라 구단별로 골고루 선수를 뽑았으니 진정한 올스타도 아니었다. 올스타전의 원래 목적과는 아예 다르게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맹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다 한 수 가르쳐 주기는커녕 경기까지 졌으니 얻은 게 하나도 없는 올스타전이었다. 연맹의 결정은 엉망이었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적인 올스타전을 기획한 연맹을 대신해 비난은 선수들만 듣고 있다.

과거 꾸준히 주장한 대로 이제 올스타전은 폐지했으면 좋겠다. J리그 올스타와 격돌했던 조모컵도 올스타전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한일 프로축구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를 펼쳐야 했고 바르셀로나를 초청했을 땐 K리그가 들러리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까지 가 치른 올스타전에서도 얻은 게 별로 없다.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올스타전은 더 이상 매력적인 콘텐츠가 아니다. 매년 논란만 일으키고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리그 팬들은 관심도 없는 올스타전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연맹이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 이젠 그냥 옛 연인과의 추억처럼 올스타전을 추억 속에 남겨두는 게 어떨까.

‘하노이 참사’ 아니고 그냥 이벤트 경기

올스타전 폐지 주장과는 별개로 이번 올스타전 결과는 비난거리가 아니다. 뭐 이벤트 경기 한 번 졌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 패배가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도 없다. ‘하노이 참사’도 아니고 ‘하노이 쇼크’도 아니다. 그저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친선경기였다.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 어린 선수들한테도 졌다고 리그 수준을 논할 것도 없다. 확대해석하거나 과한 의미부여도 하지 말자. 남부 올스타와 중부 올스타가 붙었을 때 남부 올스타가 이겼다고 중부 올스타 수준 논했던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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