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백=홍인택 기자] 프로와 대학 무대를 경험한 감독들은 한 마음으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는 "프로는 짧은 시간 안에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었으며 둘째는 "어디나 축구는 결국 축구다"라는 것이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리는 제4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는 생소한 감독들도 많지만 눈에 익은 감독들도 많았다. 프로 무대를 경험한 지도자들이 이제는 대학 무대에서 자신들의 지도력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프로 무대와 대학 무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프로는 시간이 짧다

지난 17일 만난 서울이랜드FC 김병수 감독은 수원FC전을 앞두고 기자단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프로 무대의 감을 잡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2008년 영남대 감독에 부임한 뒤 인상적인 성적을 거둬 그 공로로 프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학 무대와 프로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몇 가지 작은 실수가 큰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과 문전 해결 능력에 차이가 난다"라고 밝히며 "팀이 방향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프로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현재 대학 무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전 대구FC 감독이었던 부산외대 백종철 감독은 "프로는 바로바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으며 마찬가지로 전 대구FC 감독이었던 현 중앙대 최덕주 감독도 "프로는 한 경기에 감독 자리를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자 전 대전시티즌 감독이었던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프로는 리그 자체를 계속 이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하며 그 또한 많은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현실을 잘 꼽았다.

실제로 대학 무대는 지도자들의 지도 철학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는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 최덕주 감독은 "선수들이 한참 성장하는 시기를 기다려주고 지켜볼 수 있는 무대다"라고 전했으며 유상철 감독 또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주로 생각한다. 몸의 성장이 더딘 선수들도 대학 무대에 오면서 피지컬이 좋아지고 실력도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람 있다"라고 말했다. 전 부천FC 감독이었던 곽경근 서울디지털대 감독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편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산외대 백종철 전 대구FC 감독과 최덕주 감독은 같은 의견을 냈다. 이 둘은 "프로보다 대학이 좀 더 기다려준다. 선수들이 한참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두 경기 결과로 경질되는 프로보다는 아무래도 대학 무대 쪽이 낫다고 표현했다.

결국 축구는 축구다

이와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의 마음은 어디나 타들어 간다. 김병수 감독은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전했다. 곽경근 감독과 유상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곽경근 감독은 "프로도 성적을 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대학도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다 보니 같은 장단점이 있다"라고 말했으며 유상철 감독은 "대학은 대회를 치르고 프로는 리그 자체를 계속 이겨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두 무대는 장단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축구는 재밌게 해야 하고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 수급이 어려운 팀들은 그 나름대로 노력해서 학교가 이해해줄 수 있는 성적을 거둬야 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축구 일류 대학으로 좁혀진다. 이와 관련해 유상철 감독은 "어디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라고 밝혔고 곽경근 감독은 "결국 머리싸움과 선수들 싸움이다. 어느 무대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로와 대학 무대를 넘나든 감독들의 이심전심. 그들이 대학 무대를 통해 지도 철학을 펼칠 수 있을지 여부도 결국 성적에 달렸다. 프로보다 조금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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