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없이 건국대의 전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신용재 피지컬 코치(좌), 이성환 코치(중), 황세하 코치(우)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백=홍인택 기자] "내가 감독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 감독이 없어도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삼총사가 있다. 건국대학교 축구부 코치 이성환, 황세하, 피지컬 코치 신용재다.

22일 태백시 고원 1구장에서 열린 제4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건국대는 가톨릭관동대학교를 상대로 후반전 1점을 먼저 실점했으나 끈질기게 따라붙은 뒤 3점 득점에 성공하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건국대는 작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 U리그 충북, 충남, 대전, 전북 지역 학교로 구성된 6권역에서 3승 5무 6패에 그치며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2월 열린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거두더니 U리그에서는 8전 전승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더불어 이번 추계연맹전에서도 조별예선 3승을 거둬 조 1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춘계대회 이후 개인 사정으로 사임한 이상윤 감독의 부재를 잘 채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괜한 기우였다.

가톨릭관동대학교는 작년 강원 충북 지역 리그 1위를 달리던 강호다. 이번 대회도 건국대와 마찬가지로 2승을 올리며 무난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32강 직행을 위해서도 두 팀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 후반 13분에 가톨릭관동대의 선취 득점 당시만 해도 건국대의 무패행진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장병호가 후반 29분 동점골을 기록하더니 후반 38분 황원준이 역전골을 넣었다. 기세를 탄 건국대는 후반 40분 권기표가 역전 쐐기골을 기록하며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가톨릭관동대를 상대로 거둔 역전승 비결을 묻는 말에 코치진들은 "체력적으로 버티면서 후반전에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뛸 수 있었다. 실수를 줄이며 견디다 보니까 나중에 기회가 생기고 역전까지 가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신용재 피지컬 코치는 "실점 상황에서 더 실점하지 않고 잘 정비해 기회를 해결했기 때문에 역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전승 행진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이성환 코치는 올해 초 "U리그 권역 전승 우승을 노리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그가 밝힌 포부에 단 2승만 추가하면 되는 상황이다. 이성환 코치는 "스태프들도 선수들을 위해 노력하고 선수들도 우리 말을 잘 들어주며 따라준다. 지도자와 선수들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원동력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황세하 코치는 "스태프나 선수들이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은 다 하고 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까 정신적인 면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없는 상황을 코치들에게 들었다. 코치들은 하나같이 "우리 팀은 괜찮다"라고 말한다. 황 코치는 "선수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라고 전했으며 이 코치는 "외부에서는 팀에 큰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문제 되는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선수들과 소통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대하기엔 감독보다 코치들이 더 편할 것이다. 코치들도 이에 대해 "맞다. 더 편해서 소통도 잘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치 개인으로서는 약간의 부담은 느끼는 듯했다. 이 코치는 "감독님 지시사항을 따르다가 지금은 팀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고학년들 취업문제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황 코치는 "외부적인 요인이 힘들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코치들은 하나같이 "팀 내부적으로 서로 협력해서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용재 코치도 이 코치와 황 코치를 도와 피지컬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건국대 학생들의 방향전환이 다른 팀들보다 더 돋보였다. 특히 몸의 무게중심이 낮게 느껴졌다. 신 코치는 "스피드나 민첩성의 문제"라고 말하며 "무게중심이 낮아야 이동 각이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선 피로에 젖산이 많이 쌓여 있다"라며 선수들 체력 관리에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이들은 건국대에 '승리'만을 안겨다 주었다. 쟁쟁한 감독들과 치열하게 전술 경쟁을 펼치는 이들의 노력과 결실은 이제 추계연맹전 토너먼트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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