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인성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백=홍인택 기자] 서울대 이인성 감독은 패배가 익숙하다. 그런 그가 팀에 강조하는 점은 포기하지 않는 '원 팀'이다.

22일 태백시 고원 1구장에서 열린 제4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서울대는 울산대를 상대로 0-5로 패배했다. 대량 실점에 무기력하게 무너졌을 법한 점수지만 서울대 선수들은 고군분투했다. 전반전 석연치 않은 페널티 킥 반칙에 1점을 내준 채로 마무리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후반전 4점을 내리 실점할 때도 결코 고개 숙이는 일이 없었다.

대량 실점에 패배하는 다른 팀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다른 팀 선수들은 경기가 힘들어질 때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서울대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수비 후 역습 과정에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대는 다른 대학팀들과 달리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로 선수단을 꾸린다. 이른바 '선수 출신' 학생들도 있지만 다른 팀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다. 울산대를 상대할 때도 안양외고 출신 26살 '조교' 박창욱이 뛰었다. 선수 출신 학생들만으로도 팀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인성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한 팀으로 묶었다.

울산대를 상대로 패배하긴 했지만 파이팅 넘치는 경기가 인상적이었다는 말에 이인성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하려고 했던 축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교체로 들어간 일반 학생 선수들도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 경기에 뛰면서 이해도가 높아졌다. 빈자리를 채우는 모든 선수가 우리 철학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축구는 철학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좋은 실력과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그저 경험 삼아 뛰지도 않는다. 이인성 감독은 팀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즐겁게 해"라고 말하며 사기를 북돋운다. 서울대 주장 김종아는 경기중에도 계속 팀의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박수를 쳐가며 분투했다. 이 감독은 이전에 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선수단 운영에 매너, 끈기, 희생을 강조하면서 "11명 모두가 하나가 돼서 믿음을 갖고 승리를 얻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가 강조하듯 11명이 모두 하나가 되어 뛰었다.

특히 서울대 김종아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는 시종일관 "괜찮아. 다음 거 가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인성 감독은 "(김)종아가 비선수 출신인데 팀을 위해 헌신한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선수가 꼭 필요하다"라고 전하며 "(김)종아가 후배들이나 다른 비선수 출신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본보기가 된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준다"라고 밝혔다.

교원대 또한 비선수 출신들이 모여 동아리를 꾸려 이번 추계연맹전에 참가했다. 이인성 감독은 지난 18일 한국교원대를 만나 10-0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서울대로서는 이런 대승을 처음 겪는 상황. 이에 대해 이인성 감독은 "교원대 입장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 경기 이후 팀이 뭉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반전 4점 득점 후 후반전엔 비선수 출신 선수들을 다 투입시켰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나머지 6점을 터뜨렸다. 그 경기 이후 우리 선수들이 모여 이런 얘길 하더라. 이것이 원팀이라고." 이 감독은 이어 "비선수 출신들은 이 대회에서 5분, 또는 1분을 뛰어도 공식적인 기록을 갖지 않나. 본인들 추억을 위해 넣어줬는데 본인들도 잘했고 추억도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고려대가 한국교원대를 5-0으로 꺾으며 서울대는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이인성 감독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과 선수들을 응원하러 찾아온 학부모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울산대전을 준비하며 다 같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무리할 수 있게끔 경기를 해달라고 주문했다"라고 말하며 "오늘은 다들 그렇게 해줬다. 팀은 패배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어줘서 고맙다. 덕분에 찾아오신 학부모분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를 한 팀으로 묶은 이인성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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