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 제공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수원삼성이 달라졌다. 중요한 길목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더 이상 없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2라운드에서 수원삼성이 조나탄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전남드래곤즈에 4-1 역전승을 거두고 리그 4연승을 질주했다. 2013년 서정원호 출범 이후 첫 4연승이다. 서정원 감독 부임 이후 수원은 올라가야 할 상황에서 매번 스스로 무너지며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한 바 있다. 그런 수원이 달라졌다.

#1 확실한 결정력의 등장

수원은 휴식기 이후 펼쳐진 리그 8경기에서 22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약 2.8골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6경기에서 매 경기 3골 이상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닥공’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2011년의 전북현대와 유사한 공격력이다.

공격의 중심에는 조나탄이 있다. 조나탄은 최근 8경기에서 12골을 홀로 터트렸다. 6월 이전까지 4득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휴식기에 체결된 완전 이적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조나탄은 지난 6월 임대 이적으로 수원에 합류한 이후 1년 동안 임대 선수 신분으로 수원에서 활약했다. 조나탄은 이미 수원의 새 역사를 썼다. 수원 소속으로 42경기 만에 30골을 넣어 구단 역사상 최단기간 30골 득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수원의 전설로 기억되는 나드손, 데니스, 산드로 등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수원의 공격력이 더더욱 무서운 이유는 조나탄 이외의 선수들도 컨디션을 바짝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영원한 주장’ 염기훈도 휴식기 이후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도움왕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번 시즌 왼쪽 윙을 떠나 투톱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며 리그 초반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클래스는 영원했다. 이제는 신태용호의 1기 멤버로 이름이 거론될 정도다. 염기훈 뿐만 아니라 유스 출신 신인 공격수 유주안과 김민우, 산토스 등 전 포지션에 걸쳐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는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염기훈-조나탄 콤비는 휴식기 이후 K리그 클래식 무대를 휩쓸고 있다 ⓒ 수원삼성 제공

#2 3백 전술의 안착

수원은 지난해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치욕적인 1년을 보냈다. 한때 ‘레알 수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화려한 선수단과 성적을 냈었지만, 서정원 감독의 부임 이후 모기업의 지원 정책이 급변했다. 지난 4년간 이렇다 할 외부 영입은 거의 없었던 반면 스타 선수들의 유출은 끊이지 않았다. In(영입)과 Out(방출)의 심각한 불균형이 폭발한 게 지난 시즌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기 탈락에 이어 리그에서 마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서정원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부임 이후 사용하던 4백 전술을 벗고 3백 전술을 팀에 입힌 것이다. 시즌 중반에 이뤄진 큰 폭의 전술 변화는 많은 우려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수원은 전술 변화 후에도 큰 폭으로 리그 순위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결국 첫 하위 스플릿행이라는 굴욕을 맛봤지만, 수원은 이 기간을 올해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했다. 한때 강등의 문턱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시즌 막판으로 향할수록 3백 전술의 안정화가 이루어졌고 결국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또한 초반은 좋지 않았다. 리그 첫 승리가 4월에 나올 정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질타가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눈에 띌 정도로 안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세오 타임’이라는 조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흔들렸던 수비는 곽광선-구자룡-매튜 라인으로 이어지는 최종 수비진이 철벽으로 변하면서 더는 팬들을 걱정시키지 않는다. 베테랑 신화용 골키퍼의 적응 완료도 큰 힘이 됐다.

#3 서정원 감독도, 선수단도 성장했다

서정원 감독은 2007년 선수 은퇴 이후 엘리트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 U-20 청소년 대표팀을 시작으로 성인 국가대표팀과 런던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모두 경험했다. K리그에서도 2012년 수원의 수석코치를 맡으면서 1년 동안 경험치를 쌓았다. 그리고 2012년 말, 윤성효 감독의 뒤를 이어 수원의 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분명 잠재적인 능력이 있는 지도자였지만 감독 경험의 부재는 그를 시련에 빠트리기도 했다. 첫 시즌이었던 2013년 말에는 5연패를 당하며 수원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4년과 2015년 연달아 리그 준우승을 거뒀지만 아직 적지 않은 팬들이 ‘2%가 모자란 것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부임 이후 참가한 4번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015년 16강 진출을 제외하곤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자존심을 구긴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던 시절 문제가 됐던 ‘수원병’은 그의 부임 이후 사라졌지만 반대로 정신적으로 약한 모습이 결정적인 고비에서 항상 수원의 발목을 잡았다. 치고 올라가야 할 때 마지막 한순간을 견디지 못했다.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서정원 감독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숨이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감독과 선수단을 역설적으로 성장시켰다. 이번에 기록한 4연승이 그 상징이다.

강팀은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기록적인 폭염과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수원은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는 23일 상주를 상대로 안방에서 5연승을 거둘 수 있을까. 강팀의 조건이라는 5연승의 달성 여부에 벌써 이목이 쏠리고 있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