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김형일 ⓒ 부천FC1995 제공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최근 K리그 챌린지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김형일의 부천행'이었다.

지난 6월 29일 부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 김형일의 영입을 발표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형일은 중국 슈퍼리그(CSL) 최강 팀인 광저우 헝다에서 6개월 동안 임대로 뛰다가 복귀한 상황이었다. 원소속팀인 전북에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고 다른 K리그 클래식 팀에 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부천이었다.

'부천 김형일'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낯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천은 K리그 챌린지 팀이고, 젊은 팀이다. 김형일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최근 김형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본 바 있다. 이번에는 감독의 평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천 정갑석 감독에게 김형일에 대해 가감없이 물어봤다.

"솔직히 우리한테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부천의 입장에서 김형일의 합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우리 구단에 올 줄 알았겠는가. 김형일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뛰던 선수였다. 광저우 헝다에서 6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어도 김형일을 영입하고 싶은 구단은 많았을 것이다. 특히 K리그 클래식 팀에서 센터백 자원이 필요한 구단이 얼마나 많은가."

"여러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다. 원소속팀인 전북 입장에서는 다른 K리그 클래식 팀에 이런 선수를 보낸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K리그 챌린지 팀들은 김형일같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형일 영입이 기분 좋았는지 물어보니 정 감독은 "(김)형일이를 대학 때부터 알던 사이라서…"라며 말 끝을 흐리면서도 씩 웃는다.

어찌됐건 김형일은 결국 부천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챌린지 무대에 나서고 있다. 부천의 입장에서는 복덩이가 굴러 들어온 셈이다. 김형일의 입장에서 K리그 챌린지는 낯선 무대다.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는 무난하게 잘 적응하고 있다. 한 명의 중앙 수비수, 그리고 팀의 리더로 부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젊은 부천에서 김형일의 역할은?

부천은 상당히 젊은 팀이다. 대부분이 90년대생이다. 심지어 김형일과 함께 짝을 맞춰 센터백 라인을 이루고 있는 임동혁은 93년생이다. 1984년생인 김형일보다 9살이 적다. 이렇게 젊은 팀인 부천에서 김형일은 노장에 속한다. 그는 노장이면서 동시에 리더다. "코칭 스태프와 노장은 또 다르다. 김형일이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김형일이다. 당장 전력에 엄청난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단순히 한 명의 영입으로 뭔가 크게 바뀌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김형일이 부천에 필요한 확실한 이유가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르는 '말'이다. 부천은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김형일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

정갑석 감독은 김형일의 영입 효과가 말에 있다고 밝혔다. "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형일이가 부천에서 첫 경기를 뛰고 나서 '고생했다'고 격려하자 돌아온 대답은 '저는 말 밖에 한 것이 없어요'였다. 하지만 내가 김형일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같이 경기를 뛴 선수들이 '굉장히 편하게 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형일이의 인성은 최고다. 다들 알지 않나.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인성이 좋지 못하다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없다. 형일이는 무엇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선수다. 김신, 바그닝요 등 우리 팀에 젊은 선수가 많다. 개성도 강하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김형일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김형일은 부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현재 부천은 한창 승격을 위한 싸움이 진행 중이다. 안양전 승리로 3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아직 불안하다. 올 시즌 부천은 중요한 고비를 항상 넘지 못했다. '3위 굳히기'가 가능한 상황에서 어이없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정 감독은 "아직 이런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한탄한 바 있었다.

김형일의 영입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들끼리 고비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그 위를 바라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부천의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김형일이라는 존재가 있다.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 감독은 순위 싸움에 대해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는 최대한 높은 순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4라운드에 승부를 걸겠다"라고 말했다. 일단 3위 자리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 1위 경남, 2위 부산과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부천의 고비는 수없이 올 것이다. 도전하는 자의 입장과 지키는 자의 입장은 다르다. 지키는 자가 훨씬 어렵다. 부천의 김형일 영입은 궁극적으로 지키는 자의 자리를 확보하고 그 위를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안양전에서도 부천은 선제 실점을 내줬지만 빠르게 역전에 성공했다. 부천의 김형일 효과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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