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FC안양

[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FC안양의 복수극은 실패했다. 하지만 간절함은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안양은 약 한 달 전 악몽과도 같은 90분을 보냈다. 부천FC1995와의 원정 경기에서 무려 6골을 내주며 2-6으로 대패한 것이다. 감독도, 선수도, 팬들도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바그닝요-김신-진창수로 이어지는 부천의 삼각 편대에 안양은 완전히 농락 당했다. 특히 팬들의 자부심이 유독 큰 두 팀의 맞대결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심리적 타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두 팀이 만났다. 장소는 안양으로 바뀌었다. 한 팀은 대승의 기분 좋은 기억을 되새기며, 다른 한 팀은 대패의 복수를 벼르며 만났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기겠다는 의지는 똑같았다.

경기 전 안양 관계자는 슬쩍 기자에게 귀띔을 했다. "오늘은 우리가 꼭 이길 거에요." 비주얼 하나는 K리그에서 가장 호랑이답게 생긴 안양 김종필 감독이 대노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선수들이 이를 갈고 있었다. "선수들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기자고 다짐하더라구요. 지난 번과는 다를 겁니다."

솔직히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지난 경기에서 1위 경남을 꺾었지만 안양의 상황은 승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주전급 선수들이 군 입대로 빠져나갔지만 눈에 띄는 영입은 없었다. 반면에 부천은 주요 선수들이 여전히 건재했고 오히려 김형일까지 영입하며 뒷문을 탄탄하게 강화했다.

경기 전 만난 부천 정갑석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이날 선발 명단에는 부천의 삼각 편대 중 진창수의 이름이 없었다. 교체 명단에 들어 있었다. "우리도 조커 하나 있어야지." 정 감독의 말이었다. 곧 새로운 외국인 선수 호드리고도 합류한다. 자원이 점점 풍부해진다. 진창수 한 명이 없어도 부천의 라인업은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안양의 라인업은 이기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자원을 투입했다. 김종필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백 쓰리를 꺼내들었다. 수비에 신경 쓰겠다는 얘기다. 지난 경기에서 경기 초반 안양은 굉장히 잘 싸우다가 부천에 뒷공간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였다.

달라진 안양,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경기가 시작하자 확실히 안양의 선수들은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소한 상황에서도 몸을 날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중원을 조율하는 쿠아쿠도 이날 만큼은 꽤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정말 안양이 독기를 품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결국 안양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나갔다.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 이상용이 상대의 골문을 흔들었다. 혼전 상황에서 성공시킨 집념의 골이었다. 이상용은 멋지게 그라운드 위를 미끄러지며 표효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역시 부천은 강팀이었다. 곧바로 두 골을 집어넣으며 2-1로 역전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안양의 복수극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후반전 들어 안양은 더욱 공격에 치중했다. 압도적으로 이기면 물론 좋겠지만 복수극이 성공하려면 일단 승점 3점을 따야하기 때문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슈팅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대를 아깝게 벗어나거나 부천 류원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안양종합운동장은 기대감과 함께 탄성도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안양은 달아오르던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후반 29분 안양 최재훈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스스로 조심하지 못한 불필요한 파울이었다. 땅을 치며 아쉬워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안양은 수적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도 공격에 나섰지만 한 명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존재했다.

결국 안양은 후반 막판 부천의 신인 이윤환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1-3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2-6 대패와 숫자만 다를 뿐 크게 다른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양 김종필 감독은 "공격이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3실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퇴장이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수비 조직력을 조금 더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이날 안양은 이기겠다는 간절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여전히 부천은 안양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이며 여유있는 승리를 거뒀다. 공격도 수비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안양이었다. 복수극을 꿈꿨지만 오히려 복수해야 할 경기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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