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수단에서 온 유망주의 꿈, ‘K리그 데뷔’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우리는 몇 년 내에 K리그에서 남수단 선수를 볼 수 있을까?

남수단의 축구 유망주가 한국에 왔다. 그 주인공은 마틴 사위와 임마누엘 마크다. 현재 이 두 선수는 안산 그리너스 유소년 팀에서 ‘K리그 드림’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꽤 떠들썩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이들을 잘 모르고 있다. 이참에 만나봤다. 그들의 꿈과 좌충우돌 한국 생활 적응기를 이제부터 소개하려고 한다.

하늘의 별 따서 이루어진 한국행

인터뷰장에 들어서며 두 선수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한국어에 ‘통역이 왔구나’하며 고개를 드니 두 흑인 선수가 씩 웃고 있다. 물론 인터뷰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통역이 배석했고 영어가 오갔다. 하지만 종종 한국어를 섞어 쓰거나 일부 한국어를 알아들을 정도로 두 선수는 꽤 수준 높은 ‘생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틴은 이집트 태생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고국 남수단에 돌아왔다. “제가 태어났을 당시 어머니가 이집트에서 일하고 계셨어요. 제가 남수단에 돌아온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이집트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어머니의 판단이었거든요. 남수단에는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돌아왔어요.”

반면 임마누엘은 남수단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공을 차다 축구 선수의 길을 꿈꾸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공을 차다가 축구 클럽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지만 이제 멀고 먼 한국 땅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굉장히 중요한 셈이다.

 

이들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남수단의 합작 프로젝트인 ‘아프리카 축구 영웅 만들기’ 덕분이었다. 2016년 남수단 정부와 한국의 사단법인 스켈리도스포츠블루(이하 스켈리도)가 함께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남수단의 유망주를 발굴해 한국에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 축구 선진국에 축구 유망주를 보내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남수단은 한국인 임흥세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곳이었다.

2016년 4월 스켈리도가 유망주 선발을 위해 남수단을 방문했을 때 이미 남수단 내에 이 소식은 알려져 있었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축구를 하기 위해 많은 유망주들이 관심을 보였다. “저희 팀 감독님도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수많은 유망주가 참가한 이 테스트의 경쟁률은 약 1:100이었다.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몇 차례 선발 과정을 거쳐 결국 두 선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가족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헤어져야 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잖아요. 친척들까지 모여서 큰 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정부가 주도한 행사기도 했지만 남수단 내에서 두 선수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남수단 국영 방송에서는 출국 전 인터뷰를 통해 두 선수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들이 한국으로 오는 여정은 험난했다. 남수단을 출발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한 차례, 다시 태국 방콕에서 한 차례 경유한 끝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비행 시간도 비행 시간이었지만 공항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다른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거 같아 신기했죠. 특히 방콕에 도착해 면세점에 들어선 순간은…’여기가 아시아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힘들었던 적응, 이제는? “한국 사람 다 됐어요”

첫 한국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음식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남수단에서는 아침에 밀크티 한 잔에 빵과 쿠키를 먹어요. 그런데 여기는 아침에 밥이 나오더라구요. 게다가 김치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너무 매웠거든요.” 임마누엘의 말에 마틴도 거든다. “그 때가 제일 집에 가고싶을 때였어요.” 지금은 어떻냐고 물어보니 “그냥 한국 사람이라 생각하시면 되요”라고 말한다.

자리를 함께한 통역 역시 “입맛 하나는 완전히 한국화 다 됐어요”라고 증언했다. 그는 “쉬는 날에 친구들과 같이 고기 무한리필 집에 가더라구요. ‘두 시간 정도면 다 먹겠지’하고 두 시간 뒤에 데리러 갔는데 계속 먹고 있는 거에요. 무한리필 집에 가면 세 시간 정도는 내내 고기만 먹는 것 같아요”라며 혀를 내두른다. 통역의 입에서 ‘무한리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들은 알아 들었다는듯 ‘따봉’을 치켜세운다.

그들이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역시 고기 종류다. “불고기, 삼겹살 이런 것들 진짜 좋아해요. 고기 정말 맛있어요.”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전혀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이 나왔다. “부대찌개.” 한국에서 부대찌개를 뛰어넘는 음식은 없단다. “햄과 소시지가 푸짐하게 들어잖아요. 게다가 라면 사리까지 넣어 먹으면 환상적이에요.” 이제는 매워서 힘든 것도 없단다.

임마누엘 삼겹살
젓가락질은 조금 더 수련이 필요해 보인다 ⓒ 본인 제공

음식도 그들을 힘들게 했지만 새로 사귀어야 하는 낯선 친구들도 한국 생활의 녹록치 않은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기분 좋았다. 이들도 한국 친구를 처음 만나지만 한국 청소년들 역시 남수단 친구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다들 몰려와서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거의 연예인이 된 느낌? 사진을 찍으면서 친구들이랑 좀 친해졌죠.”

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욕’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친한 사이끼리 욕을 섞어 이야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수단의 경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저희들에게 욕을 섞어서 얘기하는데 저희를 나쁘게 보는 줄 알고 너무 슬펐어요. 마음 고생을 했죠. 지금은 저희도 친근하게 욕을 섞어서 얘기하지만요”라며 한국 욕 몇 가지를 선보인다. 생각보다 차지다.

물론 이제는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안산 구단에서 연습을 한다. 쉬는 시간에는 SNS를 하거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 가장 즐겨하는 게임은 피파 온라인. 서로를 가리키며 “얘보단 잘해요”라면서도 “아무리 연구해도 한국 애들은 절대 못이길 것 같아요”라며 한숨을 쉰다. 한국인의 게임 실력이 남수단 사람들에게도 입증된 셈이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 ‘K리그 데뷔’

천진난만하게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영락없는 청소년이다. 하지만 이들은 꽤 실력이 있는 유망주다. 안산 구단에서는 이들을 R리그에 출전시키거나 1군 연습에 합류시켜 경험을 쌓게 해준다. 이들의 잠재력 등을 주목한 이흥실 감독의 배려다. 1군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경험과 동기부여를 얻는다. 좀 더 빠른 성장을 돕겠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라면서 손사래를 친다. “좀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어요. 그러려면 실력을 더 쌓아야 해요. K리그의 경기력은 정말 뛰어나요. 저희가 대충하면 절대 밟을 수 없는 무대죠. 최근 경기에 잘 나가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더 열심히 할 거에요.”

안산 유소년 팀 소속이다보니 이들 역시 K리그, 특히 안산과 K리그 챌린지 경기를 자주 본다. 안산의 경기력에 대해 묻자 갑자기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결국 “라울은 정말 뛰어난 공격수”라는 것과 “9번(장혁진)은 안산의 마에스트로다. 환상적인 선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그렇게 K리그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안산에서의 프로 데뷔다. 한국 프로축구 2부리그 신생팀에서의 데뷔라니 누군가는 ‘꿈이 작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와~스타디움에서 K리그 챌린지 무대에 나서는 것이 꿈을 향해 내딛는 첫 발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한 걸음을 떼기 위해 그토록 머나먼 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작든 크든 소중한 법이다.

안산에 심겨진 남수단 희망의 씨앗, 활짝 필 수 있기를

남수단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 축구 최빈국이다. 신생 독립국이고 가난한 나라다. 축구에 대한 지원도 열악하다. 하지만 2012년 한국인 임흥세 감독이 남수단에 도착한 이후 남수단 축구의 위신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FIFA 가입 랭킹 당시 199위에 위치했던 남수단은 5년 만에 무려 50계단 가까이 뛰어올랐다. 역대 FIFA 랭킹 최고 기록은 2015년 134위였다. 최근에는 A매치에서 3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수단 축구의 갈 길은 멀다. 그렇기 때문에 남수단이 엠마누엘과 마틴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이 두 소년은 가족의 미래이자 국가의 미래다. 사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남수단 축구는 굉장히 열악한 편이에요. 남수단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수단(북수단)이나 다른 국가에 가서 뛰고 있죠. 선수들도 연봉을 많이 주는 다른 국가를 선호해요. 하지만 쉽지 않아요. 남수단의 축구 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스카우터들이 남수단에 눈길을 쉽게 돌리지 않죠.”

“그래서 남수단 선수 한 명이 해외에 진출하면 구단에 함께 뛰었던 선수들을 추천해줘요. 그러면 구단에서 검토해 추가로 영입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죠. 유소년 시절 같은 구단에서 뛰었던 동료들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프로 진출 이후에도 서로 도움을 주는 존재죠. 저희도 좋은 선수가 된다면 함께 뛴 친구들을 잊지 말아야죠.”

마틴과 임마누엘도, 남수단도, 안산도 지금 한창 성장 중에 있다. 성장 중이라는 것은 아직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머나먼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기 위해 힘을 합쳤다. 과연 이들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는 어떨까? 벌써부터 두 선수와 안산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wisdragon@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ports-g.com/sSAzn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