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송승민은 67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누군가에게는 K리그에 딱 한 번만이라도 서 보는 게 꿈일 수도 있다. 그만큼 K리그에서 한 번의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실력면에서도 완벽히 준비해야 하고 여기에 운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더 대단한 기록이 있다. 바로 어제(28일) K리그에서는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 하나가 탄생했다. 광주FC 송승민이 무려 67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것도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 권정혁이 보유했던 66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공격수가 깼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송승민에게 ‘철인’이라는 칭송을 붙여도 아깝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송승민의 이 기록은 단순한 행운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부상과 경고누적을 이겨낸 대기록

송승민이 2015년 8월 23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장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기록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이날 미드필더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때부터 광주FC의 모든 경기에 출장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것도 대부분이 후반 교체 출장이 아니라 선발 출장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부상은 물론 경고누적 결장도 기록 중단으로 이어지지만 송승민은 이 모든 걸 이겨냈다. 단 한 번의 결장도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후반 막판 몇 분 투입돼 기록을 연명(?)한 것도 아니었다. 김호남이 광주에서 뛸 때도 그 옆엔 송승민이 있었고 정조국이 뛸 때도 그 옆엔 송승민이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송승민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나 그에게는 지난 시즌 10월 40경기 연속 출장을 넘기고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발목도 좋지 않았고 무릎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승민은 긍정적이었다. “선수 중에 이런 부상을 안 달고 다니는 선수가 어디 있나.” 경기에 아예 나서지 못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지만 그는 잔부상에 시달리며 출장했다. “경기에 나가기 위한 몸상태를 늘 만들어 놓았다”는 송승민의 말은 그가 부상을 피해 얼마나 경기 출장에 대한 의욕이 강렬했는지 느낄 수 있다. 부상을 피하는 것도 실력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그가 부상 없이 경기에 나선 것도 곧 실력이다.

그에게는 또 하나 넘어야 할 게 있었다. 바로 경고누적 결장이다. K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경고가 석 장 쌓이면 한 경기를 쉬어야 하는데 이러면 연속 출장 기록도 끊어진다. 좀처럼 경고를 받지 않는 송승민이지만 한 시즌 동안 경고를 두 장 이내로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송승민은 2015년 8월 12일 전남과의 홈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한 경기를 쉬고 바로 그 다음 경기인 제주전부터 이 대기록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17일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그는 경고 한 장을 받았고 6월 29일 수원삼성 원정경기에서도 후반 35분 경고 한 장을 더 받았다. 한 장만 경고를 더 받으면 연속 출장 기록이 끊기는 상황이었다.

송승민의 혹독한 자기관리

송승민도 이를 의식했다. 연속 출장 기록에 대한 의식이라기보다는 한 경기라도 빠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까지는 기존의 연속 출장 기록이 몇 경기인지, 자신이 기록에 다가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경고를 한 장 더 받으면 한 경기를 쉬어야 해서 신경을 썼죠. 사실 제가 거친 스타일의 경기를 하는 건 아닌데 경기 도중에 거친 상황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불필요한 경고는 받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송승민은 놀라운 정도로 경고 관리를 잘했다. 무려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장의 경고도 더 받지 않고 시즌을 마친 것이었다. 송승민은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전경기에 출장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송승민이 교체로 출장한 경기는 단 두 경기에 불과했다. 무려 5명의 선수가 부상과 경고누적 등으로 37경기 출장에 그친 동안 송승민만이 유일하게 38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송승민은 지난 시즌 주전 경쟁과 경고누적, 부상 등을 모두 이겨내며 대기록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리고 올 시즌 시작 전 구단 매니저로부터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16경기만 더 나가면 K리그 연속 출장 신기록을 세울 수 있어.” 송승민이 기록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때였다. 그리고 송승민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16경기를 소화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더 빛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송승민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며 계속해서 경기에 나섰다. 이번 시즌에도 그는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하고 있다.

워낙 자기관리에 철저하지만 송승민은 몸 관리를 더 혹독하게 했다. 특히나 워낙 많이 뛰는 스타일인데다가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니 체력 관리는 필수였다. “원래 몸 관리를 중시하는 편이거든요. 비타민과 한약, 홍삼, 단백질 보충제 등 하루에 먹는 약만 5~6가지는 돼요. 그런데 연속 출장 기록에 대해서 듣고부터는 음식도 더 잘 먹으려고 하고 휴식도 더 잘 취하려고 신경 쓰죠. 제가 몸 관리를 잘 한다고 느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동료들이 저한테 와서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자주 물어요. 다 저를 따라서 약을 한 움큼씩 먹어요. 약은 약사에게 처방받아야 하는데 저를 전문가라고 생각하나봐요.” 송승민의 자기관리가 약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이 정도로 자기 자신을 엄격히 관리한다.

광주FC 송승민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우며 골까지 넣었다. ⓒ프로축구연맹

67경기 연속 출장, 엄청난 기록이다

송승민은 어제(28일) 경기를 앞두고 매니저로부터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경기가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우는 경기라는 것이었다. “2~3경기 더 해야 기록을 달성하는 줄 알았어요. 경기 전 기록 달성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더 경기 전부터 각오를 다졌어요.” 강원전에 나서며 67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송승민은 이날 드라마를 완성했다. 광주가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26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다. 의미 있는 날 뽑아낸 귀중한 골이었다. 정조국이 팀을 떠난 뒤 이제는 팀 공격의 주축이 된 송승민의 책임감이 빛났다. 송승민은 조주영이 내준 공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왼발로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광주 서포터스 앞으로 가 두 팔을 벌려 환호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송승민은 대기록을 세우고 골까지 넣었다는 기쁨보다는 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오늘 경기는 시작할 때부터 남달랐어요. 오늘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비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제가 골을 넣고 연패를 끊었으니 다음 경기는 더 기대가 돼요.” 송승민은 그렇게 역사에 남을 67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 경기라도 나서는 게 꿈인 많은 선수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더군다나 체력 소모가 비교적 덜하고 한 번 주전이 결정되면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골키퍼의 기록을 공격수가 깼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외국인 선수와의 극심한 주전 경쟁은 물론 부상과 경고누적까지도 이겨내며 송승민은 그렇게 ‘철인’이 됐다.

평일과 주말에 연이어 경기가 펼쳐질 때면 체력적으로 부담감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송승민은 이걸 다 이겨냈다. 송승민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100경기 연속 출장이다. “저에게는 이 67경기가 다 도전이었습니다. 늘 경쟁해야 했고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죠. 지금껏 부상도 없이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이왕 기록을 달성한 거 앞으로 100경기를 꼭 채워보고 싶어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더 잘 관리해 기록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송승민은 광주가 K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겨 승격의 기쁨을 누릴 때도, 정조국과 함께 영광을 누릴 때도, 그리고 지금도 늘 그 자리에 있다. 67경기 연속 출장은 성실함을 상징하는 대기록이다. 송승민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 정도면 출장 수당만 해도 장난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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