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그리너스 어린이 팬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귀를 기울이면 안산 그리너스의 미래가 보인다.

K리그 각 경기장은 각자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웅장한 서포터의 응원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아산 이순신운동장에서는 군대에서나 들을 법한 기상 나팔 소리가 이곳이 군경 팀의 홈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신생팀 안산의 분위기는 '어린이'가 이끈다.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관중들이 안산 경기장을 찾는다. 서포터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어린이의 응원 소리를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다. 오히려 어른들이 어린이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고 따라할 정도다. 다른 K리그 경기장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이날 안산 와~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은 3,276명이었다. 육안으로도 다른 곳에 비해 어린이 관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단 관계자도 "미취학 아동은 무료 표로 입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율이 꽤 높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안산 와~ 스타디움이 어린이들 놀이터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안산의 이런 특이한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안산 구단 관계자는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첫 번째로 꼽는다. 안산 선수들이 하루에 두 번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 어린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 2회가 아닌 일 2회다. 다른 구단에 비해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이 많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안산은 꾸준히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경기장의 일부를 폐쇄하고 관중들을 모은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관중들이 밀집되어 있으니 안산의 홈 경기는 지역 주민들 간 사교의 장 역할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만난 친구들을 다시 경기장에서 만나고 부모님들은 이웃 사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축구장에 가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어린이 관중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지금 당장 안산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단지 이들이 축구장을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들까지 경기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경기장을 찾는다면 먼 훗날 구매력이 큰 팬으로 성장할 것은 자명하다. 심지어 현재 안산은 잘 하는 팀도 아니다. 팀과 팬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다. 긍정적인 요소다.

현재 안산이 아쉬운 점은 바로 경기력이다.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흥실 감독도 그 부분을 짚었다. 그는 "평일 저녁, 그리고 비가 왔던 상황에서도 많은 분들이 선수들 응원하러 와주셨는데 이기지 못했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만 경기력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아직 안산은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도 '관중 증가'가 중요한 이슈다. "안산에 축구팬도 많고 축구 동호인도 많다. 그런데 동호인 분들은 건강을 위해서 축구 하는 걸 더 좋아하고 경기를 많이 보러 오시지는 않더라"고 말한 이 감독은 "장기적으로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일단 오늘과 같이 많은 관중이 왔을 때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부산과의 경기는 0-3 안산의 완패로 끝났다. 다른 K리그 경기장이었다면 수많은 팬들이 불만을 갖고 돌아갈 법한 스코어다. 야유가 나올 수도 있었다. 최근 들어 K리그 클래식 빅클럽들은 실망스러운 경기에 머문 뒤 팬들의 거센 야유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안산 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관중석으로 다가가는 선수들에게 "괜찮아"를 연호했다. 패배로 어깨가 쳐진 선수단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이 감독 역시 고마웠던 것 같다. 어린이 팬들의 연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동생들이 괜찮다는데 당연히 괜찮아야지"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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