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이종성, 김종우는 2017시즌 수원의 주축이다 ⓒ 수원삼성 제공

[스포츠니어스 | 수원월드컵경기장=명재영 기자] 수원삼성의 유스 정책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스타 군단에서 알뜰한 자급자족 구단으로 변신한 지 5시즌 만에 이루어낸 성과다. 그 상징은 슈퍼매치였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FC서울과의 일전을 치른 수원삼성의 선발 라인업은 예전과 달랐다. 국가대표 출신 영입 자원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모습은 없었다. 그 자리는 수원의 유소년(U-18) 구단인 매탄고등학교 출신의 선수들이 채웠다. 구자룡, 이종성, 김종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올 시즌 활약은 눈부시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구자룡과 이종성은 나란히 팀의 부주장을 맡았다. 지난 시즌의 활약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부주장단보다 한 살 어린 1993년생 김종우는 2015년 수원FC에서의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마치고 지난 시즌 빅버드로 돌아왔다. 형들이 팀의 주전으로 거듭날 때 정기적인 출장 기회를 못 잡고 1년 동안 절치부심한 김종우는 2017년 새로운 유스 신화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김종우는 올해 리그에서 12경기 출전 2골 3도움이라는 준수한 기록으로 이종성과 함께 수원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학생 시절 골대 뒤에서 볼 보이로 슈퍼매치에 참가했던 이들은 어느덧 수원의 핵심 멤버가 되어 81번째 슈퍼매치를 장식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탄탄한 기본기로 홈 팬들을 매혹시켰다. 수비수 구자룡은 선배 곽희주의 뒤를 이어 데얀을 상대했다. 이종성은 수비진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거칠게 서울을 막아냈다. 동생 김종우는 ‘블루윙즈 5월의 MVP’를 수상한 선수답게 물이 오른 몸 상태를 마음껏 뽐냈다.

슈퍼매치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팀의 유스 출신들이 활약하는 것은 축구에서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첼시의 존 테리, AS로 마의 프란체스코 토티, 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그 특별함을 입증했다. 학원 축구가 전부였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런 모습을 국내에서 볼 수 없었지만, K리그의 각 구단이 산하 유소년 팀을 창설하고 직접 선수들을 길러내기 시작하면서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다.

매탄고 3인방은 이날 웃지 못했다. 안방에서 숙적에 1-2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책임감과 패배에 대한 분노로 머리가 가득 찰 것이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시련일 뿐이다. 8월 12일에 열릴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에서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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