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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FC서울이 위기에 처했다. 축구 내외적으로 비상 알람이 울리고 있다. 전임 감독이었던 최용수 감독 때도 위기는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이 위기를 단기간 내에 불식시키면서 팬들의 불안감을 덜어냈다. 황선홍 감독 체제의 FC서울은 아직 불안하다. FC서울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겨울 이적 시장 실패와 성적 부진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 부분이다. AFC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예선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며 ACL 탈락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그러나 FA컵 탈락에 이어 리그 성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 17일(수) 부산 아이파크와의 FA컵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며 탈락을 확정 지었다. 지난 20일(토)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는 홈에서 강원FC에 패배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가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 구단은 최용수 감독 체제에서 최소한의 투자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FA로 풀린 선수들을 이적료 없이 영입했으나 그 선수들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박주영과 다카하기, 데얀과 신진호의 FA 영입은 FC서울 구단의 능력을 보여줬던 영입이었다. 거기에 최용수 감독의 능력이 더해졌다. 그의 최대 성과는 오스마르의 영입이었다. FA 영입은 아니었지만 그는 오스마르에게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스마르의 능력을 눈여겨본 다른 클럽들도 많았지만 그를 끝끝내 지켜냈다. 일단 이적 시장이 열렸을 때 선수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황선홍 감독 체제의 첫 겨울 이적 시장은 실패에 가까웠다. 아드리아노의 대체자를 마우링요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실망을 안겼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박용우는 울산으로 떠나보냈다. 인천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치른 김원식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시즌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공격수들의 답답함보다도 수비자원의 부진과 대량 실점에 있다. 이진법 축구라고 비난받을지언정 1-0으로 이기면 승점 3점을 가져간다. 탄탄한 수비는 챔피언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현재 서울은 너무 쉽게 실점하는 장면이 많다.

이근호에게 실점하는 FC서울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카하기는 서울에서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서울의 자원을 고려하면 하대성과의 트레이드는 설득력 있는 결정이다. 신진호의 공백은 다카하기로 메울 수 없었다. 서울 중원에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측면의 약점은 신광훈으로 보완하려 했다. 문제는 핵심 이적 선수들이 모두 장기부상을 당했다는 점이다. 황선홍 감독은 강원 전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휴식기 이전에 마지막 경기를 잘 치르고 정비할 필요를 많이 느낀다"라고 전했다. 휴식기 동안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들과 함께 반등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서울은 시즌 초반 리그와 ACL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용수 감독에 이어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도 서울은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서울은 '슬로 스타터'라기보다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황선홍 감독도 기자회견장에서 "맞다"라며 이를 인정했다. 선수들의 부상 이탈, 백4와 백3 수비라인의 변화가 이어져 황선홍 감독의 축구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느낌이다. 중계화면에 잡힌 황선홍 감독의 "하기 싫어" 발언은 선수들이 의지를 잃었다기보다 아직 그의 축구를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함으로써 잡힌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팬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기

서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이 팀에 실망하고 점차 떠날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 팬들은 다른 K리그 팀 팬들에게 '공공의 적' 취급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경기장을 지킨다. 팀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얘기다. 그런 팬들이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강원은 이번 시즌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지만 '강원'이라는 팀에 무기력하게 패배한다는 사실은 서울 팬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팬들이 서울이라는 팀에 큰 실망을 느꼈다는 의미다. 실수로 인한 어이없는 실점, 어려움을 타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축구가 원인이 됐을 수 있다. 서울은 2013년 강원을 만나 0-2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내리 3골을 뽑아내며 3-2로 역전승을 거둔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 서울은 누구를 상대로 하더라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리란 기대가 없다. 역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던 황선홍 감독의 포부는 실현되고 있지 않다.

서포터들은 "정신 차려 서울"을 연호했다. 충성심 높은 팬들이라도 경기 내용에 따라 분노할 수 있다. 요즘 팬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은 구단의 공식 SNS 계정이다. FC서울은 구단 계정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에 몇몇 팬들을 차단 조치했다. "포스팅 내용과 관련성이 적은 비난과 욕설은 차단 조치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그들의 SNS 정책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차단 조치는 팬들을 취사선택 하는 듯한 모습이다. 리그를 선도하겠다는 구단치고는 꽤나 속 좁은 형태의 팬 관리다.

황선홍 감독은 취임 당시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하며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주는 팀이 서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통을 통해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의 말이 오히려 독이 됐다. 구단의 SNS 운영 형태는 황선홍 감독의 바람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이 직면한 더 큰 위험은 등을 돌리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팬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너 아니어도 우리 팬들 많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성적보다 팬을 잃는 것이 더 큰 위기임을 알아야 한다.

이근호에게 실점하는 FC서울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반등의 기회는 있다

성적과 팬들을 제외하더라도 서울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얇은 측면 수비 자원, 데얀과 박주영의 노쇠화, 2선 선수들의 득점 부재, 심우연의 해결되지 않은 가정사 등 서울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짐작 가는 곳이 너무 많다. 핵심은 축구다. 황선홍 감독의 축구가 빠르게 정착되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여름에 "공격과 미드필더를 보강하고 싶다"라고 밝혔는데 그만큼 잉여 자원을 정리할 결단도 내려야 한다. 문제는 그만큼 확실한 정리대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황선홍 감독은 살생부를 거론하고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해야 한다. 서울이라는 팀에 남아있으려면 그 정도의 심리적 부담은 필요하다.

K리그는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불문하고 변수가 많은 리그다. 특히 올해 '절대 강자' 전북이 저조한 득점력을 보이며 지난 시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큰 증거다. 성적은 해마다 다르고 그만큼 모든 팀에게 우승 기회는 열려있다. 그리고 이는 모든 팀이 위기 뒤에 반등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등의 기회는 있다. 울산과 수원이 위기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조롱의 대상이었던 두 팀은 벌써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에 해당하는 1위와 6위 사이의 승점은 단 5점이다. 서울은 아직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전반기에 겪은 시행착오가 후반기에 더 큰 약이 될 수 있다. 서포터들의 "정신 차려 서울"이라는 외침은 황선홍 감독에 귀에 정확하게 들렸다. 황선홍 감독은 "저부터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서울이 잘하면 떠났던 팬들도 다시 돌아온다.

2015년 서울은 5월 말 순위가 10위까지 떨어졌음에도 6월 중순에 다시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린 팀이다. 서울이라는 팀은 고비를 넘기 힘들어할 뿐, 넘기만 하면 매우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팀이었다. 이제 전체 시즌의 1/3을 넘긴 시점에서 좌절하고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서울엔 A매치 휴식기라는 터닝 포인트가 있다. 대표팀 조기소집으로 인해 기간도 길다. 마지막 마지노선은 여름 이적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선홍 감독과 FC서울의 시즌은 이때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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