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 클래식 팀을 맡아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던 감독이 갑자기 K리그 챌린지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들이 보기에는 '자진 강등'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그는 호기롭게 외쳤다. "10년 안에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하겠습니다!" 그는 바로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감안한다면 그의 첫 시작, 아니 절반은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있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10년 뒤를 목표로 했던 그인 만큼 그의 시선은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조진호 감독을 강서체육공원에 위치한 부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1. 아, 챌린지 몰라요. 진짜 몰라요

아직 많은 경기를 소화한 편은 아니지만 부산은 현재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경남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녹록치 않다.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부산은 1무 1패로 아쉬운 결과를 거뒀다. 하지만 조 감독은 경남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이 현재 2위인데, 1위 경남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어휴, 그렇죠. 사실 지금 저희 승점이면 선두권에 있는 것이 당연해요. 승점이 결코 부족하지 않아요. 그런데 워낙 경남이 잘하니까 2위에 있는 거라고 봐요. 중요한 것은 경남과 승점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노력하면서 조금씩 좁혀야 할 것 같아요.

지난 경남전은 창원에서 열렸거든요. 경남이 홈이니 공격적으로 나올 줄 알았어요. 초반에 약간 수비적으로 맞붙었는데 선수들이 컨디션 부분에서 굉장히 좋더라구요. 그래서 욕심을 좀 부렸어요. 성적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축구라는 것이 계속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득점이 안되면 실점이 되거든요. 결국 0-1로 졌죠. 그래도 연패로 이어지지 않은 부분은 다행입니다. 경남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기회였죠. 이정협 경고누적으로 못나왔죠, 임상협 부상으로 못나왔죠. 우리는 완전 차포 다 뗀 셈이었죠.

경남이 굉장히 좋은 팀인데다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만만치 않은 팀이에요. 하지만 언제든지 경남도 떨어질 수 있고 우리도 기회가 올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대로 경남이 하는 것은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만들면서 상황을 봐야겠죠. 그나저나 말컹같은 선수는 어떻게 데려오나요? 비법을 알려주던가 안되면 우리한테 좀 줬으면 하는데…

올 시즌 모든 팀들과 한 번 이상 맞붙었는데 일단 문제는 경남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뇨. 모든 팀이 문제죠. K리그 챌린지는 진짜 알 수 없어요. 제가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 때 만만한 팀이 없다고 했어요. 저번에 보니까 수원FC와 안산 그리너스 경기에서 안산이 2-1로 이겼잖아요. 저희도 저번 안양전에서 1-0으로 이기긴 했거든요. 안양이 골대만 맞추지 않았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대전, 제가 볼 때는 경기력이 제일 좋은 팀입니다. 득점을 못해서 그렇지. 저번에 경남하고 붙을 때 한 명 퇴장 당했는데 슈팅을 22개인가 때리더라구요. 경남 이범수가 완전 신의 손이었으니까 망정이지… K리그 챌린지가 진짜 업그레이드 됐어요. 작년하고 완전히 달라요.

작년에는 고양 자이크로와 충주 험멜이 2약으로 분류됐잖아요. 두 팀 경기는 사실 조금 편한 면이 있었죠. 그런데 올해는 상대 9개 팀 중에서 만만한 팀이 없어요. 쉬어가는 팀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매 경기마다 몰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같아요. 선수들에게도 여기에서 만만한 팀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했어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고 얘기했어요.

에이, 그래도 2위인데 엄살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닌가요? 그럼 약점을 한 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산이 공격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 수비가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공격에서는 이정협, 박준태, 임상협, 루키안 이런 선수들이 활로를 찾고 있어요. 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수비 부분이죠. 저번 수원전에서도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순식간에 2-2가 된 것도 있고 불안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죠. 사실 실점을 안한 경기도 잘 보면 결정적인 기회를 몇 개 내주는데 운이 좋아서 실점하지 않을 때도 꽤 있죠.

저희가 사실 공격적으로 나오다보니 상대가 역습을 주로 노리거든요.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라인을 내리면서 수비적인 경기를 할 수도 없고, 이기려면 라인을 올려서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뒷공간 쪽을 허용하는 모습이 있어요. 게다가 부상 선수가 수비 쪽에 많아요. 홍진기 이런 선수들이 베스트라 볼 수 있는데 다들 부상이에요. 이런 선수들이 빨리 회복되고 수비가 안정되야겠죠. 수비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골 넣기도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여튼 굉장한 순위 싸움에 스트레스가 많으실 것 같아요.

이 순위라는 게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하늘에서 도와줘야 하는 것도 있어요. 예전에 제가 대전에 있을 때는 운이 많이 따랐죠. 물론 아드리아노라는 에이스가 있었지만 맨날 위기 상황에서 상대가 골대를 꼭 맞춰요. 그러면 그냥 아드리아노가 역습으로 한 골 넣어서 무너뜨리고 그랬죠. 매 경기 경기력이 좋을 수는 없잖아요. 운도 좋아야해요.

여기는 너무 치열해요. 저도 스트레스 받지만 다른 10개 팀 감독들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겁니다.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한 팀 승격, 한 팀 플레이오프 이러지 말고 그냥 두 팀 승격, 두 팀 강등 이렇게 하면 정말 참 좋겠는데… 물론 개인적인 바람일 뿐이죠.

#2. 이정협 프로젝트는 임상협과 함께 '현재진행형'

조 감독이 부산에 취임했을 당시 가장 화두에 올랐던 것은 단연 이정협이었다. 대전에서 아드리아노를 키워낸 조 감독이 이정협을 어떻게 키울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임상협이라는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 감독님이 '이정협을 아드리아노처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잘 되고 있나요?

어휴, 잘되고 있죠. 7경기 연속 골은 정말 대단한 겁니다. 지난 안양전 때 상대 수비수들 보세요. 골 안먹겠다고 이정협에게 엄청 달라붙었잖아요. 사실 이정협이 15경기 정도 연속으로 골을 넣어줬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정협한테 "10경기 이상 연속골 넣으면 너 선물 줄게"라고 말했어요. 자꾸 더 나은 선수가 되려는 욕심을 부려야 하니까.

이정협이 조금 더 이기적으로 변한다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골문 앞에서 자기가 골을 더 넣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아직 팀 플레이에 더 신경 쓰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보여요.

같은 시각 이정협은 "감독님이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훈련에 늦었다는 이상한 농담을 한다"고 디스 중이었다 ⓒ 스포츠니어스

좋은 모습이지만 정말 아드리아노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려면 멀티골을 자꾸 넣어야해요. 한 골에 만족하지 말고 때로는 세 골도 넣고 몰아치는 선수가 돼야하죠. 스트라이커는 무조건 득점이 중요해요. 그래서 골문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득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이정협이 몸싸움도 좋고 분명히 강점이 있는 선수거든요. 그런데 골문 앞에서 얌전한 모습을 보였어요. 제가 그 부분에 대한 주문을 꽤 많이 했어요.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정협이를 따로 불러서 "정협아. 너는 수비가 거칠게 달려들면 자꾸 그렇게 당하니까 수비가 만만하게 보는 거야. 수비가 저렇게 나오면 너도 그냥 같이 맞붙어야지. 네가 덩치는 훨씬 더 좋은데… 네가 거칠게 하면 상대 중앙 수비들은 너한테 덤비질 못한다고"라고 얘기했죠. 그 이후에 이정협이 경기에 나서면 굉장히 거칠어졌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정협이 한 단계 더 올라가려면 투쟁력이 있어야해요. 워낙 이 친구가 뭔가를 주문하면 노력하고 성격도 괜찮거든요. 게다가 팀을 위해서 항상 뭔가 열심히 하려는 것이 있어서 이런 부분도 곧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즌 초에는 이정협만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쌍협', 임상협에 대한 주목도 함께 커지고 있어요.

아, 임상협 얘기만 나오면 저번 경남전이 또 떠올라서 진짜 아쉬워요. 이정협도 못나왔는데 임상협도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정협과 임상협은 함께 있으면 굉장히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상대 수비가 한 명을 막는 것보다 두 명을 막는 것이 더욱 어렵죠. 저희에게는 공간이 더 생겨날 수 있는 것이구요.

임상협 역시 득점 감각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굉장히 위협적이에요. 이 선수를 제가 상주에 있을 때 함께 있었는데 처음에는 수비적인 선수가 아니었어요. 수비를 안하더라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 임상협에게 주문을 했어요. 공격도 수비를 해야된다고. 그 부분은 많이 좋아졌어요. 최근 상승세였는데 부상 때문에 두 경기 못나온 것이 굉장히 아쉽네요. 그리고 그 한 경기가 경남전이었다는 것도. 앞으로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3. 형님 리더십, 알고보니 부장님 리더십?

조진호 감독은 '젊은 감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선수들과 사진을 즐겨 찍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골이 들어가면 선수들 못지 않게 흥분하며 기뻐한다. 그래서 그의 리더십을 '형님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에게는 '부장님 리더십'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반전이다.

조진호 감독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사진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그냥 지도자들이 틀에 박힌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보다 사진을 찍으면서 다가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진 찍고 SNS에다가 우리 선수들 열심히 한다고 올리기도 해요. 초반에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강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사진이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찍기보다는 경기 후나 훈련 후에 상황을 봐서 찍는 편이죠.

예전에 상주 감독 시절에는 "야, 운동 마치고 수고했다. 사진 한 번 찍자"라고 말한 다음 사진을 찍었는데 항상 아쉬웠어요. 왜냐면 상주 선수들은 휴대폰을 못써요. 기껏 찍은 사진을 보내줄 수가 없어요. 이제는 마음껏 보내주죠. 우리는 선수들 '단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같이 찍은 사진도 올리고 좋은 글귀나 볼 만한 영상이 있으면 제가 올려주죠.

같은 시각 이정협은 "감독님이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훈련에 늦었다는 이상한 농담을 한다"고 디스 중이었다 ⓒ 스포츠니어스

저희 아버지나 이른바 '부장님' 세대가 주로 그런 거 하시는데…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경기 영상을 많이 보내줘요. 이정협이나 아드리아노, 루키안 이런 선수들에게도 많이 보냈죠. 주로 전력분석관이 편집한 영상이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영상을 보내줘요. 왜냐하면 자신들이 이 영상들을 보고 영감을 얻고 시도를 해야거든요. 공격이면 공격에 최적화된, 수비면 수비에 관련된 영상을 보고 느껴야해요. 그런 영상들이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죠.

요즘은 진짜 이 모바일 메신저라는 것이 참 좋아요. 매번 미팅하는 것보다 이렇게 '단톡방'에 영상 보여주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미팅을 오래하는 편이 아니에요. 선수들은 미팅을 20분 이상 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게다가 미팅을 하면 좀 서로 딱딱해져요. 저는 미팅보다 운동장에 나가서 선수들과 스킨십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단톡방'과 운동장을 활용하는 편이죠.

사진만큼 인상적인 것이 감독님의 퍼포먼스입니다. 골 뒤풀이 하나는 거의 '선수급'이시잖아요.

그래서 꼭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해야 합니다.

네?

K리그 챌린지에서는 아무리 땅바닥을 뒹굴어도 뭔가 임팩트가 크지를 않아요. 중계가 항상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작년에 상주 감독으로 K리그 클래식에 있었잖아요. 1부리그에서는 생중계에다가 감독 사전 인터뷰까지 하고 클로즈업도 벤치 쪽으로 많이 해줘요. 그런데 K리그 챌린지에서 그 정도까지는 해주지 않아요.

사실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에요. 원래 제 스타일이 골 넣으면 막 활동적으로 변하거든요. 저는 그냥 제 스스로 이렇게 노는 건데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는 바람에 이슈가 됐던 거죠. 지금은 K리그 챌린지니까 이렇게 해도 주목을 못받아요. 선수들도 알아야죠. 2부리그보다 1부리그에 올라가면 똑같이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결국에는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강한 뒤풀이는 많이 하지 않고 결정적인 득점이 나왔을 때만 합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조건.

뭔가요?

물을 일단 뿌려야해요. 뒤풀이 할 곳에 물을 안뿌리면 무릎이 다 나가버려요. 물 뿌렸을 때는 격하게 하고 안뿌렸으면 그냥 살짝 하는 정도?

그러고보니 최근 K리그가 잔디에 물 뿌리기를 의무화 시켰어요.

저는 대찬성이죠. 물을 뿌려야 해요. 저는 대전에 있을 때부터 물을 뿌렸어요. 훈련할 때도 뿌렸어요. 일단 물이 있으면 좀 땅이 부드러워지니까 선수들이 훈련할 때 다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물을 뿌리면 속도감이 생겨요. 게다가 득점 찬스가 의외의 장면에서 생겨요. 중간에 실수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빠른 역습이 전개되고 보는 사람은 재밌어지죠.

물 뿌리는 건 각 팀도 좋고 경기장 관리하는 곳도 좋은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감독하면서 보니까 물을 많이 뿌리면 잔디도 더 잘 자라요. 몇몇 경기장에서 잔디가 잘 안자란다고 애를 먹는데 일단 물을 뿌리면 됩니다. 아, 근데 이 규정 생기기 전까지 몇몇 팀은 우리랑 붙을 때 일부러 물을 안뿌리더라구요.

아산과의 경기에서는 물 많이 뿌리실 건가요? 홈 경기인데.

당연하죠. 물 많이 뿌릴 겁니다. 많이. (조 감독의 공언대로 부산은 아산과의 경기에서 정말 물을 열심히 뿌렸다.)

#4. 문재인 대통령님, 축구에 관심 부탁 드려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갖게 했다. 그것은 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조 감독의 팀 부산 아이파크는 바로 문 대통령의 고향 팀이기도 하다. 그에게 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점, 그리고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물어봤다.

얼마 전에 이곳 부산이 고향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잖아요.

제가 또 여기서 학연, 지연 이런 얘기 하면 안되는데… 사실 문 대통령께서 고향이 이곳 부산인 것도 있지만 경희대학교 선배이기도 하세요. 영부인께서도 같은 학교 성악과 나오시고. 그래서 좀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경희대에서 처음 대통령 나왔거든요. 저는 그 점은 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 대통령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왜냐하면 K리그, 그리고 우리나라 스포츠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에게 엔돌핀이 생성돼야 하거든요. 이 갑갑한 세상에서 먹고살기 바쁜데 누가 어떻게 스포츠를 보러 오겠습니까? 바르셀로나나 이런 동네에서 축구가 잘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행복하니까 즐기러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부산 왔을 때 부산 아이파크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좀 착잡하셨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문 대통령께서 축구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유니폼도 한 번 입어주시면 더 좋구요. 사실 우리나라의 축구는 야구보다 더 전통있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국가대표 A매치 하면 난리 나잖아요? 부산도 예전에는 그랬잖아요. 대우 로얄즈 시절 구덕운동장 얼마나 장난 아니었어요. 안정환 있고 김주성, 하석주 선배 있을 때 엄청났죠.

현재는 부산에서 축구보다 야구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죠. 야구는 워낙 마케팅을 잘 했어요. 그런데 축구도 매력이 있어요. 가장 큰 매력이 뭐냐면 고개 한 번 돌렸다가 골 장면을 못보는 수가 있어요. 야구는 경기 보면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여유 있게 매점도 갔다 오고 치킨도 먹으면서 볼 거 거의 다 볼 수 있어요. 반면에 축구는 이 골 넣는 장면 한 번 보기가 쉽지 않아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는 거죠.

딱 골 넣는 그 1초를 보기 위해 90분을 계속 집중해야 하는 것이 축구거든요. 보는 사람은 중독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축구의 인기가 언젠가는 다시 야구를 추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대가 오기를 저는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정협이 이대호보다 더 유명해지는 건가요?

하… 이게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건데 서로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5. 조진호의 꿈, 그리고 부산의 꿈

조 감독은 대전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상주를 거쳐 지금의 부산에 입성했다. 공교롭게도 K리그의 세 가지 구단 형태인 시민구단, 기업구단, 군경 팀을 모두 겪은 셈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조 감독은 이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곳 부산에서 말이다.

감독님께서는 세가지 형태의 구단을 다 겪어 보셨는데, 차이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음… 기업구단의 경우에는 선수단을 지원하는 조직이 체계화되어 있어요. 반면에 군경 팀은 아쉬운 부분이 이원화가 되어 있다는 거에요. 선수단은 경찰청이나 국군체육부대에 소속되어 있고 구단 프런트나 코칭 스태프는 별개의 조직이죠. 이 두 가지 조직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노력은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존재하죠. 게다가 입대와 전역이 있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도도 떨어지구요.

반면에 시민구단은 투자에 대한 부분이 아쉬워요. 축구 밖 세상의 이슈에 구단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죠. 한 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가 힘들어요. 1년 단위로 구단 살림을 꾸려나가면 연계성이 없어져요. 이러면 승격을 하더라도 언제 또 강등될지 모르는 거죠.

그렇다면 부산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단을 지원하고 투자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현재 부산 최만희 사장님이 현장에 있던 축구인 출신이잖아요. 감독도 하시고 축구 행정도 하셨죠. 그렇기 때문에 K리그 클래식에 올라간다면 분명히 변화가 존재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승격을 하면 뭔가 투자에 대한 동기부여나 설득력이 충분히 생길테니까요.

부산 감독 취임 당시 목표가 '10년 안에 ACL 우승'이었습니다. 이제 5퍼센트(약 6개월) 정도 진행됐는데 첫 출발은 산뜻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부러 먼 곳을 바라봤어요. 사실 우리 부산이 과거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강등이 됐으니 다시 승격을 하면 투자를 해서 좋은 선수들도 데려와 한 번 제대로 붙어봐야죠. 우리는 기업구단일 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회장님이 구단주로 있는 팀이잖아요.

투자를 하면 팀은 성장해요. 전북도 그렇고 제가 8년 동안 몸담았던 제주 역시 예전에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팀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투자를 하다보니 점차 좋은 팀이 되고 결국 성적으로 나오잖아요. 지금 K리그 클래식 1, 2위가 바로 두 팀이잖아요. 프로의 세계에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힘들어요. 그건 아마추어 팀들이나 가능한 얘기에요. 프로는 뭔가 상품이 있는 선수가 있어야지 경기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투자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갖는 비전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부분을 실현하려면 승격을 해야겠죠. 저와 선수단, 그리고 부산의 명예도 물론이고 구단주님을 위해서도요. 얼마 전에 FIFA 평의회 위원 당선 되셨는데 가지고 있는 팀이 2부리그에 있다고 한다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해야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부산에서의 조진호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ACL 출전과 K리그 클래식 우승입니다. 두 가지 소원 다 이루고 나서 다른 걸 또 꿈꿔볼텐데 솔직히 사람 앞 일은 예측 못하잖아요. 감독이라는 자리가 오랜 기간 동안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제 미래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 못하겠습니다. 그저 제가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사람들이 경기장에 와서 부산의 축구를 볼 때 '아, 조진호 감독은 속도 있게 빠른 축구를 하는구나, 수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하는구나'란 평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백패스를 최대한 줄이는 등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축구에 색깔은 있어요. 뭐든지 공격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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