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무패’ 경남 김종부, “망가진 팀 왜 가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경남 김종부
경남 김종부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경남 함안=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 챌린지가 개막하기 전 경남FC의 돌풍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배기종은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시작해서 시끄럽게 끝내자.” 물론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남은 올 시즌 개막 이후 9승 3무 21득점 7실점이라는 압도적인 무패 기록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벌써부터 경남으로 K리그 챌린지는 시끄럽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팀을 불과 취임 2년 만에 무시무시한 팀으로 바꾼 김종부 감독을 직접 만났다. 지금부터 경남 함안에 위치한 경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종부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요새 여기저기에서 “잘하고 있다”는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닌데 이런 축하는 나중에 받고 싶다.

요새 경남의 경기를 보면 도저히 축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K리그 챌린지 팀들의 선수 구성은 다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시즌 초반 비길 경기를 이기고 질 경기를 비기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후반 종료 직전 역전승을 거두는 등 뒷심을 잘 발휘해 줬다. 이렇게 9라운드를 치르고 팀들과 다 한 번씩 만나고 나니 승점을 꽤 많이 쌓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를 보는 것 같다. 이길 경기가 아닌데도 너무 잘 이긴다.
지난 7일 대전 원정에서는 상대 슈팅이 골대에도 맞고 나왔고 우리 골키퍼 이범수가 여러 번 선방을 보여줬다. 아마추어 감독 시절에도 리그나 토너먼트 우승을 하고 돌이켜 보면 운이 많이 따라줬다. 골대에 맞고 들어가는 게 있고 나가는 게 있지 않은가. 경기력에서 밀려도 운이 따르거나 골키퍼의 선방 등이 이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렇게 분위기를 잘 탔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행운이 깃든 승점은 언제였나.
일단 대전하고 치른 두 경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2라운드 대전과의 홈 경기에서도 후반 35분에 먼저 실점을 한 뒤 3분 만에 두 골을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대전이 경기를 잘 하고도 우리한테 역전패를 당하면서 침체기를 겪은 반면 우리는 이 기세를 잘 탔다. 그리고 9라운드 대전 원정도 우리가 2-0으로 이겼지만 대전이 잘한 경기였다. 대전이 득점만 없었을 뿐 우리가 밀렸다. 이 두 번의 대전전이 우리에게는 행운도 따랐고 중요한 승부였다.

지난 3일 열린 부산과의 홈 경기 또한 1,2위 간의 싸움이라 중요했는데 그 경기 역시 1-0으로 잡았다.
그때 부산의 (이)정협이하고 (임)상협이가 경고누적과 부상으로 빠져서 우리가 유리하긴 했다. 우리하고 경기할 타이밍에 딱 빠져 줬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 아닌가. 아마 이 두 명의 결장이 우리와의 경기가 아니라 한 타이밍이 늦었더라면 이 경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절박함이 있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는데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안양과의 경기도 승점을 내줄 수도 있었는데 잘 지켰다. 쉬운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12경기 무패 팀의 엄살 치고는 좀 심한 것 같다.
수원FC나 성남 등을 포함해 K리그 챌린지 모든 팀들이 전력상으로는 당연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면 경기력이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아서 끌고 왔는데 이런 ‘멘탈’만으로는 한 시즌을 버틸 수는 없다. 한 시즌 내내 동계훈련 때처럼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멘탈’을 끌어 올려서 계속 갈 수는 없다. 프로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면 선수들한테 맛있는 걸 많이 줘야하는데 상황이 열악한 구단이다보니 사실 그런 게 좀 걱정되긴 한다. 수당을 좀 많이 챙겨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고민이 많다.

경남 김종부
경남 김종부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무시무시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팀 이야기는 천천히 해보자. 일단 요새 어린 팬들은 당신의 현역 시절을 잘 모른다. 본인 입으로 소개를 좀 해달라. 그 엄청났던 천재 선수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에이, 나는 그냥 어린 시절에 가능성만 조금 보여준 선수였다. 20대 초반에 이제 막 축구에 눈을 뜰 때 스카우트 파동으로 방황했다. 보통 한국 선수들이 24세에서 27세 사이인 4년 동안 전성기를 보내는데 나는 그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그 시기에 기술적으로 뭘 보여준 게 없다. 그냥 가능성을 좀 보였던 선수라고 하자.

그러기에는 너무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다. 대우와 현대가 당신 스카우트 전쟁을 펼치다가 팀 해체를 선언하기도 했고 정부 차원에서 직접 구명 운동을 벌이기도 하지 않았나. 그러지 말고 선수 시절 자랑을 좀 해달라.
뭐 잠깐이었다. 그때는 <스포츠서울>하고 <일간스포츠> 종이 신문이 많이 팔릴 때였는데 1년 동안 내가 계속 그 신문 1면 메인을 장식했었다. 뭐 그쯤 해두자.

‘허언증 갤러리’에 올려도 믿지 못할 자랑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나는 나대로 힘들었고 지금처럼 에이전트의 관리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축구 역시 제대로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라 다들 어설펐다. 주목받았던 것에 비해 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지금 한국 축구가 자리를 잡고 잘 가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내가 선수로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부분은 이제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련을 떨치는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이젠 지도자로 마지막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차피 선수는 언젠가는 은퇴를 하는데 나는 그게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알겠다. 그런데 당신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프로 팀 지도자가 아니라 학원 축구 지도자가 됐다. 프로 팀 지도자라는 조금 더 편하고 화려한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의외의 선택이다.
선수 시절을 잘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그래서 학원 축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1997년 거제고등학교에서 지도자를 시작해 2002년 동의대학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때 동의대가 대학 무대에서 32강이나 16강도 겨우 드는 팀이었는데 이 팀을 추계대학연맹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FA컵에서는 포항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때 최순호 감독이 포항에서 물러날 때였는데 본의 아니게 그 악역(?)을 우리 학교가 맡았었다. 그 다음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중동고 감독을 했다. 학원 축구 지도자로 일하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금전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학원 축구가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학원 축구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적을 내보고 마지막에는 한 번 프로팀 감독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니 감독으로 프로 무대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당신이 새로 도전한 곳은 K3리그였다. 천재 선수였던 당신이 계속 아마추어 무대에 있는 건 조금 아쉬웠다.
그때부터 성인 축구에 대해 도전했다고 봐주면 좋겠다. 2011년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 감독이 돼 그 시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13년에는 화성FC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K3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학원 축구에서 14년 동안 해온 감독이 성인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50대 중반 정도에는 프로팀 감독으로 한 번 도전해 봐야하지 않겠나’고 생각했다. 내가 프로 무대에서 성공해야 우리 학원 축구 지도자들이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경남 김종부
학원 축구에서 오랜 시간 지도력을 갈고 닦아온 김종부 감독은 이제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K3리그 팀 감독으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이 자리만으로는 금전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K3리그가 워낙 열악하지 않은가.
사실은 K3리그 감독 월급이 어지간한 중학교 코치 월급보다도 적다. 이 돈만으로는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화성에 장어 집을 열어 훈련이 없는 날이면 소스도 연구하고 장어도 직접 구웠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지 않겠나. ‘김종부’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어 장어 집을 연 것이다. 감독으로 돈을 못 벌면 다른 길로 새는 지도자들도 있다. 학부모들에게 손을 내밀거나 선수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다.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 장어를 굽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게 창피하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둑질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당당했다. 그때 화성 선수들은 다 우리 가게에서 강제 회식했다. 개발한 소스도 선수들에게 먹여가며 의견도 물었다. 지금은 경남에 내려오면서 큰 누나와 매형에게 가게 운영을 맡긴 상황이다. 우리 가게 정말 맛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홍보할 시간을 주겠다.
화성시 진안동에 위치한 ‘통영포차장어’다. 내 고향인 통영에서 가장 품질 좋은 장어를 직접 공수해 온다. 사실 차릴 돈도 준비돼 있지 않아 실내포차 수준으로 시작했는데 맛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좋은 길목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에 있는 작은 포차지만 맛은 자부한다. 제대로 홍보도 못 하고 경남으로 내려왔는데 이렇게 홍보할 시간을 줘서 고맙다.

비록 힘 쓸 데는 없지만 나도 꼭 한 번 들러보겠다. 그런데 요새 K리그 무대에는 지도자 경험이 부족해도 선수 시절 명성으로 감독이 돼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팀이 몇몇 있다. 밑바닥부터 다진 당신이 보기에는 이런 게 불편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게 꼭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젊은 지도자와 나이든 감독이 공존하는 리그가 돼야 한다, 어차피 프로 무대에서는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다 분담돼 있다. 공격과 수비, 피지컬 훈련, 선수 심리 등을 감독이 다 하는 게 아니다. 굉장히 세분화 해 코치들이 이걸 맡고 감독은 전체적인 운영을 컨트롤하는 거다. 젊은 감독의 실험 정신도 필요하고 나이 있는 감독도 현실적인 흐름도 필요하다. 나이 있는 감독도 장점이 될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는 게 바로 내 역할이다. 다만 협회에서 학원 축구 감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건 필요해 보인다.

학원 축구를 오래 경험한 감독으로서 그쪽의 치열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좀 소개해 줄 수 있을까. 학원 축구 감독들이 참 고생이 많은 것 같다.
고등학교 감독 시절 제자들의 대학 진학 전쟁은 엄청났다. 전국대회에서 8강에 들고 4강에 들어야 그 성적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일반 학생으로 보면 수학능력시험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팀이 전국대회에서 8강이나 4강에 들지 못하면 진학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 페널티킥 하나, 승부차기 한 번을 위해 상대 골키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든 걸 감독이 다 꿰뚫고 있어야 했다. 그런 싸움이 엄청 치열한 곳이다. K리그도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만 우승, 승격, 잔류 등 큰 목표 외에는 순위 한 계단 한 계단에 대단한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학원 축구는 8강, 4강 한 번 오르는 건 전쟁이다. 그걸 매년 접하는 감독들의 고생도 좀 알아줬으면 한다.

금방 늙을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프로는 좋은 코치진을 꾸려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면 되는데 학원 축구 감독은 제자들 대학 진학은 물론 학부모 관리에 선수 입학 문제까지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한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프로 감독보다 고등학교 감독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해보고 프로에 오니 조금 다른 세상이 열렸다. 프로 감독들을 보면 그냥 훈련장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뒷짐 지고 왔다 갔다 하는 걸로만 보이지만 프로 감독은 철저히 영상을 분석하고 전술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워낙 감독 혼자 할 게 많으니 이런 걸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오랜 시간 아마추어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당신이 마침내 지난해 K리그 챌린지 경남 감독으로 부임했다. 경남이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50대 지도자를 선택한 건 파격이었다.
내가 감독으로서 프로에서 통하는 재능이 있는지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 K3리그에서 화성을 우승시킨 경험이 경남에 어필된 것 같다. 처음 경남의 제안을 받고는 주변에서 만류하는 시선이 많았다. ‘왜 그런 망가진 팀에 가려고 하느냐’고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승점이 10점이나 깎인 채 다음 시즌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K3리그에서의 경험을 믿었다. K3리그에서도 포천시민구단이나 청주직지FC 등은 프로 선수 출신도 많고 구성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팀들을 잡고 우승을 경험해 봤으니 프로 무대에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다 빠져 나가면 다시 만들면 된다. 당장 우승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일단 주위에서 인정해 줄 수 있는 가능성만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은 다 ‘망한 팀’이라고 걱정하던 경남행을 선택할 수 있었다.

경남FC
경남FC는 지난 시즌부터 무서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경남은 승점 10점 삭감의 아주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대단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40경기에서 18승을 했고 61골을 넣어 K리그 챌린지 최다 득점 팀이 됐다. 비록 승점 10점 삭감의 여파로 8위에 머물렀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흐름이 좋았다. 지난 시즌에도 엄청난 스타급 선수들은 없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고 소통도 잘 됐다.

지난 시즌부터 심상치 않았던 경남은 올 시즌 개막 이후 12경기에서 9승 3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나.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개막 이후 곧바로 1위로 치고 올라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4위나 5위권에서 서서히 치고 올라가는 걸 구상했다. 순위 싸움에서 앞서가는 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추격하는 팀 입장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본 적이 없어 사실 부담이 조금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10년, 20년 해도 우승을 한 번 경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우승 팀에 있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선수들한테 이런 부분을 많이 강조한다. “왔을 때 기회를 잡아보자. 이런 기회가 현역 생활 내내 한 번도 오지 않는 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이 전폭적으로 투자한 것도 아닌데 이런 놀라운 경기력과 성적이 나온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 장어 집 비법 소스는 알려주지 못해도 이건 좀 알려달라.
빌드업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 시작을 그렇게 했다. 지난 시즌에는 크리스찬과 이호석, 송수영 등 다양한 선수들이 골을 넣었고 올 시즌에도 말컹과 정원진, 정현철, 김도엽 등 다양한 공격 루트에서 골이 나온다. 크로스에 의한 공격, 2선 침투에 의한 공격,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공수 전환을 통해 폭넓게 좌우를 활용하는 공격 등을 열심히 훈련했다. 다양한 위치에서 골이 터져야 한다. 기본은 일단 신체조건이 좋은 말컹을 위주로 한 크로스 공격 패턴이다. 이걸 기본으로 해놓고 측면에서 배기종의 돌파와 크로싱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정통 공격수가 아니면서도 다양한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정원진이 올 시즌 임대를 와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공간 침투를 할 때 주체적인 움직임을 자주 유도했다.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한 여러 패턴 가운데 하나다. 사실 나도 전북처럼 쓸 수 있는 자원을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싼 선수들을 영입해 쓸 수 있었다면 거기에 맞는 패턴을 짰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없는 살림에 11명을 다 역할에 맞게 써야한다. 능력이 70점 짜리 선수, 80점 짜리 선수, 85점 짜리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빅클럽에서는 70점 짜리 선수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 자원을 쥐어짜내 더 상황이 좋은 팀과 엇비슷한 전력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개인 능력은 다른 팀에 비해 다소 떨어져도 11명이 다 합쳐졌을 때는 빅클럽과 격돌해도 밀리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그런 조직적인 플레이로 지난 시즌 리그 최다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유독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 당신이 말한 것처럼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몸으로만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축구를 해야 한다고 유독 강조하는 편이다. 공이 나한테 왔을 때 뭘 하려고 생각하면 이미 늦는다. 단거리 육상선수는 1초에 10m 이상을 뛰는데 축구선수들도 1초면 4~5m를 뛰어 와 압박한다. 이 한 템포를 죽이면 이미 상대의 압박에 당하는데 한 템포를 빨리 생각하고 처리하면 이게 쌓여 경기 내내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다. 공이 없을 때 그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볼 줄 알아야 한다. 아마추어 시절 기량이 뛰어났지만 프로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을 깨우쳐야 한다. 가르친다고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느끼게 해야 한다. 지난 시즌 우리 팀에서 9골 10도움을 기록한 이호석이 그걸 잘 깨우친 예다. 올해 대전에서 뛰는 걸 보니 더 좋아졌다. 상대팀에 주기 아까울 정도다.

경남FC
말컹은 경남FC의 복덩이다. ⓒ프로축구연맹

또한 올 시즌 영입한 말컹이 대단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벌써 7골이다. 어디서 이런 복덩이를 데려왔나. 아주 그냥 말컹말컹하다.
우리가 사실은 돈이 없다. 지난 시즌 크리스탄도 연봉을 다 주고 쓴 게 아니라 임대 비슷하게 데려왔다. 이반도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으로 데려왔다. 그냥 급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단에서도 1억원 대 이상 선수는 아예 영입이 어렵다고 하더라. 결국 올 시즌 크리스찬과 계속 함께 가려면 이적료를 포함해 4억 원 이상이 필요했고 이호석은 연봉이 4배가 뛰었다. 둘이 합치니까 우리 예산의 40%를 까먹더라. 그래서 결국 이 둘을 쓸 수 없으니 누군가 새로운 대체자를 찾아야 했고 브라질 선수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바로 찾은 게 말컹인가.
아니다. 처음에 브라질 선수 한 명을 찾았는데 신체조건도 좋고 헤딩과 스피드도 괜찮아서 계약하고 싶었다. 1억 원 조금 넘는 금액이 필요했는데 이 선수를 데려오면 요긴하게 활용하고 나중에 훨씬 더 비싼 금액에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림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였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연봉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스카우트를 브라질로 보내 계약에 대해 알아봤더니 이 선수가 그 사이에 5억 원에 중동으로 이적해 버렸다. 그 사이 3억 원이 넘게 오른 거다. 우리가 1억 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선수였는데 너무 아까웠다. 그 선수를 보러 갔다가 놓치고 우리 스카우트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키 큰 애가 꽤 잘 한다”는 거다. 그게 말컹이었다.

말컹의 첫 인상은 어땠나.
“키가 무척 크다”는 보고를 받고 영상을 봤다. 그런데 프로필에는 키가 189cm로 돼 있는데 189cm치고는 조금 둔탁하고 느려 보이더라. (실제 말컹의 키는 196cm다.) 189cm면 더 가벼워야 하는데 고민이 좀 됐다. 그런데 뒤에서부터 쭉쭉 치고 나가는 스피드는 꽤 괜찮아 보였고 헤딩골도 넣을 줄 알았다. K리그에서는 부산에 있는 (이)정협이가 착점이 좋은 헤딩을 구사하는데 우리 구단은 정협이를 사올 돈이 없지 않은가. 말컹이 착점 좋은 헤딩을 할 줄 알아 OK 사인을 보냈다. 결정력이 다소 약해서 걱정했지만 한국에 와서 적응도 잘 해주고 있다. 겨울에는 좀 힘들어 하더니만 어영부영 비비고 하면서 골도 잘 넣어주고 있다. 그리고 관중이 보기에도 애가 스타성이 꽤 있다. 키 큰 놈이 유연하게 혼자 몸 풀면서 묘기 비슷하게 공을 가지고 노니까 팬들이 즐거워한다. 잘 데려온 것 같다. 우리의 복덩어리다. 그 친구도 성공하고 우리도 성공해야 하지 않겠나.

아무리 잘 나가는 팀이라도 한 시즌 내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언젠간 고비가 한 번은 찾아올 것이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모든 팀들과 두 번째 격돌하는 이번 10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쉽게 말해 두 바퀴 째 경기에서 최소 승점 5점 이상은 챙겨야 한다. 지지 않고 6점 정도는 따야 4위권 안쪽의 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5점 밑으로는 힘들다. 그러면 각 팀들과 세 바퀴 째인 19라운드부터 27라운드가 고비가 될 것이다. 거기에서 경기력이 떨어지면 지금 벌어놓은 승점으로 4강 플레이오프는 가겠지만 1위 자리를 지키는데 문제가 올 수도 있다. 뭐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늘 K리그 챌린지가 계속 웃었지만 K리그 챌린지 1위로 K리그 클래식에 직행하는 것과 1위를 놓쳐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건 과정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체력적으로 이 19라운드부터 27라운드를 조심해야 한다. 아마 지금 가진 기량에 비해 성적이 다소 부족한 성남이나 수원FC 등도 두 바퀴째 후반부터는 올라설 거다.

경남FC
경남FC는 올 시즌을 조용히 시작해 요란하게 만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그 고비를 넘길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첫 바퀴(1라운드~9라운드) 때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자제하는 편이었다. 수비 쪽을 더 튼튼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앙 수비수였던 우주성을 오른쪽 측면에 세웠는데 이 친구 키가 183cm다. K리그 클래식에 올라가면 중앙 수비수치고는 신체조건이 다소 부족한 편에 들 것이다. 그런데 오른쪽 측면에서의 운영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원래 중앙 수비수가 측면에 배치되면 활동 폭이 좁아지는데 적응을 잘 한 편이다. 안성남도 나이가 있는 축에 들지만 공격수 출신인데도 수비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최재수가 부상으로 힘들었던 기간 동안 박지수와 이반이 수비 라인을 잘 이끌어 줬다. 다음 달부터는 최재수의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릴 생각이다. 말컹을 지원할 수 있는 크로싱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조병국이나 최재수, 배기종 등 경험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고 공격적인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역사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1위를 달리고 있으니 K리그 클래식 직행을 목표로 삼았다. 승강플레이오프가 아니라 곧바로 우승하고 승격하고 싶다. 일단 1차적인 목표를 그렇게 높게 잡아놓아야 2차적인 목표로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승격하는 차선책도 생각할 거 아닌가. 자만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K리그 클래식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 지난 시즌에는 -10점의 승점으로 시작했지만 올 시즌은 초반에 워낙 분위기가 좋아 +10점의 승점으로 시작한 느낌이다. 선수들과 이 분위기를 잘 살려 멋지게 도전하고 싶다.

선수 시절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는 스카우트 파동으로 전성기를 누리지도 못한 채 쓸쓸히 은퇴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 프로팀 감독이 되는데 지도자로만 온전히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그가 주목받을 때다. ‘망해가던 팀’이라는 경남을 무시무시한 팀으로 만들어 낸 김종부 감독은 천재 선수였다는 타이틀을 떼고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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