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새 경기장이 새로운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 정찬민 용인시장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드디어 용인의 새 경기장이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011년 첫 삽을 뜬 이후 약 6년 만에 완공된다. 약 2,800억 원 가량이 이 경기장에 투입됐다.

겨우겨우 완성한 경기장이다. 용인시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경전철로 인한 재정 위기, 체육공원 사업 규모 축소 등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만들어낸 경기장이다. 용인시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경기도 내 3위 규모를 자랑하는 지자체에 걸맞는 경기장을 만들어냈다는 기쁨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 경기장에 대해 갑자기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용인시가 이 경기장의 활용 방안으로 프로축구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인시의 계획이 창단이 아닌 유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팬들의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를 건드리면서 급격히 불안감 확산과 비판 폭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사안은 바로 연고이전이다.

돈은 못쓰겠는데 경기장 비워둘 수는 없고…

용인시는 프로축구단 창단이 아닌 '유치'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시민구단으로 창단하는 것보다 기존 프로축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연고이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의회, 국회의원, 시민들에게 축구단 유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외적으로 '우리가 판 깔았으니 연고이전 고민 중인 구단은 연락 달라'는 메세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용인시는 축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내셔널리그(실업축구)에 참가하던 용인시청이 작년까지 존재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 부로 이 팀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성적 부진과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해체했기 때문이다. 당시 용인시청 축구단의 1년 예산은 약 20억 원이었다. 그 돈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체한 셈이다.

이를 통해 용인시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축구단을 운영하는데 드는 1년 20억 원이라는 예산이 아깝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인시의 발언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축구단에 돈 쓰기는 아까우니 거의 돈 안들일 수 있는 다른 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신축되는 경기장은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완공한 경기장이다. 수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서 37,000 석의 큰 경기장을 만들었다. 만일 이 경기장이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고 흉물로 남게 된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를 무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프로축구단인 것이다.

근본적인 의문, 용인으로 갈 구단이 있을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K리그에는 연고이전의 위험성이 꿈틀대고 있었다. 연고지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팀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바로 충주 험멜과 고양 자이크로였다. 두 팀은 해당 연고지와 좀처럼 융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모두 해체되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연고이전을 할 팀이 있다면 아마도 기업구단일 것이다. 현재 기업구단은 K리그 클래식에 7개 팀, K리그 챌린지에 2개 팀이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연고이전을 감행할 수 있는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굳이 비난을 감수하고 용인으로의 연고이전을 감행할 만큼 용인시가 축구단에 매력적인 시장일까? 각자의 연고지보다 용인은 '레드 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용인시의 면적은 서울시와 비견될 만큼 크다. 인구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생활권이 구분되어 있다. 용인시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성남, 수원이 더욱 가까운 시민들도 있다. 신갈 주민들은 수원 생활권, 죽전 주민들은 성남 생활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용인에는 수원 팬과 성남 팬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수원 삼성과 성남FC는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팀이다. 이런 곳에 기업 구단이 자리잡는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용인시청 축구단의 마지막 홈 경기. 이 팀이 살아 남아있다면 용인 시민구단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 내셔널리그

일각에서는 다른 곳의 시민구단을 인수하거나 내셔널리그 팀을 인수해서 창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과정은 창단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유치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 게다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타 시민구단을 인수하느니 차라리 창단하는 것이 지자체의 이미지에도 좋다.

험멜 축구단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험멜의 기업 사정이 축구단을 운영할 만큼 넉넉하지 못하다. 험멜이 다시 축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1년에 약 15억 내외를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용인시는 1년 20억 원이 아까워 용인시청을 해체했다. 지금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고양 자이크로, 아니 할렐루야 축구단은 고양종합운동장 임대료도 밀린 과거가 있다.

현재 용인시가 몇몇 팀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등장하면서 그 '몇몇 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사례처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갑자기 어떤 구단이 연고이전을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구단의 마지막 연고이전이 발생한지도 10년 이상이 지났다. 10년 이상의 노력과 투자를 한 순간에 버리고 연고이전을 할 만큼 용인시에 대한 메리트가 클지 아직까지는 의문이 든다.

해체로 상처 줘놓고 또 대못 박겠다는 용인시의 꿈

용인시청의 해체로 축구계와 축구 팬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용인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용인시청 축구단의 해체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해체가 아니라 '연고이전'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용인시의 '마인드'다. 축구단을 잘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시민구단 뿐 아니라 기업구단들도 팀을 창단하기 전 '이런 축구단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주로 한국 축구의 발전, 시민 통합 등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용인시의 프로축구단 유치 당위성은 '축구 붐 조성과 주경기장 활용 방안의 하나'다. 축구 붐 조성보다는 주경기장 활용 방안이 더욱 중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만든 구단이 정말로 축구 붐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의 것 빼앗아 자기 배 불리겠다는데 좋게 봐줄 사람이 누가 있을지 궁금하다. 상도덕을 지키지 않으면서 '대승적 차원' 외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단순히 '땜빵용'으로 프로 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용인시가 다른 방안을 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용인시는 프로 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연고이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레드 오션 시장인 용인시에 뛰어들어 대규모 경기장을 시 대신 사용해주고 임대료도 꼬박꼬박 내면서 막대한 예산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착한 구단이 있을까? 아마 그것은 용인시의 꿈일 것이고 혹여나 용인 입성을 노리는 구단이 있다면 다시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꿈은 꿈으로 끝내자.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