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한국 축구가 ACL 참사를 면하고 자존심 회복에 나설 수 있을까. 2017 AFC 챔피언스리그(ACL)의 조별리그가 1경기만을 남겨둔 현재, K리그 클래식 4팀 중 절반인 2팀이 벌써 조기 탈락했다. 중국 슈퍼리그의 선전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G조의 수원삼성과 H조의 제주유나이티드만이 16강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두 팀의 16강 진출 여부는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수원, 무조건 승리해야 16강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G조 수원은 스스로 어려운 길을 자초했다. 지난달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5차전에서 0-1로 패배하면서 16강 진출 여부를 마지막 경기로 넘겼다. 가와사키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뒀어도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수원은 가와사키에 승점 3점을 헌납하면서 이스턴SC를 제외한 3팀이 모두 16강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수원은 9일 광저우헝다와의 원정 경기를 치른다. 슈퍼리그 6연패 및 2013ㆍ2015 ACL 우승팀인 광저우는 2승 3무로 승점 9점을 쌓아 현재 1위를 기록 중이다. 수원은 2승 2무 1패로 승점 8점, 가와사키는 1승 4무로 승점 7점이다. 1점 차의 살얼음판 경쟁이다. 가와사키는 홈에서 이스턴을 맞이한다. 이스턴은 5경기에서 1득점 20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최약체다. 가와사키가 홍콩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긴 했지만, 홈경기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가와사키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수원이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광저우를 원정에서 침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무승부를 거둔다면 가와사키와 광저우가 나란히 승점 10점을 기록하면서 승점 9점의 수원을 밀어내게 된다. 가와사키가 마지막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다면 수원은 최소 무승부를 거둬야 한다. 패배한다면 승점 동률 시(8점)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는 ACL 규정에 따라 수원과의 상대전적에서 1승 1무로 우위인 가와사키가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수원으로서는 승리를 거둬 자력으로 16강에 올라가거나 이스턴의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제주, 승리가 가장 깔끔한 방법

H조 제주는 수원보다 사정이 다소 낫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16강 진출 확정팀이 나오지 않은 G조와는 달리 H조에서는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의 장쑤쑤닝이 4승 1패로 승점 12점을 기록하면서 2위 그룹과 압도적인 차이로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6차전의 라인업은 제주-감바오사카,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장쑤쑤닝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수원과는 달리 제주는 계산법이 다소 복잡하다.

승점 7점으로 2위에 올라 있는 제주는 감바오사카를 잡는다면 16강에 무조건 진출한다. 반면 무승부 혹은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된다면 호주의 실시간 상황을 봐야 한다. 승점 5점으로 3위에 있는 애들레이드 또한 16강 진출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장쑤를 잡고 제주가 무너진다면 2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1위를 확정 지은 장쑤 입장에서는 마지막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또한, 슈퍼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큰 호주 원정에 힘을 뺄 가능성이 크다. 애들레이드가 장쑤에 승리를 거둔다면 제주는 감바오사카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승부를 거둘시 승점이 8점으로 같아지지만 상대전적에서 애들레이드가 1승 1무로 우위다. 수원과 마찬가지로 승자승 원칙이 발목을 잡게 된다.

애들레이드가 장쑤를 잡지 못할 경우 제주는 감바오사카에 3점 차 이상의 패배만 당하지 않는다면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득실차나 다득점이 아닌 승자승 규정으로 인해 계산은 다소 복잡하게 됐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이기면 16강이라는 점이다. 제주의 운명은 9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결정된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