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팬들은 최초 보도가 악의적으로 왜곡됬다고 주장하고 있다 ⓒ TV조선 영상 캡쳐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지난 22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7라운드 강원FC와 수원삼성 간의 경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심의 오심 의혹과 동시에 경기 외부적으로는 양 팀 서포터 간의 물리적 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한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팬들의 충돌 사건이 보도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경기 종료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가시간 강원 디에고의 페널티킥을 신화용이 막아내면서 경기는 수원의 극적인 2-1 승리로 마무리됐다.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수원의 리그 첫 승리 순간이었다. 300여 명의 원정 팬들은 선수단과 승리를 자축하고 수원으로의 복귀를 준비했다. 문제는 경기장의 출입구였다. 통상 축구 경기장은 팬들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원정석의 동선을 별도로 하지만 알펜시아 경기장은 그렇지 못했다. 다른 종목의 경기장을 축구장의 용도로 쓰면서 생긴 문제였다.

강원 구단 측은 원정 팬들의 퇴장 시간을 홈 팬들과 분리할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현장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이는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결국 원정 팬들이 홈 팬들과 같이 퇴장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이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극적인 승리로 분위기가 오를 대로 오른 수원의 일부 팬이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출입구로 향했고 경기 결과로 기분이 상한 강원 팬들은 ‘남의 안방에서 장외 응원을 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출입구와 가까운 붉은색 원 안에서 서포터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바로 이후 상황부터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수원 서포터 및 일반 관중들은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년의 강원 서포터가 어린 수원 팬에게 달려들면서 먼저 폭행이 시작됐고 결국 상호 폭행으로 번졌다"고 증언했다. 강원 측의 입장은 다르다. 강원 서포터 대표는 "원정 응원 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한 강원 팬이 수원 팬들에게 끌려가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이로 인해 분위기가 격해져 상호 폭행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습 과정에는 이견이 없었다. 상호 폭행으로 번진 상황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현장에서의 합의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K리그 서포터 간에는 원정 팬들이 경기 종료 후 경기장 외부에서의 집단 응원 등을 통해 홈 팬들을 도발할 수 있는 행위를 암묵적으로 자제하고 있다. 결국 양 팀의 최근 상황과 맞물린 팬들의 감정과 경기장 자체의 문제가 엉켜 순간적으로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여러 관계자의 의견이다.

수원 구단 측은 이후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프로축구연맹에 제출했다. 수원 관계자는 “상호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의 전후를 보면 수원 팬들이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강원 관계자는 “서포터끼리 합의를 봐서 현장에서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선 문제도 더욱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TV 보도에서 언급됐던 징계 문제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인다”며 “해당 사건의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징계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으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프로축구연맹이 양 팀에 징계를 내릴 방침’이라던 TV 방송 내용은 취재 결과 추측성 보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여부와는 상관 없이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K리그가 내외적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팬들 간의 불미스러운 일은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K리그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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