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상강 공격수 헐크 ⓒ 상항이상강 공식 홈페이지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2017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K리그 팀의 부진이 눈에 띈다. 울산과 서울은 어제(26일) 경기로 ACL 탈락을 확정 지었다. 제주와 수원은 남은 한 경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K리그 팀의 부진 원인을 투자의 부재로 꼽고 있다. K리그 구단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영광의 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쉽게도 ACL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 확대가 ACL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 상하이 상강 제공

경쟁력을 가질만한 투자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돌고 있는 자본의 크기가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만큼 크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축구에 투자한다고 해도 중국의 자본을 이길 수는 없다. 중국은커녕 중국의 기업구단 하나도 못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팀은 반박의 여지 없이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다. 국내 스포츠 중 가장 큰 스폰서가 붙고 광고도 대대적으로 한다. 방송사는 정규 시간을 뒤로 미뤄가며 국가대표팀의 중계를 진행한다. 월드컵이라도 하면 공중파 3사는 각각 다른 해설위원들을 내세워 경쟁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 선임 시 연봉 상한을 20억 플러스알파로 정했다. "그 이상은 무리"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팀을 이끌어갈 리더를 선임하는데도 20억 언저리다. 반면 상하이 상강은 헐크를 영입하기 위해 약 713억을 투입했다. 연봉은 약 255억이다. 슈틸리케 감독 연봉의 약 10배 이상의 금액이다. 이들을 지원하는 부대비용을 따져보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투자는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K리그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 자체가 축구에 투자할만한 자본을 갖추고 있지 않다. 위험부담을 안고 무리한 투자를 한다 한들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고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위험이 더 크다. 성적을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했다가 결과를 거두지도 못하고 빚더미에 앉는 구단들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 확대가 ACL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 상하이 상강 제공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독

투자자들이 투자를 아낄 수 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지금처럼 적은 투자금액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는 것이다. 투자금액만으로 따지면 중동, 중국, 일본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포항, 울산, 수원, 성남, 전북이 아시아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서울은 결승까지 올라갔다. 투자가 성적을 부르는 열쇠는 될 수 있지만 "투자가 곧 성적"이라고 투자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Low Risk, High Return"을 최선으로 생각한다.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다양한 예시를 준비한다. 성적을 빌미로 투자를 요구하기엔 이미 반론의 역사가 많다. 2002년 월드컵이 그랬고 2013년 K리그 우승을 일궈낸 포항이 그랬다.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는 재정적 잡음과 함께 다소 무리하게 창단했는데도 2년 뒤인 2014년 아시아 최고의 클럽이 됐다.

그나마 전북과 서울은 장기적인 야망이라도 갖고 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제일기획은 기업 재정 안정화, 기업신뢰도 회복, 장기적 수익구조 마련이 더 시급하다. 축구에 투자하는 것보다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해주는 노동자들의 월급과 복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의 사내복지가 임직원들에게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1군 투자만 투자인가요

성적 부진을 투자의 탓으로 돌리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린 돈이 없어서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졌다. 이 논리는 1군 선수단을 풍족하게 하는 투자만이 정당성을 얻는다. 유소년 정책과 구단 운영 인건비, 인프라 운영비, 마케팅 비용 등은 논외가 된다.

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은 재능, 일본은 인프라, 중국은 투자라고 요약 할 수 있다." K리그의 ACL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장점은 살리되 취약점은 보완하는 측면으로 다가가야 한다.

투자의 분야가 중요하고 분야별 투자비중을 일부 밝히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본다. 타 국가의 리그와 비교했을 때 유소년 사업의 비중이 크다면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구조와 유소년 계약 문제를 정형화하는 것이 금액대비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투자 확대가 ACL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 상하이 상강 제공

K리그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갖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의 성공은 성적이 다가 아니다. 투자를 하면 소득이 있어야 한다. 현재 K리그 팀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K리그가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투자자들은 단기간 투자로 극대의 효과를 노린다. 단기간의 투자가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만큼 K리그 시장이 큰지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장기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플랜과 명확한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현재 K리그 어느 팀이 그 정도의 투자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국내 축구 시장은 정체기에 가깝다. 성장 가능성은 어둡다. 시민구단은 파산하기 일쑤고 험멜 구단은 축구판에서 발을 뺐다. 어두운 현실을 마주해볼 때 선뜻 손을 내미는 국외 자본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K리그 시장이 더 커져야 투자자들도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K리그 연맹, 각 구단과 더불어 K리그를 소비하는 소비자들까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K리그를 소비하는 잠재적 고객들이 스폰서 기업의 수익을 불려줄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한다. 그 정도는 해야 국내 자본이든 국외 자본이든 지갑을 열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