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역사에 남을만한 경기에서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기록했다. ⓒ FC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축구에서 3-2는 가장 흥미로운 스코어다. 스코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볼거리가 풍부했던 266번째 엘 클라시코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 각본 없는 드라마는 마지막 15초를 남기고 터진 리오넬 메시의 역전골로 완성됐다. 역사에 남을 위대한 골 셀레브레이션은 덤이다.

초반의 흐름은 레알 마드리드가 좋았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키워드는 속도와 공간 그리고 개인 능력이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차단한 지점에서 지체 없이 공간을 이용하는 직선적이고 빠른 형태의 역습이 이뤄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반전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결정적인 기회도 두 번이나 있었지만 테어 슈테겐의 훌륭한 선방이 이어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경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통산 100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메시도 이에 대해 반응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66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는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끌었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초반 10분까지 분위기를 내주던 바르셀로나는 이후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경기의 리듬을 되찾아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메시는 중앙에서 간결한 볼터치와 속도 변화를 통해 공격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 메시는 중원의 서포트가 부족한 경우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특히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PSG, 유벤투스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메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전성기의 모습에선 다소 벗어나있었지만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의 여유 있고 간결하고 영리한 플레이는 메시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메시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경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통산 100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메시도 이에 대해 반응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66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는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끌었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의 슈팅이후 분위기를 잡은 레알 마드리드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전반 28분 카세미루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헤라르드 피케가 측면으로 걷어낸 공을 마르셀로는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로 연결시켰다. 세르히오 라모스의 골대를 맞고 나온 슈팅을 카세미루가 그대로 밀어 넣었다.

축구에서 수비수가 반대편으로 걷어낸 공이 추가적인 크로스의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 득점이 발생하는 가능성은 커진다. 수비수의 입장에선 시선이 분산되고 수비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또한 몸의 형태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과 수비라인, 마크맨을 완벽하게 체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마르셀로의 추가적인 크로스의 타이밍과 방향 모두 매우 훌륭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때 팀은 무너진다

감독들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경기 중 발생할 변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과 중요한 순간 발생하는 퇴장은 감독 입장에서도 통제가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최악의 상황은 레알 마드리드에 발생했다.

가레스 베일의 선발 출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지난 2013년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이후 17차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베일은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뛰어난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스포르팅 리스본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발목 부상으로 8주간 팀을 이탈한데이어 최근 종아리 부상으로 쓰러졌던 베일은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스쿼드에 복귀했다. 실전 감각과 체력적인 문제로 마르코 아센시오의 투입이 예상됐지만 지네딘 지단의 선택은 베일이었다. 하지만 베일은 계속해서 삐꺽거렸다. 킥의 감각, 드리블, 볼터치 모두 정상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던 전반 39분 결국 베일은 경기장에 주저앉았다. 부위는 얼마 전까지 부상으로 고생했던 왼쪽 종아리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경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통산 100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메시도 이에 대해 반응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66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는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끌었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베일을 대신해 투입된 아센시오는 번뜩임을 발휘했다. 역습 시 드리블을 통한 스피드와 방향 전환, 날카로운 슈팅, 공간 침투 모두 훌륭했다. 후반전 아센시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았던 레알이었기에 후반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야할 순간 베일의 투입이 이뤄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 77분 레알 마드리드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한 가지 더 발생하고 말았다. 이반 라키티치에 역전골을 허용한 레알은 공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 순간 메시를 향한 라모스의 양발 태클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메시와 깊은 접촉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었을 정도로 끔찍한 태클이었다. 하지만 굳이 태클을 시도하지 않고도 역습을 막아낼 가능성이 있었기에 라모스의 판단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캡틴을 잃은 레알 마드리드는 교체 투입된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결국 경기 막바지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축구의 신’이었다.

리오넬 메시, 그 찬란함과 위대함에 대하여

‘축구의 신’보다 얼마나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표현이 불가능한 선수다.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엘 클라시코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기록한 메시는 ‘축구의 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유일무이한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 메시는 득점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프리롤에 가까웠던 메시의 영향력은 중앙에서 특히 강력하게 발휘됐다. 바르셀로나의 속도는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를 거쳐 메시에게 패스가 전달되는 순간 높아졌다. 메시는 직접적인 돌파와 조르디 알바를 향하는 패스를 통해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전반 20분 마르셀로와의 경합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지만 거즈를 물고 경기를 뛰며 팀 전체에 투지를 전달했다.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득점의 비결은 간결함과 속도 변화였다. 헤라르드 피케로부터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7명의 간결한 볼터치를 거쳐 득점으로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모든 터치는 두 번을 넘지 않았다. 속도 변화는 측면으로 공이 전달되는 순간 가운데에서 발생했다. 중앙에서 공을 전달받은 메시는 5m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단 두 번의 터치로 컨트롤과 방향 변화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형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메시가 공을 잡은 것 외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경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통산 100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메시도 이에 대해 반응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66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는 프로 통산 500번째 골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끌었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극적인 역전골은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터져 나왔다. 세르지 로베르토의 50m가 넘는 과감한 돌파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속도 있는 역습은 안드레 고메즈와 조르디 알바를 거쳐 메시의 발끝에서 완성됐다. 리그 타이틀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라이벌과의 승부처에서 축구의 신은 위대한 골과 역사에 남을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수준 높은 경기에서 분위기 변화와 득점은 항상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발생한다. 프리메라리가 타이틀을 가릴 분수령에서 펼쳐진 이번 266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양 팀은 매우 수준 높고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역사에 남을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과를 떠나 모두가 박수 받아 마땅한 이번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직관한 81,044명의 팬들과 새벽에 라이브로 경기를 시청한 국내 축구팬들이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