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신화용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에서 자꾸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오늘(22일) 열린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한 경기도 아니고 두 경기에서나 심판 판정이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도중 오심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오심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물론 여기에 대해 선수와 감독 등 당사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대신한다. 오늘 K리그에서는 심판이 억지로 명승부를 만들었고 또 심판이 명승부를 망치기도 했다.

수원삼성 첫 승 날릴 뻔한 판정

일단 강원FC와 수원삼성의 경기부터 살펴보자. 개막 후 5무 1패를 기록하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수원삼성은 이정수가 논란 끝에 은퇴까지 선언하며 최악의 분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수원삼성은 매튜의 두 골로 강원FC를 2-1로 앞섰다. 승리가 간절했던 수원삼성은 후반 막판 염기훈을 빼고 조원희를 투입하면서 이 한 골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하는 게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수원삼성은 그만큼 1승이 절실했다. 서정원 감독의 이 교체 카드를 보는 순간 그들이 얼마나 첫 승에 목말라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수원삼성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 한 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후반 추가 시간도 다 흐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다. 조원희에게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면서 강원FC에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수원삼성 선수들은 땅을 치며 아쉬워 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오심에 가까웠다. 조원희가 팔을 몸통에 딱 붙인 뒤 몸을 날렸고 공은 조원희의 어깨와 팔뚝 사이에 맞았다. 심판의 판정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해도 페널티킥으로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후반 막판 실점하며 ‘세오 타임’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던 수원삼성으로서는 이번에도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내주며 또 한 번 첫 승의 기회를 미뤄야 하는 기가 막힌 순간에 놓이고 말았다. 그런데 이 순간 강원FC의 페널티킥을 골키퍼 신화용이 막아냈다.

결국 경기는 이렇게 수원삼성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후반 종료 직전 허용한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리그 첫 승을 따냈으니 명승부로 포장되기에 딱 좋은 경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이런 극적인 장면이 나오기 전에 이미 끝났어야 했다. 페널티킥 없이 수원삼성이 잘 수비를 하다가 마무리 됐어야 하는 경기였다. 심판이 명승부를 만들어 낸 셈이다. 수원삼성 입장에서야 극적으로 이겼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 애매한 판정 이후 페널티킥이 들어갔더라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을 것이다. 결과만 보지 말고 만약을 생각해 보면 끔찍하다. 심판이 애매한 판정으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명승부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사실 이건 그냥 매튜의 멀티골로 평이하게 끝났어야 하는 경기다.

매튜의 멀티골로 무난하게 끝났어야 하는 경기는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막판까지 치열해졌다. ⓒ프로축구연맹

인천유나이티드 첫 골 날린 판정

다른 한 경기도 살펴보자. 강원FC-수원삼성전이 끝나고 곧바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된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도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판정이 나왔다. 역시나 이 경기 전까지 인천유나이티드는 3무 3패에 그치며 수원삼성과 마찬가지로 리그에서 승리가 없었다. 당연히 승리가 간절한 경기였고 인천유나이티드의 초반 흐름은 좋았다. 오히려 FC서울보다도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천유나이티드는 결국 전반 30분 FC서울 골문을 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문선민이 골라인 근처까지 치고 달린 뒤 내준 패스를 김용환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한 것이었다. 적지에서, 그것도 ‘경인더비’라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인천유나이티드는 먼저 선취골을 뽑아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이 순간 부심은 골라인 아웃 판정을 내렸고 결국 이 골은 취소됐다. 그런데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골라인 아웃이라는 판정은 오심에 가까웠다. 공이 완전히 골라인을 벗어나야 아웃인데 이 상황에서 문선민이 패스하던 순간은 공이 완전히 골라인을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인천유나이티드는 이 한 골을 빼앗긴 상황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인천유나이티드는 6분 뒤 첫 골을 내줬고 이후 두 골을 더 헌납하며 0-3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인천유나이티드의 첫 승 기회도 또 다시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란 없지만 이 김용환의 골이 정당한 판정을 받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 득점 상황까지 인천유나이티드가 적지에서도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판정 하나가 두고 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이기형 감독도 "그 판정 이후 경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골 라인을 나가지 않았다는 걸 심판들도 전반 종료 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원FC-수원삼성전이 심판이 쥐어 짜내 명승부를 만들어 낸 경기였다면 이 FC서울-인천유나이티드전은 심판이 명승부를 망친 경기였다. 인천유나이티드가 한 골을 먼저 기록했더라면 홈 팀인 FC서울의 추격도 거셌을 것이고 역대급 ‘경인더비’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심판의 오심에 가까운 판정 하나 때문에 결국 치열하게 격돌했어야 할 이 경기는 한 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충분히 달아오를 수 있었던 분위기에서 심판의 판정 하나가 결국 경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막판까지 쫄깃하지 않아도 될 경기는 심판의 판정으로 쫄깃해졌고 정작 쫄깃했어야 할 경기는 심판의 판정 하나 때문에 시시해졌다. 만약 인천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막판까지 잔류 경쟁을 한다면 이 판정 하나가 얼마나 엄청난 나비 효과를 가지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매튜의 멀티골로 무난하게 끝났어야 하는 경기는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막판까지 치열해졌다. ⓒ프로축구연맹

명승부를 만든 심판, 명승부를 망친 심판

심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심판이 경기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뭐 경기 도중 오심 한두 번이 나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게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오심이어서는 곤란하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렇게 심판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건 지극히 K리그의 심판 수준이 비정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리그 경기가 끝나고 선수가 아닌 심판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황당하고 서글픈 일인가. 심판이 명승부를 만들고 심판이 명승부를 망치면서 이 K리그 스토리를 집필해서는 안 된다. 스토리는 선수들이 만들게 해야지 심판이 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돼선 곤란하다. 제발 K리그 심판들이 눈을 크게 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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