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 에서 FC서울과 FC안양이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윤일록이 '북벌'을 노린 안양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다.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에서 축구계와 팬들이 기다린 경기가 열렸다. FC서울과 FC안양의 '연고이전 더비'였다. 수많은 국내 축구 언론사들이 이 경기를 주목했다. <스포츠니어스>도 이 역사적인 현장에 참여했다. 경기 결과는 윤일록의 멀티골에 의한 2-0 서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양팀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 신경전으로 상대팀을 뜨겁게 맞이했다. 안양 팬들은 소용돌이같은 감정들을 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110개의 홍염도 함께 불탔다. 서울 팬들도 그들의 응원가로 화답했다.

서울은 3-4-3, 안양은 4-2-3-1로 맞섰다. 서울은 선발부터 심우연을 원톱으로 세운 흥미로운 수를 두었다. 안양 공격의 선봉은 조석재가 맡았고 조시엘과 안성빈이 양쪽 날개를 담당했다.

안양의 덧없는 압박이 윤일록을 놓쳤다

안양은 전반내내 빠른 템포로 서울을 공략했다. 안양의 무기는 스피드만이 아니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이 플레이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윤일록과 이규로가 안양의 적극적인 피지컬싸움에 쓰러졌고 한동안 경기가 멈추는 상황도 있었다. 그만큼 안양의 압박은 거칠었다. 그러나 서울 선수들은 간결한 패스로 안양의 압박을 벗어나곤 했다.

결국 선제골은 서울이 가져왔다. 26분 이상호가 올린 크로스가 윤일록의 머리에 맞았다. 크로스 상황에서 심우연에게 수비가 집중되자 윤일록이 심우연의 뒷공간을 찾아들어가 안양의 골망을 갈랐다.

34분 윤일록은 또 안양을 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빠져나온 공을 주세종이 슈팅했다. 슈팅은 빚맞았지만 그 자리에 윤일록이 있었다. 윤일록이 가볍게 찬 공은 김민식 골키퍼를 맞고 안양의 골문에 들어가고 말았다.

짧은 시간에 2실점을 한 안양은 조급했다. 많은 인원이 서울의 수비라인에 포진되면서 공격을 노렸으나 미드필더들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서울에게 공간을 내줬다. 공수전환의 속도도 서울이 빨랐다. 안양의 공을 가로채자마자 공격으로 이어가면서 서울에게 수차례 좋은 모습들이 나왔다.

실점을 만회하려 했던 안양, 역습을 노렸던 서울의 후반전

안양은 후반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서울에게 패배할수는 없었다. 김민균의 공격가담이 안양 공격을 살렸다. 거기에 안양은 정재희와 알렉스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교체투입된 정재희는 오른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며 수차례 좋은 공격장면을 이끌어냈지만 아쉽게도 모두 유현의 선방에 막혔다.

안양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자 서울도 흐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선발로 출장한 심우연을 빼고 데얀을 투입했다. 데얀은 투입되자마자 팀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내려앉은 모습이었지만 기회가 있을때마다 안양의 패스를 끊어내며 볼 점유율을 늘리려 노력했다. 때때로 전방에서 안양의 공을 가로챘을 때는 곧바로 빠른 공격을 진행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윤일록은 84분에도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노렸지만 김민식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무산됐다.

안양은 추가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90분 내내 경기장을 누비면서도 쓰러지거나 근육경련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안양이 이 경기를 얼마나 기대하고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가시간에도 안양은 계속 슈팅했다. 결국 골을 노렸던 두 팀은 추가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양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소문난 잔치만큼 먹을것도 많았다

안양은 13년 전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팀을 향해 복수를 꿈꿨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자이언트 킬링'은 일어나지 않았고 '언더독 효과' 또한 없었다. 그러나 안양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았다. 경기는 패배했지만 시종일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서울의 배후를 노렸다. 안양 선수단과 팬들은 서울을 상대로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패기만큼은 서울보다 앞섰다. 안양의 투혼이 소문난 잔치를 빛냈다.

서울은 안양에게 승리하며 4월 죽음의 레이스를 긍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걱정을 끼쳤던 서울은 이날 만큼은 서울의 실력을 보여줬다. 자신들을 향해 거친 태클과 강력한 피지컬 싸움을 거는 팀을 상대로 승리하며 그 자신감을 인천전과 상하이전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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