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칼데론과 작별 앞둔 AT 마드리드, 안타까운 이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Atleti, nada mas que tu 아틀레티코, 너뿐이야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아틀레티코마드리드 홈페이지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마드리드=배시온 기자] ‘여기를 떠난다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 비센테 칼데론을 마주하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레스터시티와의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가 끝나고 비센테 칼데론을 빠져나오면서는 ‘여기를 철거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증축이 불가능한 낡은 경기장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쉬울수밖에 없는 결과다. 50년의 희노애락을 함께한 홈구장을 떠나는 것은 현지 팬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 12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을 마주하며 이들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느껴봤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Atleti, nada mas que tu 아틀레티코, 너뿐이야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아틀레티코마드리드 홈페이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던 비센테 칼데론에서의 경기가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현지시간) 4월 25일 비야레알, 5월 6일 에이바르, 5월 21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경기를 끝으로 비센테 칼데론을 떠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경기를 더 치를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17-18시즌부터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로 홈구장을 옮긴다.

중국의 재벌기업 완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최대 주주가 되면서 홈구장 이전과 함께 엠블럼이 교체되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 구단의 발전을 생각하면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는 것이 이익이지만 팬들에겐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홈구장 이전은 구단의 역사, 팬들의 추억이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위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마드리드 남부가 아닌 북동부로 옮겨진다.

50년간 쌓아올린 특별함이 사라진다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홈에서 강한 것은 경기장이 비센테 칼데론이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비센테 칼데론을 찾는 팬들의 열기가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팬들은 주로 마드리드 남부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에서도 열광적이기로 유명하다. 서포터즈석인 골대 뒤뿐만 아니라 모든 자리에서 90분 내내 응원가가 끊이질 않는다. 홈경기마다 5만여명의 함성이 꽉 채워지는 이유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과 비센테 칼데론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센테 칼데론은 마드리드 남부 만사나레스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외곽 쪽이지만 대중교통이 편리해 많은 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시내에서 산책하듯 걸어올 수도 있는 거리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빨강, 하양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강변을 따라 걷는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쥐죽은 듯이 조용하지만 경기 날엔 팬들의 열기로 후끈해지는 곳이다. 이는 어느 경기장이나 마찬가지지만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근처 상점들도 덩달아 활기를 띄고, 한적한 강변의 강바람이 팬들의 함성과 섞여 고요한듯 뜨거운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또한 경기장 밑으로 도로가 지나는 외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독특한 모습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몇 없는 이 구조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을 대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로 이전할 경우 사라지게 된다.

현재 공사중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새 홈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페이지

비센테 칼데론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박물관과 팬샵인 메가 스토어, 팬들의 휴식공간인 바 역시 존재한다. 박물관에서 그간의 화려한 경력들과 우승 트로피, 역대 레전드들의 유니폼을 본 후 마련된 바로 자리를 옮겨 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노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텔레비전을 통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시청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비센테 칼데론은 단순히 축구를 하고, 보는 곳만이 아니라 팬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고, 구단 역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역시 이런 공간들을 충분히 갖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신식 건물에 좋은 시설을 갖췄다 하더라도 팬들은 “여기서 바르셀로나랑 바이에른 뮌헨을 다 꺾고 챔스 결승에 갔었는데”하는 등의 장면을 추억할 순 없을 것이다.

구단의 상징적인 이름이 사라진다

비센테 칼데론은 1966년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홈에서 유독 강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답게 팬들은 비센테 칼데론에서 겪은 숱한 승리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비센테 칼데론이란 이름도 특별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황금기와 역사를 간직한 이름이다. 1964년부터 회장직을 역임한 비센테 칼데론의 재임 기간 동안 라리가 우승 4번, 코파 델 레이 우승 3번과 유로피언컵 준우승 등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재정위기를 해결한 것에도 의미를 두고 1971년에 구장 명칭을 바꿨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갖춘 이름을 버리고 ‘완다’라는 외국 자본의 이름이 홈구장을 대표한다니 팬들 입장에선 화가날만 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설립 당시 사용했던 구장인 ‘메트로폴리타노’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는 것에 의미를 두더라도 팬들에게 완다라는 이름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아틀레티코 팬들의 헌신적인 응원ⓒ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페이지

찝찝한 이별, 팬들에 대한 예의도 없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에겐 가혹한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안방’이었던 구장의 공식적인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페인축구협회는 5월 28일 있을 바르셀로나와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의 국왕컵 결승전을 비센테 칼데론에서 치르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묵살됐다. 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비센테 칼데론과 다소 찝찝한 이별을 해야하는 셈이다.

구단의 상징적인 이름인 ‘비센테 칼데론’. 수많은 역사와 팬들의 추억을 간직한 경기장에서 다음 시즌부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볼 수 없다. 또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로 홈구장을 옮기며 비센테 칼데론은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보다 화려한 축구, 강한 팀이 되기 위해 자본도 중요하지만 ‘내 팀’이란 지역 의식이 특별한 스페인에선 그만큼 경기장이 갖는 상징성과 팬들의 추억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si.onoff@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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