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아직 갈 길이 멀다 ⓒFC서울 제공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진다. 안양LG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한 뒤 어렵게 다시 창단한 FC안양, 그리고 이제는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으로 성장한 FC서울이 역사상 첫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FC서울과 FC안양은 바로 내일(19일) 저녁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이 역사적인 맞대결을 앞두고 이 경기에 관한 연속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이 한 경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FC서울과 FC안양이 FA컵에서 만난다. 안양은 서울을 만나길 고대하고 있었고 팬들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런데 서울은 안양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자기 갈 길이 더 바쁘기 때문이다.

언론과 여론은 안양의 '언더독 효과'를 더 원하는 모양새다. 객관적으로 팀의 규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서울이 안양을 이길 가능성이 더 크다. 언론은 근본적으로 '이야기꾼'이다. 이 이야기꾼들에게는 안양이 서울을 이기는 모습이 더 달콤하다. 

더 달콤한 열매를 먹기 위한 전초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한 매체는 안양을 중심으로 FA컵 4라운드를 다루는 기사를 배포했다. 안양은 창단식부터 서울을 콕 집어 지명했다. 32강 진출을 확정 지은 안양은 특별 영상을 만들어 팬들의 기대감을 더했다.

서울과 안양 공식 페이스북에서 두 팀의 온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안양은 서울과의 FA컵 홍보 영상을 상단 고정 게시물로 등록할 정도다.

서울은 지금 바쁘다

안양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서울은 이번 '연고이전 더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4월에 치르는 경기가 워낙 많고 바쁘기 때문이다. 4월 8일부터 30일까지 3일~5일 간격으로 경기 일정이 잡혀있다. 상대 팀도 결코 만만치 않다. 8일 제주전을 시작으로 웨스턴시드니 원더러스, 울산과의 경기를 치렀고 안양과의 경기 이후에는 인천과 상하이 상강을 상대한다. 시즌 초반 좋은 성적으로 승승장구했다면 안양의 도발도 받아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서울은 여유가 없다.

서울은 '명가'라기보다 '빅클럽'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팀이다. 그만큼 언론과 팬들의 기대가 높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서 가져야 할 위상이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팀이다. 그들의 위치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팀이다. 이천수는 '언제부터 FC서울이 강팀이었다고'라고 했지만 서울은 이제 정말 '강팀이어야 하는 팀'이 됐다.

그런 서울은 요즘 힘들다. 리그에서도 아직 2승뿐이다. 광주를 상대할 때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승점 3점을 벌었다. 울산과 제주를 상대로는 지지 않았지만 전북에 패배하며 시즌 초반 레이스에서 뒤처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연달아 3연패를 당했다. 아무리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지만 매년 최소 16강 토너먼트에는 올라갔던 팀이다. 남은 두 경기에서 다 이겨도 토너먼트 진출 여부는 불명확하다. 안양 말고도 신경쓸 일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과 안양 공식 페이스북에서 두 팀의 온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안양은 서울과의 FA컵 홍보 영상을 상단 고정 게시물로 등록할 정도다.

안양의 현실은 챌린지 중위권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안양이 이긴다면 두고두고 화자 할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 서울로서도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잃을 것이 더 많다. 팀은 자신감과 FA컵 타이틀을 잃게 될 것이고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은 또다시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자. 안양 창단 후 4년 동안 갈았던 복수의 칼날은 그렇게 예리한가? 매 시즌 챌린지에서 승강 플레이오프에 뛰어들만한 팀이었나? 2014년 포항을 상대로 무승부 끝에 패배한 역사가 FA컵 최고 실적이 아닌가. 지금 안양의 현실은 챌린지 중위권이다. 한마디로 '급'이 다르다.

서울로서는 안양보다 인천을 더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아직 승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클래식이다. 지난 토요일 인천은 매우 공격적인 축구를 했다. 문선민-웨슬리-달리-송시우를 전방에 내세운 공격카드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기형 감독의 말대로 골 결정력이 다듬어진다면 서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인천전과 상하이전을 준비해야 하는 서울은 안양을 상대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배려할지도 모른다. 안양이 서울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은 서울의 로테이션이 아닐까. 정녕 '북벌'을 하고 싶어 하는 팀치고는 매우 수동적인 희망이다. 한편 서울은 그렇게 이기기 어렵다고 소문난 웨스턴시드니 원정에서 로테이션을 쓰고도 승리를 거뒀다.

서울과 안양 공식 페이스북에서 두 팀의 온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안양은 서울과의 FA컵 홍보 영상을 상단 고정 게시물로 등록할 정도다.

클래식부터 올라오고 다시 보자

연고 이전은 잘못됐다. 맞다. 안양 팬들의 상처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시는 스포츠팀의 막무가내 연고지 이전으로 인해 상처받는 팬은 없어야 한다. 동의한다.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고 연고 이전 반대를 외친 안양 팬들을 존중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이 오갔는지 감히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안양도 결국은 구 고양 KB국민은행 흡수 통합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돈과 현실은 언제나 영화보다 잔혹한 법이다. 드래프트 지명으로 연고 이전 비난만은 피해가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KB국민은행 선수단의 1/3이 안양으로 이적하는 모습이 나왔다. 서울과 제주 이후로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연고지 이전이 최근까지 시도되는 것을 보면 K리그는 아직도 정착이 안 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패륜'이라는 이름의 폭탄 돌리기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안양도 새로운 팀이 생겼다. 그렇게 원하던 안양시민의 팀이다. 그런데 아직도 서울에 집착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헤어진 연인처럼 쿨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고 정말로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면 적어도 같은 무대를 밟아야 한다. 클래식으로 승격해야 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해마다 출전해야 한다. 지금 다시 예전 애인을 만나서 욕을 퍼부을 준비를 하기엔 조금 초라하지 않나. 혼자 들떠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