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천은 무패행진을 달리던 전북의 안방에서 승리를 거둬 이변의 주인공으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부천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팬심이 들끓고 있다. FA컵의 한 경기 때문이다. 전북현대와 부천FC1995가 오는 19일 오후 3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32강전)를 치른다. 팬들이 화난 포인트는 바로 경기 시간이다. 19일은 수요일이다. 평일에 펼쳐지는 프로팀 간의 경기가 3시에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FA컵을 주최ㆍ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규정에는 4라운드의 날짜가 4월 19일로 고정되어 있다. 또한, 평일에 펼쳐지는 경기는 오후 7~8시에 킥오프하는 야간 경기로 치러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정대로라면 전북과 부천의 경기는 오후 3시가 아닌 최소 7시에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전북의 홈 경기장이었다. 전북은 올 5월과 6월 양 월에 걸쳐 열리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준비로 인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경기장으로 쓰이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의 조명 시설이 야간 경기에 걸림돌이 됐다.

경기장의 평균 조명도가 1,500lx(룩스) 이상이 되어야 야간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규정대로라면 이 규정에 부합하지 못하는 전북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전북은 지난 3월 7일에 열렸던 FA컵 대진 추첨 직전에 오후 3시에 해당 경기를 개최하겠다고 협회에 요청했다. 협회 또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대진이 결정된 뒤 협회는 대진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다.

이의제기를 받을 당시에는 전북의 상대로 부천 혹은 인천대/한국타이어/경기대가 뽑힌 상태였다. 4팀 중 어느 팀이 전북과 경기를 펼칠지 확실하지 않았다. 전력을 고려한다면 부천이 4라운드에 진출할 확률이 제일 높게 점쳐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천 관계자는 “대진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예측만으로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인천대와의 경기가 끝난 후 협회에 경기 시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대진 추첨 당일에 이의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하지 못한 구단의 책임도 크지만, 협회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협회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진 추첨 당일 이의제기를 받았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사전에 공지한 대로 킥오프 시간이 오후 3시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북과 부천 간의 경기 시간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추후에는 구단과 더욱 원활한 소통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부천과 전북의 대결은 지난해 같은 대진(FA컵 8강)에서 부천의 깜짝 승리로 대진이 나오자마자 많은 이목이 쏠린 경기다. 이러한 경기가 평일 3시에 열려 대다수의 팬이 경기장을 찾지 못한다면 경기력 및 대회의 명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와 구단의 더욱 세밀한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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