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언제쯤 위기를 끝낼 수 있을까. ⓒ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논란이 지난 3일에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유임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사실 유임과 경질 어느 쪽을 선택했더라도 거센 후폭풍은 예상되었기에 여론과 언론 또한 기술위원회의 판단에 관한 평가를 넘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상처를 받은 존재가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 주인공은 K리그다.

만만한 게 K리그?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결정으로 인한 후폭풍은 추가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축구계에 거대한 파급력을 불러왔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3일 파주NFC에서 열린 2017년 2차 기술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질의응답 방식으로 설명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기술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 △코칭스태프 보강 논의 △카타르전 조기 소집이 바로 기술위원회가 내놓은 나름대로 해법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기술위원회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기술위원회가 최선을 다해 대표팀을 돕는다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한 이야기다. 기술위원회의 본래 목적이 대표팀 지원이다. 슈틸리케호의 침몰 위기가 느껴진 것이 1년을 넘었는데 여태 뭐했다는 소리인가. 코칭스태프 보강 또한 현재까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미 작년에 언급되었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전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코치를 수차례 거절했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그래서 지금 대표팀은 프로팀만도 못한 코치진을 갖추고 있다. ‘경력이 길지 않은 코치를 원한다’고 못 박아서 데려온 인물이 설기현 코치다. 설 코치의 지도자 경력은 대학 감독 1년이 전부였다. 그 기간마저도 지도자 자격증 논란에 시달렸다.

설기현 코치는 1년의 대학 지도자 경력으로 대표팀 코치에 전격 발탁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도 아니고 ‘코치 보강에 관해서는 감독과 협의하겠다’는 발언은 팬에 대한 우롱이다. 지난 5일 협회 전임 피지컬 지도자인 오성환 코치가 대표팀으로 들어오고 이후 한 명의 한국인 코치가 추가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피지컬 코치로 알려진 아르무아 코치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2명 이상의 피지컬 코치가 공존했던 경우는 없었다. 이외에 추가로 합류할 지도자가 현재 K리그에 몸 담고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는 총체적 난국이다.

또한,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해외파 선수들에 대해 '더 철저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원칙대로 나오지 못하면 안 뽑으면 되는 것인데 더 점검할 것은 무엇인가. 여기까지는 이미 많은 비판이 오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K리그에 관한 인식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6월 13일에 열릴 시리아전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과의 협의를 통해 공식 소집 기간을 늘려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가지는 조기소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슈틸리케호의 최근 1년을 보면 모순적인 해결 방안이다. 현 대표팀의 주축은 해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국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주축이 된 대표팀을 꾸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발언은 허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매주 K리그 현장을 돌아다니지만 정작 K리그에서 ‘핫’한 선수는 뽑히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서’, ‘경력이 풍부한 선수가 필요해서’ 등등 이유는 많았다. 그리고 신선한 선수가 뽑힌다. 이정협, 허용준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처음에는 환호했지만, 이제는 보여주기식 기용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이 많은 경험과 함께 팀에 대한 헌신성을 가진 선수를 발탁하라는 기술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였다지만 모호한 측면이 있다.

결국 K리그에서 뽑히는 선수들은 한정되어있다. 컨디션과 활약 여부에 상관없이 감독의 마음에 들어온 선수와 여론을 의식해서 뽑은 몇몇 정상급 선수들이다. 전자로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은 어떻게든 출전 기회를 잡고 후자의 경우에는 몸만 풀다가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태껏 이런 식으로 운영되어 온 대표팀인데 K리그에 희생을 요구한 조기소집이 큰 의미가 있을까. 선수들 또한 알고 있다.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상당 부분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대표팀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과 K리그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흥행 연관성이 크게 없다는 소리다. 각각 잘 나간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암울하게도 K리그는 절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다. 대표팀이 잘 나가도 K리그에 돌아오는 것은 크게 없다. 반면 대표팀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K리그도 큰 피해를 본다.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선수가 증가하면서 대표팀의 기둥도 같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두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초, 대표팀은 AFC 아시안컵에서 예상외의 선전으로 2위를 차지하며 금의환향했다. 23명의 선수단 중 K리그 출신은 6명이었다. 그나마 대회 기간 중 주목을 받은 선수는 차두리, 이정협 두 선수에 불과했다. 이들이 K리그에 가져온 흥행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같은 해 여름 열린 EAFF 동아시안컵에서는 한ㆍ중ㆍ일 세 국가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선수단이 꾸려져서 우승까지 거뒀지만 역시나 K리그에 돌아온 효과는 거의 없었다. 반대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K리그엔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깔렸다. 가장 위태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대표팀이 만약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한다면 K리그를 넘어 국내 축구계엔 쓰나미급의 후유증이 몰려올 것이다.

설기현 코치는 1년의 대학 지도자 경력으로 대표팀 코치에 전격 발탁됐다

최종 예선의 턱을 넘지 못한다면 대한축구협회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큰 폭으로 작아진다. 그러나 다음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그 외의 부분이다. 협회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최상위 기관이다. 초등부부터 시작하는 유소년 축구 활성화 및 지원, 여자축구 기반 다지기, 생활축구 시스템 완성 등 협회가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들은 수없이 많다. 인류 최대의 축제로 꼽히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표팀이 나가지 못한다면 상업적, 금전적으로 협회는 꽤 큰 타격을 입는다.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중요도나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내쳐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호흡기를 달 대표팀에 비해 K리그는 결국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서럽다. 선수들은 아무리 활약해도 ‘갈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분위기 속에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구단들은 안팎으로 자생을 요구받지만, 현실은 당장 내일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목이 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은 ‘내가 이러려고 K리그를 봤나’하는 자괴감이 몰려올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대표팀을 지휘하는 감독의 잘못인가. 멀리 내다보지 못한 협회의 잘못인가. 그도 아니면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프로축구연맹 및 구단의 잘못인가. 원인은 복잡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K리그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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