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명재영 기자] 당장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올해 첫 A매치 2연전에서 국가대표팀은 절망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 질타는 선수 선발로부터 시작한다. 적지 않은 축구인들과 팬들이 ‘상식적인 선수 선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니어스>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3명의 선수를 정리했다.

#1 세트피스의 달인, 염기훈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라고 감히 주장해본다. 냉정히 말해서 슈틸리케호는 출범 2년이 넘었지만, 무색무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본인은 점유율을 높이 가져가며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최근 1년 동안의 경기를 뒤돌아보면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가 많긴 했으나 이로 인해 이득을 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제3자의 시선에서는 선수 개인의 역량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며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갈 때는 최전방 공격수의 한방에 의존하는 축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목요일에 펼쳐졌던 중국전과 작년에 있었던 우즈베키스탄, 이란전에 이 모습은 그대로 나타났다. 세 경기에서 대표팀은 모두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이어갔다. 세 경기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후반 중반 이후 교체 투입되었고 이후 대표팀은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속칭 ‘뻥축구’로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김신욱의 머리에 정확한 패스가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부정확한 크로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신욱은 결국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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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서 잘하면 언제든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초기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가 수원삼성의 염기훈이다. 더군다나 김신욱의 머리를 이용하는 축구가 비장의 무기라면 더더욱 중용되어야 할 자원이다. 염기훈은 지난 2년 동안 K리그 클래식에서 도움왕을 연달아 수상했고 올해 또한 여전히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왼발 킥은 알고도 못 막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던 2015년 6월에도 염기훈은 정교한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린 기억이 있다. 어차피 타겟맨을 이용한 축구를 할 것이라면 염기훈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2 중원에 이명주 있어요

이번 슈틸리케호에는 고명진, 구자철, 기성용, 정우영, 한국영이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 선발됐다. 중국전에는 고명진과 기성용이 짝을 맞추고 구자철이 그 위에 섰다. 시리아전에서는 기성용이 내려앉고 구자철과 남태희가 나란히 섰다.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대표팀은 2선에서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면서 확실한 기회를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명주는 홍명보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이상하리만큼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대표팀의 핵심 자원인 기성용과 구자철의 최근 컨디션은 한창 좋았을 때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정기적인 출전이 불가능했고 특히나 기성용은 입지에 변화가 올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분발이 요구되는 시기다. 대표팀 중원의 기둥들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많은 팬이 떠올린 한 선수가 있다. 바로 이명주다.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에서 뛰고 있는 이명주는 지난 2014년 K리그 클래식을 정복하고 시즌 중반 중동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명주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환경 속에서도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이명주는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명주의 최대 장점은 다재다능하다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중원에서 거의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2016 결승전에서 전북현대를 상대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여전하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그의 마지막 대표팀 출전은 2015 AFC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대회에서 단 한 경기에 나섰던 이명주는 이후 대표팀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어중간한 대표팀의 중원에 많은 도움이 될 선수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3 이젠 노련미까지 갖춘 이근호

지난해 12월 9일 프로축구계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게 된 강원FC가 제주유나이티드의 이근호를 영입했다는 것이었다. 도민구단인 강원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강원은 이근호의 영입을 시작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며 이적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근호는 이적 직후 바로 부주장으로 선임되며 팀의 핵심자원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 중동 무대로 옮긴 직후 팬들의 관심에서 살짝 멀어진 상황이었지만 이근호는 역시 이근호였다.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라운드 상주상무전에 선발 출전한 이근호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과 정확한 헤더로 홀로 2골을 터트리며 강원에 시즌 첫 승을 안겼다. 이날 경기의 활약에 힘입어 이근호는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1라운드 MVP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근호의 활약은 한 경기에 그치지 않았다. 2라운드 FC서울전과 3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 사이를 휘저으며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성기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리며 기동력을 장점으로 가졌던 이근호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노련미까지 갖추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복귀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근호가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역시 경험이다. A매치 75경기 출전 19득점이라는 걸출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A매치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된다. 2007년부터 대표팀에서 활동한 그는 존재만으로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특히나 현재 대표팀이 얇은 공격진으로 앓고 있기에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명주는 홍명보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이상하리만큼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 포항스틸러스 제공

여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3명을 정리했지만 사실 이외에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만한 걸출한 자원이 너무나도 많다. 김호남(상주상무), 안현범(제주유나이티드), 이창민(제주유나이티드), 양동현(포항스틸러스) 등 리그에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많다. 최종예선이고 당장 승리가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선수를 대거 선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남드래곤즈의 허용준을 대표팀에 불렀듯이 좋은 능력을 보여준 선수에 대한 기회는 계속 주어져야 한다. 물론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전적인 권리이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권한이 주어진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는 선수 선발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 또한 감독이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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