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에 빠져 있는 성남 황의조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성남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해 이맘 때 성남FC는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내달렸다. 수원삼성과 포항스틸러스 등을 제압하면서 시즌 초반이지만 1위 자리에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딱 1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성남의 순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부리그에서 1위에 올라있던 이 팀이 1년이 흐른 지금 2부리그 최하위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지난 25일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도 0-2로 패한 성남은 K리그 챌린지 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꼴찌에 쳐져 있다. 아무리 성남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명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최악의 경기력이다.

184일 동안 승리 없는 성남

성남 팬들에게는 너무 잔인할 수도 있으나 그들의 최근 기록부터 좀 살피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성남은 지난 시즌 9월 21일 울산현대와의 경기부터 지난 25일 안양과의 경기까지 무려 14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이 6개월 4일, 그러니까 무려 184일 동안 5무 9패 5득점 18실점했다. 지금은 구치소에 갇혀 있는 최순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부터 국정농단이 밝혀지고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오랜 시간 동안 성남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필드골도 지난해 9월 21일 울산전에서 전반 8분 황의조의 득점 이후 13경기 동안 기록하지 못했다. 이후 피투와 김두현, 황진성, 안재준 등이 골을 넣었지만 이는 모두 세트피스였다.

한 마디로 골로 사라졌고 승리도 사라졌다는 말이다. 반년 동안 승리는커녕 필드골도 구경할 수 없었으니 성남의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하다. 지난 시즌은 K리그 클래식에서 경쟁했으니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올 시즌은 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K리그 챌린지에서도 1무 3패다. 1년 전 K리그 클래식 1위까지 올랐던 그들은 순식간에 프로 무대에서 가장 축구를 못하는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제점이 단순하고 명확하면 고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 성남은 지금 여러 문제가 겹쳐 있다. K리그 7회 우승을 자랑하는 성남은 어쩌나 이렇게 동네북이 되고 말았을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황의조가 침묵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울산전 득점 이후 황의조는 계속 침묵하고 있다.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하던 선수의 부진이 깊어지다 보니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황의조의 마지막 득점 경기였던 울산전이다. 이날 성남은 승리를 했으면 상위 스플릿 잔류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질 수 있었고 강등을 면할 수 있었다. 경기력도 좋았다. 하지만 황의조는 무려 이 한 경기에서만 세 차례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성남은 선취골을 넣고도 1-2로 무너졌다. 만약 이 경기에서 황의조에게 행운이 조금이라도 따랐더라면 그의 침묵도 이렇게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성남이 강등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울산전은 황의조와 성남에 치명적인 경기였다.

박경훈 감독은 이제 성남에 부임한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 ⓒ성남FC

황의조의 부진, 그 원인과 해법은?

이후 황의조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15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던 황의조는 2016년 성남이 티아고를 영입한 뒤에도 나란히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티아고가 떠난 뒤 황의조가 고립되기 시작했다. 티아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던 상대 수비수들이 이제는 황의조만 막으면 편한 수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남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이들은 “황의조가 터져줘야 한다”고 하지만 내 견해는 조금 다르다. 황의조에 집중된 공격을 다른 쪽으로 분산시켜야 하고 다른 선수들이 터져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황의조는 자연스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성남에서 황의조 외에 골을 넣을 만한 선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황의조만 믿기에도 그렇고 다른 선수를 믿자니 믿을 만한 선수가 없다.

K리그 챌린지에서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수원FC는 ‘주포’ 브루스 외에도 서상민과 임창균, 이승현이 골을 넣어주고 있고 경남도 말컹 말고도 김도엽과 이반, 정현철 등이 결정적인 순간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성남은 오로지 황의조 뿐이고 그가 부진하자 다른 쪽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줄 이도 없다. 박경훈 감독이 매 경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주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다들 기대이하였다. 여기에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김두현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도 이제는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끼고 있고 기량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두현을 제외할 수도 없다. 중원에서 그만큼 해주는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황의조와 김두현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소는 또 있다. 그래도 지난 시즌 성남을 지탱해 준 건 중앙 수비수 윤영선과 임채민이었다. 티아고가 전방에서 한 건 해주고 윤영선과 임채민이 골키퍼 김동준과 함께 잘 버텨주면 곧잘 승점을 따내던 게 성남이었는데 윤영선이 먼저 팀을 떠나야 했고 이후 임채민도 빠졌다. 이 둘이 나란히 상주상무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이 자리를 새로운 수비수 안재준과 배승진으로 메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재준과 배승진도 훌륭한 선수 임에는 틀림 없지만 국가대표급 센터백인 윤영선과 임채민이 빠지고 여기에 정선호와 이용도 군대에 간 상황에서 그들의 선수 수급은 적극적이질 않았다. 윤영선과 임채민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봤을 때 올 시즌 성남의 수비가 더 불안해 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박경훈 감독은 이제 성남에 부임한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 ⓒ성남FC

‘부상 병동’ 성남, 계속되는 로테이션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부상 선수들도 너무 많았다. 주전으로 활용할 만한 선수를 비롯해 한 동안은 무려 13명의 선수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포백 수비를 연마했지만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스리백을 써야 했다. 김동준이 국가대표에 차출돼 기회를 잡을 줄 알았던 골키퍼 김근배도 부상 중이다. 외국인 선수도 파울로를 제외하면 비도시치와 네코, 오르슐리치 등이 모두 부상이었다. 그나마 이 외국인 선수들이 최근 차례대로 팀에 복귀했지만 이미 팀 전체적인 분위기는 너무 가라앉은 상황이다. 박경훈 감독이 아직도 명확한 승리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시즌 중임에도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여러 실험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그들의 경기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티아고의 대체자 실빙요가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뒤 또 다른 대안으로 영입된 파울로도 황의조와 호흡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티아고를 대체할 만한 선수도 없었겠지만 상황은 암울하다. 4월 중순은 돼야 정상적인 선수 가동이 가능한 상황에서 성남은 계속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4월 중순이 되더라도 그때까지 승점을 계속 이렇게 까먹으면 동력을 잃고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한 채 의욕 없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시간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그들이 계속 이 패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익숙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K리그 클래식 1위에 올라있던 그들이 K리그 챌린지 꼴찌라는 수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성남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하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이재명 성남시장의 무관심이다. 나는 지금껏 그가 성남 구단을 위해 쏟아온 열정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자칫 해체될 뻔했던 팀을 살려내 광저우 헝다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건 이재명 성남시장이자 구단주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이재명 시장은 대권에 도전하며 구단을 살피지 않는다. ‘깃발더비’라면서 함께 경쟁하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K리그 챌린지 강등 이후에도 줄곧 수원FC 홈 경기에 빠지지 않지만 이재명 시장은 지금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구단주가 직접 공을 차는 건 아니지만 구단주가 돌보지 않는 팀은 잘 될 수가 없다. 정치도 좋지만 이재명 시장은 구단주로서의 역할도 신경 써야 한다. 자꾸 경기장에 나타나서 선수들을 격려하건 압박하건 뭐라도 해주길 바란다. 축구단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이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기고 싶은 국민은 없다.

그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부분은 그래도 부상 선수가 한둘씩 돌아온다는 점이다. 특히나 외국인 선수의 활용이 성적과 직결되는 K리그에서 박경훈 감독이 네코와 파울로, 비도시치, 오르슐리치 등 보유한 외국인 선수들을 이제 모두 기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반갑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더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황의조가 부진한 가운데 이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올 시즌 유일한 득점 선수가 수비수 안재준일까. 또한 더 큰 걱정은 이제 K리그 챌린지 전력이 평준화 됐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야 ‘동네북’ 고양자이크로와 충주험멜이 있었지만 이제 그 팀들은 사라졌다. 확실한 승점 3점의 보약이 돼 줄 팀이 없는 가운데 성남은 어쩌면 자신들보다 더 전력이 뛰어난 팀들과 계속 싸워야 한다. 성남 밑으로 깔아줄 팀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 챌린지 꼴찌 성남의 최전방과 최후방을 지키는 이들은 나란히 국가대표로 뽑혔다. 황의조와 김동준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다가올 시리아전을 준비한다. 과연 국가대표 공격수와 골키퍼를 보유한 팀이 이렇게 K리그 챌린지에서도 꼴찌에 머물러 있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년 만에 K리그 클래식 1위에서 K리그 챌린지 꼴찌로 내려 앉은 성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그들은 다시 살아나 명가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까. 샤다라빠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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