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 전북 현대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전북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계속하고 있다. 김진수는 지난 21일 울산 현대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경기 이후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아 우리가 한다니까”라는 내용을 올렸다. 특정 대상을 지목하는 주어나 목적어는 불분명했지만 뉘앙스는 확실했다. '전북이 ACL에 출전했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되었다.

전북은 2016시즌 ACL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그리고 K리그 최종순위에 따라 2017년에도 ACL 무대를 밟을 터였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 출전관리기구(ECB)의 최종 판단은 전북의 '출전자격 정지'였다. 팬들을 비롯한 축구계가 AFC의 이 결정을 지지했으며 ‘정의구현’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김진수는 자신의 SNS에 해당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 김진수 인스타그램 캡쳐

'전북 현대 모터스'가 가해자다

전북만 예외였다. 전북은 ECB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곧바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의했다. 한 전북 관계자는 국내 한 언론을 통해 “이미 프로연맹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대회참가를 막는 것은 이중징계로 볼 여지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들이 ACL과 K리그가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대회임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억울한 것이다. 그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들로 인해 그들이 피해를 봤다는 논리다. 이미 승점을 9점씩’이나’깎여서 리그 ‘우승’을 놓쳤는데 또 ACL에 나갈 수 없다니. 전북은 일탈을 저지른 스카우트에게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정황은 접할 수 없었다.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부터 그들이 꾸준히 내세우는 입장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범죄가 저질러졌고 그 피해는 팬들과 땀을 흘려 노력하는 국내 축구선수들이 고스란히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억울해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자주 이런 식의 화법을 쓴다.

그 의식이 구단 전체에 퍼져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전북 프런트의 입장에서는 자기 구단의 선수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선수생활과 경기력을 위해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전북 관계자들은 꾸준히 “우리 선수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김진수는 자신의 SNS에 해당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 김진수 인스타그램 캡쳐

소속된 모두가 '전북 현대 모터스'다

전북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그만둬야 한다. 전북 입장에서야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 일탈을 저지른 스카우트, 코치들을 비롯한 선수단을 별개로 보고 싶겠지만 ‘전북’이라는 브랜드는 구단 자체를 의미한다. 넓게는 전북 팬들까지도 포함한다. 범죄가 발생한 시기, 구체적인 주체보다도 ‘전북이 저질렀다’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일부 전북팬들도 자신의 팀을 옹호하면 다른 팀 팬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물며 전북의 선수가 해당 사건으로 인한 징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는 커진다. 비단 김진수뿐만이 아니라 그의 글에 ‘전북 선수들이 동조했다’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하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의식은 공유가 되어있는데 ‘자신들이 잘못했다’라는 의식은 공유가 안되어 있는 것이다.

전북의 이철근 전 단장은 ACL 출전여부와는 관계 없이 사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발표 타이밍이 안좋았다. CAS에서 최종 패소하고 ‘싸웠지만 잘 졌다’형태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끝까지 싸웠다는 형태로 비춰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철근 전 단장을 비롯한 최강희 감독은 그 책임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팬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고 그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선수단에게 전했어야 했다. 결국 이철근 단장은 당신이 모든 십자가를 지고 사임하는 모습을 택했다. 그렇다고 백승권 신임단장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북 식구들의 신뢰는 탄탄해졌을지 몰라도 팬들의 신뢰는 이미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의 한 유명 페이지 관리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2011년에는 최은성, 이운재와 같이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은 선수들도 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선수들도 구성원으로서 공유해야하는 책임감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 리그의 본질을 해쳤다. 이 책임은 구단 전체가 져야 한다. 그것이 비록 올해 새롭게 이적해온 신입 선수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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