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과연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북현대

[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기나긴 겨울을 지나 또다시 축구의 계절이 찾아왔다. 역대 최초로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가 동시에 개막하는 2017 K리그는 어느 때보다도 예측할 수 없어 흥미진진한 경쟁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새로운 역사는 항상 탄생하기 마련이다. <스포츠니어스>가 머지않아 탄생할 기록들을 미리 살펴봤다.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 200골이 보인다

20세기 말, 20살의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해 고종수, 안정환과 함께 ‘K리그 트로이카’로 불렸던 한 선수가 20여 년이 지난 2017년에도 그라운드에 나선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북현대의 이동국이다. 1998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한 이동국은 독일과 영국에서 보냈던 2년의 짧은 세월 외에는 K리그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온 ‘전설’이다. 국내에서 19번째 시즌을 맞는 이동국은 K리그 통산 439경기에 출전해 192골 66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3일, 성남일화와의 K리그 개막전에서 2골을 연달아 터트려 당시 최다 득점 기록이었던 우성용의 116골을 넘어섰던 이동국은 매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 후로 5년 동안 무려 77골을 추가한 이동국은 아무도 넘보지 못했던 200득점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1979년생으로 불혹에 가까운 나이지만 득점 페이스는 꾸준하다. 현 소속팀인 전북으로 이적한 2009년부터 8년 동안 매해 두 자릿수의 득점을 터트렸다. 2016년 전북 소속으로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했지만, 그 저조한 숫자가 12골이다.

에두, 고무열, 김신욱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팀 내에 버티고 있지만, 이동국의 독보적인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다. 소속팀 전북의 막강한 지원 속에서 8골만 기록하면 K리그 최초의 200골이라는 대역사를 쓸 수 있는 만큼 본인 또한 의지를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

200골? 나는 100도움을 노린다.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

축구에서 가장 빛나는 기록은 역시 ‘득점’이다. 현재 축구계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누가 더 많은 골을 넣었느냐’로 비교가 이뤄진다. 하지만 축구에는 득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면 득점보다 도움으로 그 능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압도적인 선수가 K리그에 존재한다.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3연속 도움왕과 동시에 K리그 최초 100도움에 도전한다 ⓒ 수원삼성 제공

2006년 데뷔한 이래 왼발을 잘 쓰는 선수로 불렸던 염기훈은 2010년 수원삼성에 자리를 잡은 이후 ‘왼발의 지배자’로 자신의 가치를 한 등급 높였다. 염기훈에게 수원은 맞춤형 옷이었다. 데뷔시즌이었던 2006년에 도움 5개를 올린 것이 시즌 최다 기록이었던 염기훈은 2010년 절반의 시즌을 뛰고도 19경기에서 10개의 도움을 올렸다. 이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염기훈은 163경기에 출전해 33골 66도움을 올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염기훈의 크로스는 알고도 못 막는 ‘택배’로 통한다. 최전방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다가도 팀이 어려울 땐 본인이 직접 프리킥이나 중거리 슈팅으로 직접 해결한다. 지난 두 시즌에는 각각 17, 15도움을 올려 K리그 클래식 최초로 2연속 도움왕을 수상했다. 현재 염기훈의 K리그 도움 기록은 88이다. 2위와는 19개 차이로 압도적이다. 12개의 도움을 더 올린다면 K리그 최초로 세 자릿수의 도움 기록을 가지게 된다. 부상이나 급격한 기량 저하가 오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 내에 기록 달성은 무난하다는 평가다.

800만 관중을 앞둔 FC서울

지난 시즌 K리그 최초로 객단가 1만 원 고지를 돌파한 FC서울이 새로운 역사를 쓴다. 서울은 2016년까지 7,996,386명의 홈 관중을 유치했다. 1983년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이후 33년 동안 587번의 홈경기에서 올린 기록이다. 수도라는 지리적 이점과 스타 선수, 준수한 성적이라는 경쟁력으로 서울은 K리그 최다 관중 기록을 독식하고 있다. 최다 관중 10경기가 모두 서울의 홈경기다.

특히 2010년 5월 5일에 기록한 60,747명의 관중 수는 K리그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 관중으로 남아있다. 2010년 평균 관중인 32,576명 또한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이렇듯 관중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울은 다음 달 5일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3,614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면 K리그 최초 800만 관중이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게 된다. 36,140명이 아니라 3,614명이다. 슈퍼매치에서 4천 명 미만의 관중이 오는 경우는 경기 당일 영하 30도 정도는 되어야 있을 법한 일이다. 이는 곧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탄생할 기록이라는 이야기다.

“네가 가라 1500” 서로 미룰 1500호 실점

모두가 득점, 도움과 같이 기분 좋은 기록만 찾을 때 경고, 퇴장, 실점 등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록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변태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이 또한 하나의 기록이며 역사다. 최다 실점, 최소 득점, 최다 무승과 같은 기록들이 쌓여서 K리그의 스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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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리그에도 당사자는 기뻐하지 않을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다. 바로 팀 1,500실점이다. 이 기록의 주인공으로 유력한 두 구단은 K리그의 원년멤버인 부산아이파크와 제주유나이티드다. 1983 수퍼리그부터 2016 K리그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부산과 제주는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치른 경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현재 1,500실점에 가까운 구단은 제주다. 제주는 1,493실점으로 부산의 1,489실점보다 4개의 실점을 더 허용했다. 제주의 7실점이 먼저일지, 부산의 11실점이 먼저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두 구단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로 나뉘어 있어 같은 무대에서 함께 도전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K리그 원년 동기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기록 달성 후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스포츠니어스>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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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골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이동국 ⓒ 전북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