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백종환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주목 받는 팀은 누가 뭐래도 강원FC다. 4년 만에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은 그간 가난한 도민구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올 시즌 엄청난 선수들을 영입하며 주목 받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인 정조국을 비롯해 이근호와 오범석, 황진성, 이범영, 문창진, 김경중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이 전체적으로 물갈이가 되는 와중에 살아남은 선수는 단 8명뿐이다. 엄청난 선수들이 영입됐음에도 살아남아 3년 연속 강원의 주장을 맡게 된 백종환을 직접 전지훈련지인 부산 기장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살아남은 선수들과 신입 선수들 간의 가교 역할은 그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반갑다. 요새 컨디션은 어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기 전에 발등을 다쳐 몸 상태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쉬면서 회복했는데 이번에 울산에서 1차 동계 전지훈련을 하면서 다시 발등을 다쳤었다. 한 2주 정도 쉬다가 최근에 연습경기에 나섰는데 이젠 괜찮아진 것 같다.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한 80% 정도는 됐다.

선수들이 워낙 많이 바뀌었는데 어수선하진 않나.

그런 건 없다. 다들 K리그에 오래 있던 선수들이라 서로 서로 잘 알고 있던 편이다. 신인 선수들을 빼고는 다 친분 관계가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어수선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또한 연습경기를 해보니 워낙 다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어서 듬직하다. 다들 대표팀에도 가보고 한 가닥씩 했던 선수들이라 공이 가면 알아서 연결하고 해결해준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언론의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 아닌가.

사실 좀 부담이 되기는 한다. 우리들끼리도 강원에 있으면서 처음 받아보는 관심이라고 하기도 했다. 우리가 그 동안은 K리그 클래식의 상위권 팀과 겨루거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바라보던 팀은 아니었는데 훌륭한 선수들이 영입된 이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경기력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난 2010년부터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강원에서만 뛰고 있다. 강원에 오래 몸담은 선수로서 구단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때는 언제인가.

역시 선수들의 연봉이 가장 달라지지 않았을까. K리그 챌린지에 있다가 K리그 클래식으로 오니 선수들에 대한 구단의 대우가 달라졌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K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는 원정경기를 갈 때도 조금 저렴한 숙소에서 지냈는데 지금은 호텔에서 묵는다. 또한 K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는 우리 기사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도 우리 기사가 자주 메인에 걸려 있더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K리그 챌린지는 포털 사이트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없는데 K리그 클래식은 포털 사이트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있다. K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게 참 많다.

그 동안 K리그 챌린지에서 관심을 덜 받으면서 서운했던 적은 없었나.

K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승격을 눈앞에 뒀어도 관심을 덜 받았다. 그런데 뭐 이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느 리그를 보더라도 1부리그가 먼저지 2부리그를 챙기지는 않는다. 자극제로 생각했다. 우리도 K리그 클래식에 올라오면 관심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요즘은 많이 누리고 있지 않나.

물론이다. 벅차게 누리고 있다. 인터뷰도 많아졌고 하루 하루 우리 기사가 나가지 않는 날이 없더라. 이런 관심에 감사해 하고 있다.

강원 백종환은 올 시즌 3년 연속 주장으로 선임됐다. ⓒ강원FC

올 시즌 강원은 매일 한 명씩 선수 영입을 발표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솔직히 강원 선수로서 당신은 영입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나도 전혀 몰랐다. 아마 대표님을 제외하면 아무도 몰랐던 거 같다. 친한 친구들이 “강원이 또 누구 데려오는지 나한테만 알려달라”고 자꾸 물어봤는데 나도 정말 몰랐다. 우리도 매일 아침 뉴스를 챙겨보고 굵직한 영입 소식이 터질 때마다 놀랐을 정도다. “내일은 또 누가 오나”라고 하면서 기다리기도 했다.

영입 소식 중 가장 놀랐던 소식은 뭐였나.

역시나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왕 (정)조국이 형의 영입 소식이 가장 놀라웠다. 평소 친분은 있었는데 (정)조국이 형이 올 시즌을 앞두고 해외 진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팀에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팀 친구들도 “진짜야?”라면서 놀라더라.

이근호와 김승용 등은 부평고등학교 시절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다. 이렇게 늙어서(?) 만나니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이)근호하고 (김)승용이는 시즌이 끝나고 겨울 휴가 때가 되면 늘 보던 친구들이다. 당신이 친한 친구들하고 시간 날 때마다 연락해서 만나는 것하고 똑같다. 모두에게 그런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사이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별로 없다.

안 됐다.

그런 친구들과 다시 한 팀에서 만났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우리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기도 한다. (김)승용이 말에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우승하자고 말하고 나간 대회에서는 다 우승했다고 보면 된다. 그 시절에는 자신감도 차 있었다. 또한 (이)근호하고 (김)승용이, (하)대성이하고 훈련장 밖에서는 되게 순수하고 건전하게 놀았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때다. 우리들끼리 항상 영화 보고 밥 먹고 당구 치고 볼링치고 재미있게 몰려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세 명이서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이)근호나 (김)승용이도 다들 기대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두 친구는 어땠나. 흑역사를 방출해 달라.

나는 사실 그런 걸 잘 기억 못한다. (이)근호는 주장이었는데 묵직하게 자기가 솔선수범하고 앞장 서서 하는 스타일이었고 (김)승용이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자기가 나서서 분위기도 살리고 재밌는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우리 부평고 숙소를 MBC <러브하우스>에서 고쳐준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가 2학년이었는데 (김)승용이가 방송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말도 툭툭 재미있게 잘 던져서 방송에 많이 나갔다. 고등학생이면서 운동선수면 대부분 쑥스러워서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승용이는 그때부터 방송을 잘 알더라.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학생이었나.

경기장 안에서는 지는 걸 싫어하는 악바리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수비수이다 보니 동료들이 수비를 잘 안 해주면 소리도 많이 쳤다. 나는 그게 잔소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요새 (이)근호하고 (김)승용이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꼭 나를 ‘잔소리꾼’이라고 한다. 둘 다 내가 뒤에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욕하는 친구로만 기억하더라.

오랜 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한 팀에서 뛰게 됐는데 혹시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준비하지는 않았나.

아직까지 준비한 건 없는데 일단 (이)근호하고 (김)승용이하고 함께 셋이 경기장에 있을 때 골이 들어가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승용이가 이미 세리머니를 한 세 개 정도는 만들어 놨을 수도 있다.

당신이 영업사원처럼 친구들을 강원으로 꼬셔 온 것 아닌가. 강원이 이렇게 빅스타들을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친구들이 나한테 “강원의 이적 제안을 받았다”고 이야기 해줬다. 그래서 내가 강원 구단에 느낀 좋은 점들을 솔직하게 말해줬다. 그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돼 이 친구들이 강원을 선택한 것이니 영업이라면 영업일 수도 있다.

당신은 이근호를 데려온 것만으로도 ‘역대급 활약’을 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3급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을 때 (이)근호가 나에게 강원이 어떤 팀이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강원에 대해 말해주면서도 축구로 많은 걸 이뤄 놓은 친구가 강원에 와서 조금 힘든 상황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강원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이)근호에게 손을 내밀었고 내 조언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 같다. 친한 친구가 있어서 꼭 강원으로 오겠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원이 나를 원하고 있고 거기에 친한 친구도 있어서 우리 팀을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참고 사항 정도는 됐다고 한다.

당신과 함께 부평고 4인방으로 활약했던 나머지 한 명, 하대성에게는 영업을 하진 않았나.

사실 이번 겨울에 우스갯소리로 (하)대성이한테도 말한 적이 있다. 서울에 가면 늘 보는 친구다. 일본에서 뛰면서 부상도 당하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국 들어와. 같이 공이나 차자”고 했는데 걔한테는 영업이 잘 안 먹히더라. 자기는 ‘서울맨’이라고 하더라.

나중에라도 영업을 할 생각은 없나.

일단 내가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뭐 영업도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내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강원 백종환은 올 시즌 3년 연속 주장으로 선임됐다. ⓒ강원FC

알겠다. 일단은 같은 포지션의 오범석과도 험난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오)범석이 형이 워낙 멀티 플레이어라 그때 그때 필요한 자리에 들어와서 맞춰보고 있다. 측면에서 뛸 때도 있고 미드필더로 나설 때도 있다. 센터백도 한다. 그래도 (오)범석이 형의 주 포지션은 나하고 겹치는 오른쪽 측면이다. 일단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고 배울 건 배우고 싶다. 시즌이 시작되면 누가 경기에 나설지는 모르지만 “오범석도 있는데 왜 저 자리에 백종환이 뛰고 있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원이 엄청난 선수 영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떠나간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당신은 강원에서 오래 뛰면서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들었을 텐데.

하…. 팀을 떠나야 했던 동료들한테는 연락을 한 통씩은 다 했다. 다른 팀을 찾은 선수들한테는 축하 전화를 했고 아직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한테도 전화해 안부도 묻는다. 같이 승격을 이룬 건데 재계약은 몇 명만 하게 됐으니 많이 미안하다. 주장이어서 더 신경이 쓰이더라. 다 같이 잘됐으면 좋았을 텐데 왠지 모르게 남아 있는 선수들만 잘 된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승격을 이뤄낸 건데 고맙기도 하다. 다 잘 됐으면 한다.

반면 당신은 지난 해에 비해 연봉이 200%나 인상됐다.

지난해 12월 재계약 협상을 할 때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었다. 에이전트와 통화를 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재계약이 진행 되지 않았다. 2주 간의 지도자 교육이 끝나고 조태룡 대표님과 통화를 했는데 대표님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어 보시더라.

이거 거의 옷 가게에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 수준의 질문 아닌가.

딱 그거다. 편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셔서 정말 내가 원하는 만큼을 편하게 이야기했다. 받고 싶은 만큼 말씀 드렸는데 시원하게 “그래.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라. 내가 강원에 가장 오래 있어서 나를 신경 써 주시고 챙겨 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 번씩 미팅을 해보면 선수들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로 3년 연속 주장을 맡게 됐다.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팀의 주장으로서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인천대학교 시절과 상주상무 시절 잠깐 주장을 맡아본 적이 있긴 한데 주장은 늘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편하지만 주장은 신경 쓸 일이 더 많다. 경기장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물론이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도 해야 한다. 코치님과 감독님 의견을 잘 이해하고 이걸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주장의 몫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님이 “올해도 네가 주장을 맡으라”고 하셨을 때 감사한 마음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3년 동안 신임을 받은 건 그만큼 감독님도 날 믿어주신다는 의미 아닌가. 그 믿음에 보답하려면 이 정도 부담감은 당연히 짊어지고 갈 필요가 있다.

당신은 3년 연속 주장은 물론이고 강원에서만 139경기에 나서 강원의 역대 최다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정도면 레전드 아닌가.

레전드라고 하면 부담스럽다. (이)을용이 형 정도는 돼야 레전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냥 강원이 좋고 팀도 나를 챙겨주고 그래서 이 팀에 더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다. 레전드라고 불러주시면 영광스럽고 감사하지만 나한테는 과한 칭호인 것 같다.

에이, 너무 겸손하다. 그러면 어느 정도 해야 레전드 소리를 들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나.

지금까지 K리그에서 통산 201경기를 소화했다. 그런데 강원 팀에서만 200경기 정도 출장하면 굉장한 자부심이 생길 거 같긴 하다. 내 목표이기도 하다. 그 정도가 되면 레전드 소리도 감사히 듣겠다.

강원 백종환은 올 시즌 3년 연속 주장으로 선임됐다. ⓒ강원FC

당신이 느끼는 강원만의 매력은 뭔가.

선수들이 참 착하고 순수하다. 운동밖에 모르는 친구들이다. 조금 힘든 상황의 팀이다보니 선수들 간의 끈끈한 정 같은 게 있다. 정말 힘이 들 때 선수들하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동생들은 형님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동생들 의견도 형님들이 잘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끈끈한 정이 생긴 것 같다. 여러 구단에 있어 본 건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한테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팀마다 삼삼오오 친한 선수들은 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소통하는 팀은 별로 없더라. 나는 강원의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주장이 잘 해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런가.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반대로 강원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2012년 시즌을 마치고 군대에 갔는데 군 입대 전에는 조금 힘들었다. 막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됐던 시기였는데 중간에 감독님도 바뀌고 강등이 되지 않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 쓰던 시기였다. 나는 시즌이 끝나고 군대에 가는 상황이었는데 팬 분들이 “쟤는 어차피 올해까지만 하고 군대에 가니까 팀이 강등돼도 별 상관없겠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팀이고 무조건 강등을 막고 싶었는데 그 때는 상당히 힘들었다.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운이 좋게도 내가 골을 넣어 가까스로 잔류를 확정지었는데 2012년 3월부터 마지막 두 경기를 남겨 놓을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힘들었다. 선수들 간에도 웃음보다는 짜증이 많았고 감독 교체로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상주상무에 있을 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운명적으로 강원을 만나기도 했다.

2013년도였다. 당시 상주 홈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했는데 이때 상주가 4-1로 강원을 이겼다. 이겨서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찝찝함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경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다. 잡생각이 너무 많았고 경기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당시 당신의 출전 자격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당시 1차전에 출전하고 2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강원과 상주가 내 출전을 놓고 충돌했다. 박항서 당시 상주 감독님이 2차전 경기를 앞두고 나를 불러서 “뛸래? 말래?”라고 물어보셨다. “저는 선수이니 감독님이 뛰라고 하시면 뛰고 제가 실력의 100%를 다 발휘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셔서 감독님이 뛰지 말라고 하면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백종환이 친정팀 강원을 상대로 경기에 나가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는 보도가 나갔다. 살짝 난처하긴 했다. 내가 필요하니 상주에서 경기에 내보낸다는 것과 내가 강력한 의지로 경기에 나가겠다는 건 뉘앙스가 다르지 않나. 그리고 2차전에도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강원을 강등시킨 그 경기에 일원으로 함께 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선수로서 승리를 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우울하기도 했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의 발로 떨어트린 강원으로 제대 후 다시 돌아왔다. 이거 참 인생 일은 모르는 거다.

강원하고는 운명인 것 같다. 당시 군대에서 제대한 선수들은 자유롭게 이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강원과의 계약도 3개월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강원에서 내가 제대하는 날가지도 연락이 없는 거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뛸 팀을 구해야 해 에이전트를 통해 새로운 팀을 알아보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강원에서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당시 강원 감독이 내가 제주에 처음 입단했을 때 지휘하셨던 알툴 감독님이었다. 계약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알툴 감독님께서 “백종환을 쓰고 싶다”고 하셔서 다시 협상을 시작했고 결국 강원에 남게 됐다. 나에게 강원은 운명적인 팀이다. 지금은 집보다도 숙소가 더 편하다. 가끔 집에서 자면 불편하더라.

강원 백종환은 올 시즌 3년 연속 주장으로 선임됐다. ⓒ강원FC

강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거물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조직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솔직히 궁금하다. 당연히 우리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은 경기장 안에서 보여드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올 시즌 첫 경기가 상주와의 경기인데 오랜 만에 K리그 클래식에서 치르는 승부이니만큼 우리의 조직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경기력으로 싹 없애주고 싶다. 강원이 비록 변화가 많았지만 한 팀으로 잘 뭉쳐서 더 좋은 팀으로 성장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정도 멤버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투자 대비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구단이 투자한 걸 보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해줬다. 하지만 큰 목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지만 그런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 경기 재미있는 플레이로 승점을 따는 작은 목표부터 이뤄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있고 기대감이 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관중을 매료시켜야 다음 경기에도 관중이 경기장을 찾고 그러면 선수들도 더 좋은 경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작은 목표부터 이뤄야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본인 스스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팀 선수 구성이 대단하다. 다들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 역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경기에 부상 없이 나가는 게 목표다. 쉬운 건 아니지만 올 시즌 경기장에 가장 많이 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백종환은 점점 강원의 역사가 돼 가고 있다. 강원에서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세운 백종환은 매 경기에 나설 때마다 강원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강원FC의 역사에 2017년 백종환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엄청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아 3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백종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