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통영=김현회 기자] 건국대학교 사령탑이자 축구 해설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상윤 감독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남 통영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 건국대를 이끌며 참가 중인 이상윤 감독은 지난 17일 목포과학대와의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목포과학대전은 피 말리는 승부였다. 첫 경기에서 숭실대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건국대는 목포과학대에 2-0 승리를 따냈지만 숭실대와 골득실은 물론 다득점와 승자승으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해 추첨까지 가게 된 상황이었다. 목포과학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막판까지 한 골이라도 더 넣고 골득실에서 숭실대를 밀어내면서 조1위를 노렸지만 결국 추가골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추첨을 통해 1위를 결정지어야 했다.

긴장된 표정의 이상윤 감독은 결국 추첨 끝에 건국대의 조1위가 확정되자 “나이스에요”라며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내내 터치라인에 서서 “굿.” “쨘슨데여”를 외치던 이상윤 감독은 추첨을 통해 행운의 여신이 건국대의 손을 들어주자 특유의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같은 경기가 정말 힘든 경기에요. 우리를 상대로 상대가 ‘빽뽀라인’을 밑으로 내리고 전략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한두 번 ‘쨘스’를 놓치면 경기가 꼬여 버리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정말 오늘처럼 짜증나는 경기가 되는 거에요. 그래도 이렇게 어렵게 올라가면 또 이게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으아. 나이스에요.” 이상윤 감독은 건국대를 지도하면서 지난 해 말에는 대학축구협외의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에 참여했다.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자기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는 중이다. “지난 해 12월에 1차 교육이 끝나고 오는 6월이나 7월에 2차 교육을 받으러 잉글랜드로 가요. 바빠도 난 좋아요. 이게 내 일이잖아요. 허허.”

이상윤 감독은 P급 라이선스 교육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이번에 잉글랜드 축구협회(FA)와 국제축구연맹(FIFA) 강사를 겸하고 있는 리차드 베이트한테 많이 배웠어요.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팀 감독까지 했던 분인데 경험도 많고 지식도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원래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잖아요. 지도자로서 정체성이 부족했는데 이번에 그걸 채우는 거 같아요. 아마 이 교육 과정이 다 끝나면 제 레벨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급 라이선스 교육 ‘남바완’이에요.”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지도 철학을 명확히 설명했다. 특유의 실없는 웃음을 짓다가도 지도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사뭇 진지해졌다. “자율과 규율 속에서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하는 축구를 하고 싶은데 그게 내 뜻대로는 잘 안 되더라고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소통하는 지도자이고 싶고 젊은 세대들과 교감하는 지도자이고 싶은데 오늘 경기처럼 안 풀리는 경기가 있으면 저도 모르게 ‘인마’ 소리도 나오고 짜증도 나죠. 어릴 때부터 그런 지도 방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게 몸에 베어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 진심을 아이들이 알아주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 우리 아이들도 진심을 알아주겠죠.”

이상윤 감독은 지도자 생활 외에도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그는 이 두 개의 직업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축구 해설과 감독은 비슷해요. 경기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일이죠. 그리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두 가지 일 다 잘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해설 쪽으로만 전력투구하면 나쁜 놈이죠. 학교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총장님이 다 허락하셔서 하는 일이에요. 두 일을 다 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 자신이 당당하면 그런 지적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제가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빕스’ 말고 내가 진짜 ‘VIP’가 돼야죠. 허허.”

그는 내달 개막하는 K리그에서도 해설위원으로 맹활약할 예정이다. “아프리카TV가 중계권을 못 사서 프리미어리그 해설을 못하는 게 아쉬워요. 정말 공부가 많이 되는 리그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P라이선스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아마도 다음 달 개막하는 K리그에서는 새로 공부한 축구 용어도 자주 쓸 거 같아요. ‘포켓존’ 알아요? 수비하고 미드필드 사이의 공간인데 여기에서 공을 받아야 상대를 안으로 몰아넣거나 측면을 열어놓고 공격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남바완’보다는 ‘포켓존’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쓸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상윤 감독은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감독하고 해설위원을 겸하면서 내 정체성을 찾아야죠. 둘 다 ‘남바완’이 되고 싶어요. 다양하게 해야 돼요. 요새는 엔따떼인먼트 시대. 오케이? 그리고 하나 더 이번에 배운 축구 용어를 설명하자면 PK 때…. 아니야. 기사로 쓰지 마요. 해설할 때 공개할게요.” 이렇게 정신 없는 인터뷰를 마친 이상윤 감독은 건국대를 이끌고 오늘(20일) 오후 2시 30분 부경대와 춘계연맹전 32강을 치른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