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선수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 완전히 이해한 모습이다. 전술적인 이해도도 높고 경기장에서의 역할 분배와 수행능력 또한 최고 수준이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는 2003년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첼시는 14/15시즌을 앞두고 팀의 영광을 이끌었던 조세 무리뉴를 다시 불러들이며 리그 챔피언에 올랐지만 지난 시즌엔 리그 10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로 인해 무리뉴를 떠나보낸 첼시는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안토니오 콘테를 감독으로 새로이 임명했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에서 짜임새 있는 실리 축구를 선보였던 콘테였기에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홈에서 리버풀에 1-2로 패했고 이어진 아스날 원정에선 0-3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콘테는 2연패 뒤 쓰리백 카드를 꺼내들며 개혁을 단행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쓰리백으로 성공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콘테의 선택에 의구심을 보냈지만 첼시는 쓰리백으로 전환한 이후 13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록 면에서도 확연히 좋아졌다. 초반 6경기(3승1무2패)에서 10득점 9실점을 기록했지만 쓰리백으로 전환한 뒤 19경기(16승2무1패)에서 42득점을 기록했고 9실점에 그쳤다. 이 중 무실점 경기는 12경기나 된다. 첼시의 올 시즌 고공 행진의 비결과 남은 시즌을 SWOT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

▶STRENGTH

1. 에당 아자르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11월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 팀의 부진과 함께 슬럼프를 겪으며 최악의 한해를 보냈지만 올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 시즌 1.2회에 그쳤던 경기당 평균 슈팅 횟수는 올시즌 2.2회로 늘어났다. 리그에서 10골을 기록하는 동안 경기 최우수 선수(MotM)는 9회나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14/15시즌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더 좋은 페이스다.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14/15시즌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후스코어드닷컴 캡처

아자르의 진가는 지공과 역습 모든 상황에서 빛나고 있다. 수비진의 밸런스를 허무는 화려한 드리블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첼시는 라인을 깊게 내린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지난 4일 아스날과의 리그 경기에서 50m가 넘는 거리를 단독으로 돌파한 뒤 터뜨린 환상적인 골은 현재 자신의 폼이 최절정에 올랐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2. 디에고 코스타

디에고 코스타는 스페인을 떠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이후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냈다. 상대의 강한 견제에 쉽게 흥분하며 보복성 플레이를 펼쳤고 심판을 향해 격하게 항의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논란을 일삼았다. 하지만 올시즌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아자르와 함께 첼시의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수비를 압박하면서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장점인 코스타는 상대와의 경합에서도 강력한 피지컬을 이용해 공을 지켜냄으로써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자랑하며 현재까지 리그에서 15골을 터뜨리고 있다. 존재만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로 성장한 코스타는 첼시 소속으로 두 번째 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

3. 은골로 캉테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의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일조했던 은골로 캉테는 유로2016을 마치고 첼시에 합류했다. 캉테에게 적응을 위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피지컬적인 약점을 뛰어난 활동량과 예측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캉테는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상대팀의 공격 속도를 일차적으로 저지함으로써 수비진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윤활유 역할을 수행한다. 좌우 윙백을 향하는 정확한 장거리 패스와 뺏어낸 공을 전방에 위치한 공격진에게 빠르고 간결하게 전달함으로서 공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 첼시에서 활약했던 클로드 마켈렐레를 연상케 하는 캉테는 콘테 사단의 중원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4. 안토니오 콘테

새로운 팀에 부임한 감독은 흔히 두개의 선택지를 갖는다. 하나는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어 팀을 리빌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수단에 큰 변화 없이 팀에 최적화된 전술을 찾아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콘테의 선택은 후자였다. 현재 첼시 선수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 완전히 이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술적인 이해도도 높고 경기장에서의 역할 분배와 수행능력 또한 최고 수준이다.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14/15시즌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후스코어드닷컴 캡처

콘테는 선수 활용 측면에서도 뛰어난 안목을 발휘했다. 측면 수비수이던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를 센터백으로 기용하며 수비진에 안정감을 되찾았고 처분 대상이던 빅터 모제스를 윙백으로 기용하며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를 최대 강점으로 변화시켰다.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리액션을 펼치며 팀전체에 사기를 불어넣고 있는 콘테는 감독이자 리더로 첼시를 이끌고 있다.

▶WEAKNESS

리그를 13경기 남기고 2위 맨시티와 승점 8점 차이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첼시는 뚜렷한 약점이 없다. 하지만 빈틈없는 수비진에 비해 미드필더와 공격진에는 상대적인 아쉬움이 존재한다. 올시즌 캉테와 함께 중원을 구성하고 있는 네마냐 마티치는 볼키핑 능력이 뛰어나고 강력한 피지컬을 활용한 수비적인 기여가 훌륭한 미드필더다. 하지만 전방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치는 팀을 상대할 때 이따금씩 실수를 범하고 공격적인 패스 능력이 다소 떨어져 팀의 전진 속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첼시가 지금처럼 높은 지역에서의 공격 작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선 남은 일정에서 파브레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파브레가스는 공격진에 더 많은 창의성과 속도를 제공해줄 선수이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7494" align="aligncenter" width="600"]세스크 파브레가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첼시의 공격에 창의성과 속도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caption]

두 번째는 콘테 전술의 가장 큰 수혜자인 빅터 모제스다. 모제스는 올시즌 윙어에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윙백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안정적인 수비력이다. 모제스는 활발하게 공수를 오르내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라인을 컨트롤하는 능력과 일대일 수비상황에서 이따금씩 윙어로서의 본능을 드러내며 문제점을 노출한다. 또한 기존에 윙어로 플레이하던 위치보다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기 때문에 공격을 전개하는데 있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윙백으로 거듭난지 이제 겨우 첫시즌인 모제스에겐 다소 가혹한 비판일지 모르겠지만 첼시 수준의 팀에게 윙백으로써의 모제스는 부족함이 있다.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날 팀들의 측면 공격수들은 리그에서 상대하는 선수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은 공격진의 부족한 적극성이다. 첼시 쓰리백의 특징은 라인을 다소 높은 지역에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좌우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는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자주 크로스를 시도한다. 이때 아자르와 페드로는 중앙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상대수비진이 크로스를 걷어냈을 때 일차적으로 중앙에서 역습의 속도를 저지해야한다. 하지만 아자르와 페드로, 윌리안에게서 공중볼 경합에서의 적극적인 모습을 찾기란 힘들다. 이로 인해 상대에게 잦은 역습을 허용하고 있다.

▶OPPORTUNITY

올시즌 첼시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에서 상당한 여유가 있다. 게다가 4월에 맨시티와 맨유를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라이벌팀과의 소위 승점 6점짜리 경기도 없다. 일정이 여유로워 체력적인 회복과 전술적 준비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다. 첼시 수준의 선수들에게 다음 경기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전술적 준비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콘테는 경쟁팀들에 비해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이 시점에 로테이션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체크해봐야 한다. 키 플레이어들의 부상과 부진은 첼시에게 매우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투입될 로테이션 자원들은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의 준비란 신체적 준비가 아닌 동기부여 측면에서의 준비를 뜻한다. 첼시는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복귀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벤치자원으로 전락한 파브레가스와 미키 바추아이는 축소된 자신들의 역할에 불만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바추아이의 경우 자신의 자리인 스트라이커에 아자르가 선발로 출장하는 모습을 곱게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콘테는 로테이션 자원들로 하여금 이들의 가치를 꾸준히 확인시켜줘야만 한다. 향후 일정에서 로테이션 자원들을 잘 활용하고 이들의 활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첼시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THREAT

첼시는 향후 일정에서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주의해야한다. 다비드 루이즈는 지난 12월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고의적인 태클로 입은 부상에 아직까지 통증을 느끼고 있다. 무릎은 자칫하면 부상이 악화될 수 있는 부위임에도 콘테는 계속해서 루이즈를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루이즈가 올 시즌 첼시 수비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벤치에도 대체할 자원은 충분하다. 본머스에 임대로 떠났던 나단 아케는 최근 첼시에 복귀했고 존 테리와 커트 조우마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게다가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맨시티, 맨유와의 리그 경기는 4월에 펼쳐진다.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14/15시즌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후스코어드닷컴 캡처

지난 시즌 레스터는 선수비 후역습 축구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레스터의 동화 같은 우승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즌 초반 상대팀들이 레스터를 다소 무시하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무시한다는 말에 다소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시즌 초반 레스터를 상대했던 팀들은 평소대로 라인을 올리고 일관된 플레이를 펼치다가 레스터의 카운터 공격에 무너졌다. 이 기간 레스터는 착실하게 승점을 쌓아나갔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동기부여,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이해 등이 맞물리며 레스터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강팀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첼시는 레스터가 아니다. 앞으로 첼시를 상대하는 팀들은 더욱 수비적이고 전술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라이벌팀들이 리그 역사상 최고의 흐름을 가져간다면 첼시를 위협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앞으로 유럽대항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앞서 말한 부분들의 보완이 이뤄진다면 이변이 없는 한 첼시의 리그 우승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첼시는 리그 우승에 만족할 팀이 아니다. 콘테도 마찬가지다. 과연 콘테는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8번째 인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콘테 사단의 첼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