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의 포켓몬 고 ⓒ 포켓몬고 공식 트레일러 영상 캡쳐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포켓몬 고(Pokémon GO) 열풍이다. 축구팬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팀이 프리시즌에서 지고 있어도 우리 팀 서포터가 포켓몬 마스터는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정시간동안 포켓볼을 지급해주는 포켓스탑이다. 국내 언론은 이미 포켓몬의 '성지'라며 여러 지역들을 소개했다. 그럼 과연 우리 팀 홈 경기장에는 얼마나 많은 포켓스탑들이 있을까?

제한된 시간과 환경,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각 구단 경기장별로 찾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스마트하다. 포켓몬고맵 (https://www.pokemongomap.info/)이라는 사이트에서 주요 지명을 입력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를 이용해 홈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길에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물론 GPS 오차는 감안해야 한다.

캬, 이맛에 축구장 갑니다 - 광주, 대구, 부천, 제주

광주와 대구의 경기가 있을 때는 보조배터리를 챙겨가자 ⓒPokeGoMap.Info 캡쳐

축구장 부지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포켓스탑을 보유하고 있는 구단은 광주FC, 부천FC, 대구FC, 제주유나이티드로 나타났다. 광주FC는 22개, 부천FC는 21개, 대구FC는 19개, 제주유나이티드는 18개의 포켓스탑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는 경기장 북쪽에서 루어모듈을 설치하면 벛꽃엔딩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부천 종합운동장 근처에도 포켓스탑이 많지만 바로 인근에 있는 진달래 공원에 어마어마한 포켓스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 진달래 공원으로 포켓스탑을 돌리러 갔다간 경기에 늦을 수도 있고 체력이 다 할수도 있다. 등고선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산책이 아닌 등산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대구 스타디움에서는 위치만 잘 잡으면 축구경기동안 포켓스탑을 돌리거나 체육관 시합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경기 시작 전 느긋한 마음으로 보조경기장 서쪽을 거닐면 꽤 많은 몬스터볼을 수집할 수 있다. 제주의 포켓스탑은 매우 좋은 접근성을 갖고 있다. 서귀포 시외터미널 입구를 비롯해 경기장으로 오는 길에 4개, 경기장 입구 길에 4개의 포켓스탑과 체육관까지 있다. 포켓스탑을 찾으러 멀리 돌아갈 필요 없이 느긋하게 축구를 보기 위해 걸어가며 포켓스탑을 돌리면 되겠다.

축구장에서는 축구나 봅시다 - 포항, 상주, 전북, 전남, 수원FC

광주와 대구의 경기가 있을 때는 보조배터리를 챙겨가자 ⓒPokeGoMap.Info 캡쳐

상주, 포항, 전북, 전남, 수원FC는 포켓스탑이 하나도 없거나 하나만 있는 구단이다.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가장 가까운 포켓스탑은 직선거리로 약 12.7 km 떨어져 있는 용포리 근처의 다락논 녹색길이다. 그 다음 가까운 포켓스탑은 마전리까지 멀어지며 직선거리 약 21.7 km 떨어져 있다. 포항에서 포켓몬을 즐기려면 스틸야드 경기장을 떠나 형산강을 건너야 한다. 그나마 해도 근린 공원에는 꽤 많은 포켓스탑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공원까지는 약 2.2 km 떨어져 있는데 2 km를 걸어야 부화시킬 수 있는 알이 있다면 부화기에 넣고 걸어서 나와 근린공원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알맞을 듯 하다. 전북과 전남은 축구는 잘해도 포켓몬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북측과 동측 하나씩, 전남은 경기장 서측에 하나가 있고 북측에 체육관이 있을 뿐이다. 수원FC의 경우는 수원 종합운동장 '부지'의 서문에 포켓스탑이 있고 실내 체육관에 포켓몬 체육관이 있다. 그 외에는 KT 위즈파크에 하나가 더 있을 뿐이다.

알고보면 우리가 진짜 포세권 - 부산, 성남, 서울 이랜드

부산, 성남, 잠실은 축구장 근처에는 없지만 주변에 훌륭한 명소들을 갖고 있기로 유명하다. 부산시민공원은 이미 부산의 포켓몬 성지로 소문이 났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도 아니다. 탄천 종합운동장 근처에도 포켓스탑은 없지만 판교와 분당에는 포켓스탑이 바글바글하다. 잠실은 말하면 입아프다. 동쪽으로 조금 가면 롯데월드와 석촌호수가 있으며 조금 더 가면 국내 3대 '포세권'(상시적으로 포켓스탑이 닿는 지역을 빗대어 역세권과 조합한 신조어)으로 알려진 올림픽공원이 있다. 멀리서 부산과 성남, 서울로 원정을 왔다면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그렇게 유명하다는 '포세권'은 한번씩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무난한 그 외 팀들, 그리고 특이점이 온 강원

그 외 팀들은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12개까지의 포켓스탑을 갖고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팀들도 있었고 워낙 축구장 부지가 넓어 근처 공원까지 가야하는 축구장들도 있었다. 그 중 눈길을 사로잡는 포켓스탑이 있었다. 바로 강원FC의 알펜시아 스타디움이다.

광주와 대구의 경기가 있을 때는 보조배터리를 챙겨가자 ⓒPokeGoMap.Info 캡쳐

이건 분명 경기장 내부에 있는 포켓스탑이다. 맵을 확대해서 살펴보니 동측 좌석으로 파악된다. 알펜시아 경기장의 포켓스탑은 사진에 해당하는 곳을 포함 딱 3개뿐이다. 그러나 자리만 잘 잡고 GPS 오차만 잘 감안한다면 킥오프 휘슬 후 5분마다 몬스터볼을 충전하며 경기양상의 타임라인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강원FC의 마케팅이 무시무시하다더니 역시는 역시나 역시다.

축구장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정체성을 잃어버린 포켓스탑이 하나 있다. 수원이다. 수원 팔달문 근처 꼼X도르 제과 본점 근처에는 두루미가 날아오르는듯한 조형물이 하나 있다. 이곳이 포켓스탑이다. 이곳의 이름은 포켓몬 고에 '두루미'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문제는 하단 설명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설명이 떡하니 붙어있다. 축구팬이라면 수원에서 인천을 만나는 묘한 느낌에 빠져들 것 같다.

 1월 말 대구FC는 이미 구단 홍보자료로 포켓몬을 이용하며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각 구단별로 포켓스탑을 더 많이 설치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게임 개발사의 사정에 의해 막혀있는 상태다. 훗날을 대비해 각 팀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을 미리미리 설치해놓는 것도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은 팀을 상징하는 포켓스탑에 루어모듈을 사용하며 포켓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포켓몬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많이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구장이야말로 사실 포켓몬 사냥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