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를 굳이 설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 영화 '오프사이드' 스틸컷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나는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포츠니어스> 대표 김현회 기자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명백한 여성차별적 정서를 나타냈다. 지난 주 기고된 '오프사이드가 사라지면 벌어지게 될 일들'뿐만 아니라 '이민아 선수의 인터뷰 기사'에도 그의 여성차별 의식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K리그 정관 제6조에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여성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소비할 권리가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김현회 기자의 여성차별적 기사문을 토대로 국내 축구에 존재하는 여성차별을 짚어보고자 다수의 여성팬들을 취재했다. 그들이 겪는 고충은 무엇이며 어떠한 차별적 형태가 그들을 괴롭히는지 밝히고자 한다.

이제 내 입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 스포츠니어스

맨스플레인을 멈춰라

최근 마르코 판 바스턴 FIFA 기술개발위원장은 오프사이드 폐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김현회 대표는 이와 같은 정책에 반대하며 7가지의 근거를 서술했다. 그 중 문제가 되는 한 가지 근거가 바로 ‘여자들한테 잘난 척을 할 수가 없어진다’이다. 맨스플레인을 할 수 없는 것이 불만이라는 것이다.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성을 뜻하는 'Man'과 설명을 뜻하는 'Explain'의 합성어로 ‘여성 청자의 배경과 지식을 무시한 채 남성이 거들먹거리며 잘난 척 설명함’을 뜻한다.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수필가인 레베카 솔닛은 맨스플레인을 “지나친 과신과 어리석음을 합쳐놓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맨스플레인이 여성혐오와 차별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편견’때문이다. 스포츠니어스가 취재한 취재원 A는 “여자가 축구를 보러 오냐, 오프사이드는 뭔지 아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마 같은 질문을 남성에게 했다면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냈을 것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남성들보다 더 다양한 시각으로 축구를 즐긴다. 기본적인 축구의 규칙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 문화 콘텐츠적 관점, 전술적 관점 등 다양한 관점으로 축구를 소비하고 즐긴다. 오버워치 다이아몬드 티어에 속한 여성에게 자신은 골드 티어에 있다며 ‘한조’를 아냐고 맨스플레인 할 때 그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구태여 설명하려 하지 말자.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제발 DM은 그만' 플러팅을 멈춰라

축구장 내 많은 여성들은 무리한 플러팅(Flirting)에 노출되어있다. 물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로서 연애감정이 싹트는 일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축구장은 축구를 보러 오는 곳이다. 여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만남을 제안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취재원 B는 “축구장에서 봤다며 모르는 사람에게 SNS 메시지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정중히 거절해도 말을 놓거나 계속 친한 척을 한다”며 “기본적인 예의도 없어 매우 불쾌했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취재원 C는 “결혼한 외국인 선수가 저녁시간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려 했던 적도 있다”라고 밝혔다. 여성팬들은 남성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플러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식의 플러팅은 성희롱과 성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구체적인 성명과 정황은 밝혀진 바 없으나 국내 선수들 또한 팬들과 여성들에게 저지른 성희롱과 성폭행 혐의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회 기자의 이민아 선수 인터뷰는 풍족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축구선수로서의 이민아를 조명했으며 선수생활을 위한 군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더니 결국 남자친구의 유무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가’라며 플러팅을 끼워 넣었다. 축구선수를 인터뷰하는 지면에서는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여신은 이제 그만' 대상화를 멈춰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여성팬의 캡쳐 사진을 두고 그의 복장을 주제로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흡사 정육점에서 고기의 등급을 매기는 도매상처럼 보인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여성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까’하는 주제의 글이 올라온다. 이를 두고 취재원 D는 “공감할 수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2016년 여름에는 한 성인 사이트에 ‘K리그녀’라는 제목으로 팬들의 신체 일부를 찍은 ‘몰래 카메라’ 사진이 유포되는 일이 있었다. K리그는 이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문의해 고소장 접수 안내를 받는 등 대응했으나 재발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예방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구장에서 여성은 다양한 형태로 대상화되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 여성팬을 향해 ‘여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성적 대상화하는 것 또한 여성차별에 해당한다. 그들이 남성 축구팬들의 소비재가 되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 내 입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 스포츠니어스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정립이 우선이다

박은선은 그의 출중한 기량과 외형적인 모습으로 인해 성별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배경은 그를 견제하기 위한 지도자들의 파워게임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도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그의 성별을 논하는 매우 질 낮은 차별적 장치들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6년 인판티노 FIFA회장이 방한했을 당시 이민아 선수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민아에게 그 역할을 부여한 이유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민아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인판티노 회장은 U-20 월드컵 논의를 위해 한국에 왔었다. 대한축구협회의 답변대로라면 그 역할은 이민아보다 U-20 대표선수가 더 어울린다. 결국 축구 선수인 그에게 보수적인 성역할을 부여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K리그가 내세운 정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차별도 인종차별과 같은 맥락의 처벌 수위가 필요하다. J리그가 우라와 레즈 구단에게 내린 무관중 징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여성차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여자축구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최고 상위기관조차 성차별 의식이 희미한 상황이다. 강남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진 살인사건마저 ‘여성혐오 사건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나라에서 징계 규정을 마련한다 한들 무엇이 여성차별이며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스포츠니어스를 비롯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며 굳이 내부고발을 감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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