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범죄다 ⓒUEFA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다. 전 세계의 축구선수들, 팬들이 축구에 참여하며 소비하고 즐긴다. 그러나 여전히 인종 차별의 주요한 문제가 서포터, 코치, 축구 관계자들이 만드는 축구문화에 존재한다. 인종차별은 기본적으로 백인과 유색인종간의 권력차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규정함으로써 축구가 갖는 다채로움을 제한하는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1990년대 유럽에서는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을 뿌리뽑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그 시작은 리즈 유나이티드, 레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하이버니안, 하츠의 팬들과 그룹들이었다. 영국의 ‘1991년 축구폭력법’은 인종차별적 모욕과 언행을 범죄로 규정했다. 독일, 이탈리아도 이와 같은 운동에 참여했으며 선수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도 범죄로 규정했다.

아시아 국가에 속한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유색인종’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다. 그러나 백인들에 의한 탄압이나 차별은 경험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백인들의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함으로써 유색인종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정서를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같은 아시아인들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축구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되짚기 전에 최근 인종차별을 어떻게 정의하는 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 인디애나 주 드포대학의 사회학 교수 뉴먼은 2012년 인종차별을 정의하길 “인간을 그들의 사회적 행동과 선천적 능력으로 집단화 시킬 수 있으며 그 집단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즉, 인종차별은 더 이상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아닌 전 세계인의 문제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출신지역, 사회적 지위, 배경, 문화를 바탕으로 그가 더 ‘우월’하거나 더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생각 자체를 인종차별로 설명하고 있다.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흑인 선수들이 경기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이유가 그들의 유전자나 그들의 선척적 운동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해당 선수를 칭찬하고 높이는 말이기에 차별과 혐오의 단어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가? ‘흑형’이라는 단어는 그들의 능력과 스펙을 존중하는 의미이기에 멸시의 표현인 ‘차별’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뉴먼의 정의에 의하면 이와 같은 ‘칭찬’과 ‘존경’의 의미도 인종차별에 해당한다. 그 선수의 노력과 성장과정, 철학을 모두 배제하고 그의 선척적 신체능력을 통해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호주선수들을 대하는 우리나라 언론의 태도는 어떤가? 성남소속이었던 사샤, 전북소속이었던 윌킨슨은 국내 최고의 센터백으로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물론 수비수에게 큰 키는 유리한 무기다. 하지만 그것이 ‘호주출신 선수’이기에 갖는 특별한 장점이라는 서술이 문제가 된다. 특히 국내 호주출신 선수들의 포지션이 센터백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국내 축구에 인종차별이 만연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의 경우 1950년 월드컵 결승전 패배 이후로 흑인 골키퍼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1999년 말까지도 신뢰도와 합리성이라는 이유로 백인 골키퍼가 선호되는 등 특정 포지션에서 특정 인종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차별이 이루어졌다. 호주 선수들의 경우 그들의 ‘국적’때문에 센터백이라는 특정 포지션에 국한되어있는 이미지가 강하다. 

AFC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더욱 만연하는 인종차별

우라와 레즈는 서포터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로 J리그로부터 한 경기 무관중 징계를 받았다 ⓒ트위터 아이디 @tonji5

앞서 유럽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설명하면서 유럽은 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도 범죄로 규정했다고 서술했다. 만약 국내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면 국내 서포터들은 안전할까?

2014년 우라와 레즈는 이충성의 이적을 달갑게 여기지 않아 경기장 입구에 “JAPANESE ONLY”라는 현수막을 걸어 J리그로부터 한 경기 무관중 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유는 "일부 우라와 서포터스에 의한 인종차별적 행위”였다. 해당 징계 내용은 아시아 전체에 큰 울림을 줬다.

그러나 실제 국내 팬들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상대 팬들에게 끔찍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붓고 있다.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들, 일본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들을 일말의 부끄러움 없이 소리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으로는 ‘중화요리를 빗댄 표현’이나 ‘돼지 족발을 빗댄 표현’ 등이 있다. 상대 선수나 상대 팬들의 응원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행위를 비난하거나 야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팀 선수와 팬들을 도발하거나 야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인종차별적 단어뿐이라면 국내 팬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국인들을 비하하거나 일본인들을 비하하는 것은 같은 인종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뉴먼의 정의에 의하면 인종차별은 같은 국가에서도 있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의 리처드 줄리아노티 사회학교수는 그의 저서 「축구의 사회학」에서 “보다 복잡한 형태의 인종주의는 같은 인종과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것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북부가 남부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단어로 ‘테로니’라는 비하 단어를 사용했으며 구 서독에서는 동독사람들을 ‘오시’라고 부르며 차별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 팀을 비하하는 단어는 축구라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나 그 단어가 축구와 관계없는 차별적 단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갈등에 의한 특정지역비하 발언이 인종차별적 발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인종차별에 둔감할까

노병준은 2013년 베이징 궈안과의 AFC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카누테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본인은 웃자고 한 말이었다고 변명했으나 인종차별적 발언이 웃자고 한말이었다는 점에서 차별의 부도덕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볼 수 있으며 차별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우라와 레즈는 서포터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로 J리그로부터 한 경기 무관중 징계를 받았다 ⓒ트위터 아이디 @tonji5

혹자는 우리나라가 인종차별에 둔감한 이유로 “교과과정에서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를 숭고하고 지켜야할 지조로 서술한 경향이 있다. 인종차별에 둔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기사 본문을 준비하며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서적을 찾으려 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샘 해밍턴이나 샘 오취리로 인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방송에서 접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과 공동체로서 성장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학 박사는 그의 저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히는 이유로 자기계발서를 꼽는다. 개인의 노력을 강요하는 자기계발서에는 ‘패배자’에 대한 편견을 생산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성적과 대학으로 ‘계급화’하며 우열을 가린다. 사회적 관점에서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기에 차별과 혐오는 끊임없이 생산된다. 인종차별이 그렇고 여성과 장애인을 향한 차별도 그렇다.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다. 전술의 변화만큼 축구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팬들의 사회적 의식도 빠르게 변한다. K리그와 K리그를 소비하는 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 6조에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정관의 내용을 철학으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연맹의 규정이 철학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은 전북을 상대로 한 상벌위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이 인종차별적 행위를 했을 경우 K리그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팬들 또한 인종차별이 갖는 부도덕에 넓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연맹, 구단, 감독, 코치, 언론들이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정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의식이 먼저 확장될 필요가 있다.

intaekd@sports-g.com